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은폐 에버코스 사망사건은 범죄행위

[기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해야

2015년 7월 29일

13:57 (주)에버코스 지게차 기사 이00 씨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적재한 채 과속으로 운행 중 지게차로 이성태(이하 고인) 씨를 치고 5m 이동.
13:58 동료 최00 씨 사고 목격 119 신고.
14:05 119 구급대원 도착 즈음 최씨에게 전화, 최씨는 이00 구매팀장의 지시로 “환자의 의식과 호흡은 있고, 단순한 찰과상에 불과하다”며 출동한 구급차 돌려보냄.
14:15 이00 등 응급조치 없이 고인을 이불로 싸서 회사 측 승합차에 옮기고 공장을 벗어나 국도 변에서 구급차 기다림.
14:34 H병원 구급차 도착, 가까운 종합병원인 청주 성모병원(10km)이 아닌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H병원(19km)으로 이송.
15:20 H병원 도착.
15:25 H병원 측 치료가 불가하다고 하여 하나병원 이송.
15:30 하나병원 도착.
16:45 응급조치 중 사망.


최초 사건이 터지고 고인이 치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이 훨씬 지난 후다. 최초에 119구급대원이 7분 만에 도착해서 안전조치 후 10분 거리인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면 고인은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에버코스 측은 자체 매뉴얼에 따라 공장(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학평리 51-4)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H병원(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구급차를 부르고, 현장 도착 직전인 119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뿐만 아니다. CCTV를 피하기 위해 우산으로 가리고, 안전장구도 하나 없이 지게차에 치인 환자를 최소한 부목 등 어떤 안전조치도 없이 자신들의 승합차에 이불로 둘둘 말아 실어 공장을 벗어나 인근 주택가에서 H병원 구급차를 기다리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 그렇게 덧없는 시간이 흘렀고, 결국 고인은 분명히 살수도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산재은폐 시도와 이해되지 않는 사후처리로 눈을 감았다.

매뉴얼 사실이면 조직적 산재 은폐 범죄행위

언론보도와 경찰조사 발표 등을 보면, 최초 119 신고자는 구조 요청을 취소한 사유에 대해 ‘회사의 매뉴얼 때문’이었다고 했다. 물론 이후 진술이 바뀌고 있지만 최초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119에 신고하게 되면 공장에서 다친 것이 그대로 자료로 남아 산업재해(아래 산재) 처리를 해야 한다. 이럴 경우 산재보험 요율이 오를 뿐더러 발생빈도가 높을 경우 노동부의 집중 지도 대상이 되고, 하도급 업체의 경우 입찰에 제한이 있는 등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사업주들은 산재처리를 회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버코스의 매뉴얼이다. 회사가 한 병원과 계약을 맺고 지정병원으로 선정한다. 회사 내 산재가 발생하면 119가 아닌 지정병원의 응급차로 이송, 지정병원에서 치료한다. 물론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를 한다. 회사의 업무가 아닌 개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몸을 다쳤고, 다만 회사가 도의적 차원에서 치료비를 내주는 형식이다. 고인의 경우도 2014년 지게차에 치어 3개월 치료를 받았다. 물론 산재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이 매뉴얼이 사실이라면 회사의 조직적인 산재 은폐가 지속됐던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회사는 말 바꾸기를 통해 매뉴얼 자체를 부인하지만, 확인 절차는 너무 간단하다. 노동부와 경찰이 나서서 지정병원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환자 중 직장이 에버코스인 환자를 분류해 그들을 개별 면담하면 된다. 산재 처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며, 어떤 경위로 다쳤었는지 계속 확인해 보면 된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업주과 담당임원, 담당자들의 조직적이고 상습적 산재 은폐 행위는 구속 수사 대상이며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공단 내 업체 전수조사 실시해야

더 나아가 이런 매뉴얼이 유독 에버코스에만 존재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대부분 사업장이 산재 은폐를 위해 유사한 매뉴얼과 지정병원을 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부는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산재 은폐 매뉴얼과 산재 은폐 사업장을 적발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

사라진 골든타임 30분 진상규명

또 하나 이상한 점은 H병원 구급차가 불과 20km도 떨어지지 않은 병원까지 46분이 걸려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해도 H병원에서 에버코스 공장까지 30분 이상 걸릴 수 없다. 그런데 구급차 기사의 인터뷰를 보면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구급차 기사의 이야기대로라면 H병원 도착시간 15시 20분이 아닌 14시 50분이란 이야기다. 사람의 생명이 긴박하게 다뤄지던, 인명구조에 절실했던 30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명백히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 경찰의 사고일지가 아니라 기사의 말이 맞는다면 고인은 살 수도 있었다.

[출처: 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캡쳐]

[출처: SBS '궁금한 이야기 Y' 화면캡쳐]


경찰 일반 교통사고처리? 외압 여부 확인해야

이 사건은 명백히 공장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다. 산재이자 당연히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이다. 그러나 언론에 따르면, 청원경찰서 측은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사로 처리, 지게차 운전기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유족에게는 합의를 종용했다고 한다. 사업주의 책임은 쏙 빼버리려고 시도했다.

유가족이 너무 억울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검찰에 고소하고, 주요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루자 경찰 측은 교통사고 처리계에서 형사계로 슬쩍 처리 부서를 옮겼다고 한다. 유가족과 언론이 침묵했다면 이 사건은 조용히 사업주의 책임은 온데간데없이 무마될 뻔했다. 검찰은 명백히 이 부분을 밝혀야 한다.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를 사업주의 책임을 배제시키는 단순 교통사고사로 처리하려 했던 의도와 배경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명백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 행위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란 ‘그대로 방치하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사고’이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게차 기사뿐이 아니라 안전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나아가 형법상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받아야 하는 부작위범에 해당한다. 당시 현장 상황(좁은 통로, 안전바 등 보행로 없음, 지게차 신호수 없음 등)상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다분했고, 사업주는 이런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방치해 사망사건이 발생토록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다. 사업주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부는 산재 은폐, 교육 미시행, 안전조치 위반 등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 지대인 에버코스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것에 머물 것이 아니라 엄중한 처벌과 적극적인 시정조치, 정기적인 지도감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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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어쩌다 sbs가 정론방송이 됐는지..

    우리나라 방송, 기자 모두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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