“비정규직 싸우는 길 막지는 말아 주십시오”

[기고] 현대차 비정규직이 금속노조 위원장, 중집위원들께 드리는 글

지난 11월 24일 38차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는 나에게 가슴 벅찬 날이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신분으로 14년으로 살아오면서 사측에 대한 불신도 있었지만, 현대차 공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 정규직과 함께 하는 공동투쟁의 부재로 인해 정규직들에 대한 오해와 불신, 특히 정규직 대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컸다.

왜냐하면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지부와 아산, 전주지회가 현대차 사측과 한 8.18 합의를 폐기하자는 수정동의안에 대해 과반이 넘는 대의원들의 동의로 8.18합의를 폐기하자는 수정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대표 발의한 수정동의안의 핵심 내용은 “8.18 합의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불법파견 특별교섭단에 교섭권을 위임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현대차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아산, 전주지회는 규약을 위반하고 잠정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 단체협약 체결권자가 아닌 자가 체결한 8.18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결정이었다(비정규직 및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평가 중). 

그날은 정규직들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나 자신부터 극복해야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대의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공동투쟁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금속 대의원들의 결정이 울산지회를 배제한 8.18 사내하도급 합의로 인해 금속노조 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임과 동시에, 제조업 사내하도급 철폐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실천 투쟁에 박차를 가한다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8.18합의가 가진 성격이 현대차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법파견 사업장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비정규직 전반에 미칠 파장이다. 또한 9월 18, 19일 서울중앙지법 판결에서조차 현대차 모든 생산 공정이 불법파견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법원 판결보다 못한 8.18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과 민주노조 사수, 금속노조 산별정신을 가진 대의원들의 강한 의지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2015년 1월13일 노조신문 <금속노동자>의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 담화문 내용은 2014년 8월 18일 현대차지부, 아산, 전주사내하청 지회의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동시에 8.18 합의가 현대차 비정규직 10년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의 참담함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각종 언론도 앞다퉈 금속노조가 8.18 합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두 번이나 금속노조 대의원을 역임했지만, 금속노조 규약과 규정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금속노조 위원장과 울산지회, 아산 조합원들과 가진 간담회 후 내가 들여다 본 금속노조 규약이 ‘관행’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해석되는 것이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본 ‘금속노조 교섭권 위임’에는 규약 66조 3항에 ‘금속노조는 기업교섭 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위원장의 해석은‘그동안 노조 산하에 교섭권 위임 없이 교섭이 체결된 관행이 있었으니 관행상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45차 중앙집행위원회도 이 같은 해석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규약과 관행이라는 두 개의 단어 해석의 차이는 8.18 합의 부활과 폐기로 현대차비정규직(울산지회, 아산사내하청지회)과 금속위원장 및 중앙집행위원회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 평행선은 금속노조 위원장실 점거 농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는 문제의 핵심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8.18 합의 폐기는 금속노조 38차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의 대의원들의 결정이다. 총회를 갈음하는 금속노조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폐기된 8.18 합의 폐기 번복으로 인해 핵심 주체인 현대차비정규직 지회(울산,아산)는 조직적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8.18 합의는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사측은 2015년 1,165명에 대한 신규채용 모집일정을 확정했다. 그로 인해 현대차비정규직지회(울산, 아산)는 2개의 내홍을 겪고 있다. 하나는 사측의 신규채용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고 3말 4초 파업투쟁을 조직해 나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속노조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현대차 8.18 합의 폐기를 번복한 ‘제38차 정기대대 평가안’ 폐기인 것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울산)는 2월5일 44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현대차 사측과의 직접교섭과 함께 6대 요구안(현대차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기로 대의원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

나는 금속노조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을 존중해 줄 것을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공격에 맞선 전체 금속 조합원들을 총파업으로 조직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지난 11월 24일 금속노조 정기대대 생각이 난다. 그날 우리 지회 상집간부는 이렇게 호소하며 외쳤다. “같이 싸우자는 말이 아닙니다. 금속 대의원 동지들 우리가 싸우는 길 막지는 말아 주십시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위원장님, 그리고 중집 동지들 위기가 코앞에 닥쳤습니다. 민주노총 총파업, 그리고 장그래양산법 폐기를 위해서 우리가 3월말 4월초 먼저 싸울 테니 현대차 8.18 합의 폐기를 번복한 ‘제38차 정기대대 평가안’을 폐기해 주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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