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가들은 일차원적인 경제 결정론에 얽매이지 않는 비판적 마르크스주의를 알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사상을 도입했다.
이 글은 ‘마르크스주의 모더니즘: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평 이론 입문 강의’(질리언 로즈 저, 제임스 고든 핀레이슨, 로버트 루커스 스콧 편집, Verso Books 제공)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질리언 로즈(Gillian Rose, 1947-1995)는 종종 어려운 사상가라는 평을 듣는다. 그녀는 독자에게 양보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녀는 철학에서 신학, 법학, 유대교, 문학 모더니즘, 정치 이론, 사회학, 심지어 건축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과 전통을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글쓰기 스타일은 난해하고 아이러니하며 시적이고, 경쾌함과 진지함이 역설적으로 결합 된 어조가 특징이다.
이러한 난이도에 대한 집념은 아마도 그녀의 글이 더 많은 대중에게 연구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모더니즘이라는 제목의 새 책은 1979년 로즈가 서섹스 대학교에서 학부생들에게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 이론을 강의한 일련의 입문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강의는 정치적, 윤리적 삶의 아포리아(철학적 개념으로, 어떤 문제나 질문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이나 답변이 없거나 모순된 상황을 의미)에 대한 그녀의 헌신을 보여주면서도 대화를 통해 접근하기 쉬운 교육 스타일로 진행되었다.
게오르그 루카스(Georg Lukács),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의 입장을 능숙하게 설명하는 로즈 교수는 이들이 제시한 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이 강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평 이론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고민에 대한 입문이기도 하다.
로즈가 이 강연을 할 당시에는 영어권 청중을 위한 최첨단 자료였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 이론은 전 세계의 사회학, 문화 연구, 철학, 지적 역사학과에서 일반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로즈가 해석하는 비판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로즈는 "비판 이론"과 "비판 마르크스주의"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한다) 오히려 로즈에게 비판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보다 개방적이고 변증법적인 관점의 이름이다. 다음 발췌문에서 그녀는 프랑크푸르트 학파 이론가들이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 세 명의 사상가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설명한다.
- 로버트 루카스 스콧(Robert Lucas Scott)과 제임스 고든 핀레이슨(James Gordon Finlayson)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탄생한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출처 : 위키미디어
칼 마르크스
역사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문화가 서로를 계승한다는 개념은 헤겔의 핵심이지만, 마르크스의 사상에서는 연속적인 생산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 다양한 사회 형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마르크스에게는 문화에 대한 이론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헤겔은 역사 철학의 기초로서 문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마르크스의 관점은 경제적 기반과 이념적, 법적, 정치적 상부 구조 사이의 정태적, 기계론적, 결정론적 구분으로 경직되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모델로 기초와 상부 구조의 구분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주의 이론을 채택함으로써 사회 과정과 그 결과인 사회 형태 사이의 역동적 구분으로 되돌아갔다. 이 이론은 ‘자본’ 제1권과 ‘정치 경제학 비판 요강’(Grundrisse) 전체에서 그 고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제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주의 이론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잘 모르신다면 자본 제1권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상품은 노동력이 임금을 받고 판매되는 사회에서 생산되며, 그 노동의 산물을 노동자가 아닌 기업가나 고용주가 이윤을 위해 판매할 때 잉여가치가 실현된다.
이는 전자본주의 사회나 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자나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의 산물을 직접 소비하거나 판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포함된 가치를 직접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조건에서 생산된 제품인 상품은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마르크스가 사용 가치라고 부르는 것은 특정 특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과의 맛이나 입고 있는 코트의 보온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교환 가치는 한 상품이 다른 상품에 대해 갖는 비율로, 일반적으로 화폐로 표현된다. 즉, 하나는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구체적인 특성이다.
사용과 교환 가치의 분리 결과, 교환 가치는 제품 자체의 특성, 즉 가격인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가치가 제품 자체에 내재 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는 사람들 간의 구체적인 사회적 관계와 활동의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르크스는 "활동의 사회적 성격과 상품의 사회적 형태, 생산에서 개인의 몫은 여기서 상품에 이질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간들 사이의 명확한 사회적 관계는 사물들 사이의 관계라는 환상적인 형태를 띤다" 이것이 바로 결정적인 문장이다. 마르크스가 물신주의라고 부르는 것, 즉 어떤 것을 그 자체로 사물로 취급할 때, 실제로는 사람들 사이의 결정적인 사회적 관계의 표현인 경우이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사람들 사이의 실제 사회적 관계가 사물 사이의 관계로 변형되고 오해된다는 이 생각이 사회 과정과 사회 제도 및 의식 사이의 관계에 대한 모델을 제공한다고 믿었다.
이 모델은 경제적 기반과 이념적 상부 구조를 구분하는 것과 달리 제도와 이념적 형성을 단순한 현상이나 기반에 대한 단순한 반영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이는 문화와 같은 다른 사회 형태의 사회적 결정성과 상대적 자율성에 대한 사회학적 설명을 제공할 것이다. 즉, 어떤 것이 사회적으로 결정된 것이지만 부분적으로 자율적이라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상품 물신주의에서 비롯된 환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환상이 필요하고 실재하지만 그럼에도 환상은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스 이후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이를 '통일'이라고 불렀는데, 이 용어는 마르크스 자신과 연관된 것이지만 마르크스 자신이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
사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여러 구성원은 이 통일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마르크스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엄청난 자유를 얻었다. 상품 물신주의 이론조차도 상당히 다른 역사 철학과 정치적 입장, 그리고 문화 이론을 지지하게 되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말씀드리겠다.
프리드리히 니체
이제 니체에 대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관심을 이야기해보겠다. 니체의 사상이 20세기 사회 이론가들과 우파 정치인들에 의해 남용된 것은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오스발트 슈펭글러(Oswald Spengler)나 에른스트 융거(Ernst Jünger)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니체가 20세기 좌파 이론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블로흐, 호르크하이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들이 니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간략하게 나열해 보겠다.
니체는 역사의 궁극적인 텔로스(Telos) 또는 목표, 미래의 이상 사회 또는 모든 모순의 화해라는 헤겔적 사상에 기초한 역사 철학을 거부했다. 니체는 모순이라는 개념을 낙관적인 역사 철학 자체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역사적 변화의 과정이 모든 이상과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훗날 "계몽의 변증법"이라고 부른 것이다.
니체는 주체에 대한 전통적인 철학적 개념을 비판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실존주의적 해석과 같은 특정 형태의 마르크스주의에서도 채택했던 전통적인 철학적 주체 개념은 의식의 통일성이 모든 현실의 기초라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사회적 현실을 의식의 사실의 총합으로 환원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 점은 사회적 현실을 사람들의 의식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점과 주관성의 사회적 결정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점, 즉 주관성이 사회적 범주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사용되었다.
니체의 사상이 "권력에 대한 의지"라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졌다. 프랑크푸르트 학파 역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고 고전적인 해방 프롤레타리아 계급 의식의 형성을 방해하는 새로운 형태의 익명적이고 보편적인 정치적, 문화적 지배를 분석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니체가 당대의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에 니체에 관심을 가졌다.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그는 "부르주아 속물주의"를 언급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 역시 소위 대중 문화와 소위 진지한 문화 모두에서 사회적 모순이 다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하이브로우와 로우브로우(문화, 예술, 취향 등을 구분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 모두에 대해 똑같이 비판적이었다. 사실, 그 구분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니체가 그리스 사회에서 비극의 탄생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학적이었으며, 독일 사상의 초기 전통과 달리 그리스 사회를 이상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학 장르를 분석하는 데 모델을 제공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내용이 아닌 문학적 형식에 중점을 두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마지막으로 프로이트에 대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관심에 대해 몇 마디 덧붙이고 싶다. 전통적인 주체 개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프로이트 이론을 사용하여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성의 사회적 형성과 그 모순을 설명했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정신분석 이론이 경제적, 정치적 과정과 그에 따른 문화적 형태 사이의 연관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문명과 그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과 같은 프로이트의 보다 분명하고 직접적인 사회학적 저작에 의존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프로이트의 핵심적인 정신분석학적 개념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해석했다. 특히 개성이 절대적이거나 주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되고 성취되는 것이라는 프로이트의 입장에 매료되었다. 프로이트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율성 상실 또는 쇠퇴에 대한 이론을 개발하고자 했는데, 이는 애초에 자율성성이라는 개념을 이상화하지 않는 것이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위의 수용과 재생산에 대한 연구, 파시즘의 성공에 대한 고찰과 설명 시도, 문화 산업에 대한 개념 개발과 그것이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적, 미적 경험의 가능성 또는 불가능성에 대한 탐구 등 많은 주요 연구에서 프로이트 이론이 사용되었다.
[출처] How the Frankfurt School Used Marx, Nietzsche, and Freu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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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 로즈(Gillian Rose, 1947-1995)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