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 공공부문 민영화와 투쟁 과제

이명박 시대



광우병 쇠고기 수입 협상 논란을 시작으로 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모아져 전국이 촛불시위로 바다를 이루고 있다. 화물연대와 철도노조가 미국 쇠고기 운송을 거부하기로 결의했고, 민주노총 역시 쇠고기 보관 창고 앞에서 출하를 저지하는 투쟁을 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5일 전주에서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공공운수연맹 소속 노동자가 분신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이명박 정권은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했고, 서둘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이 처리하던 FTA를 급하게 마무리 하려고 안달이 났다. 코너에 몰린 이명박은 여론을 조작하고 통제를 강화했다. 촛불시위가 가두행진으로, 그리고 정권을 향한 탄핵논란으로 확대되자 진압하기 시작했다. ‘미친소’ 수입에 분노하는 노동자, 학생들과 민중들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민영화되면 요금 인상, 생활물가 인상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생존권의 타격을 받는 것이 바로 노동자 민중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6월 최종 발표하기로 한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은 ‘민심’을 우려하여 ‘적은 규모의 민영화와 대대적인 구조개혁’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FTA와 공공부문 사유화는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명박이 ‘경제살리기’의 대명사로 추진하던 기업규제 완화와 교육과 의료, 물, 금융과 연금, 방송과 철도, 가스, 난방 등 공공부문 사유화는 당장 민영화되는 기업이 몇 개냐의 문제가 아니다.


민영화 괴담과 공공부문 구조개혁


‘자가의료, 모든 수술 집에서 가능’, ‘감기 걸리면 10만원’

‘풍력발전기로 비싼 전기료 58% 절약’

‘수돗물 하루 14만원’, ‘유사수돗물 제조 가능’

‘통행료 200% 인상’


이는 공공분야를 민영화하면 건강보험, 수도료,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폭등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대중들이 만들어낸 ‘민영화 5년 후’의 문구들이다.

이명박 정권은 4월 총선이 압도적인 극우보수진영의 완승으로 정리되자마자, 친기업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자본이 착취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병원과 학교를 기업의 돈벌이의 장으로 만들려는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고 함께 누구나 누려야할 생활 공공영역인 전기, 수도, 가스, 철도의 사유화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친소를 몰고 다니는 정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고려되어 이명박 정권은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공공기관부터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한다고 민영화를 에둘러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공공부문 민영화와 구조조정 방안은, 305개 공공기관 중 (1)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15-20개를 민영화 (2) 10여 곳은 독점을 해제시킨 후 장기적으로 민영화 추진(코바코, 한전KPS, 산업은행, 기업은행, 대한주택보증, 한국토지신탁 등) (3) 7-8개는 정부 소유를 유지하지만 경영만 민간에 맡기고(항만공사, 도로공사 등) (4) 250여개는 민영화 대신 통폐합과 전면적인 구조조정(주공, 토공, 신보, 기보 등) (5) 한전, 석유공사 등 에너지 분야 공기업에 대해서는 별도 계획으로 추진하는 것이다.(08.5.27 청와대)

‘수도와 전기, 의료 등의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공분야는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여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수돗물 괴담’으로 민영화 반대여론을 의식해 수돗물과 의료 민영화를 유보한다던 정권이 이틀 후 쇠고기 고시를 틈타 ‘수돗물 사유화’ 방안을 발표했다. 물론 권역별 전문기관 위탁관리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 후 공사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 관리가 되더라도 원가절감으로 인해 요금 인상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정권은 답변했다. 그것은 결국 감원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도요금도 올려서 수익화 시킬 것이 분명하다. 수도요금은 지자체가 결정한다고 하지만, 관리를 위탁받은 기업이 비용 명세서를 제출하면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하면 이를 정부가 반대하기 힘들다. 또한 2010년에는 수돗물 ‘품질 향상’(물맛이 금 맛이 되는 것인지?)을 위해 요금이 3배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이미 세부계획이 나온 바 있다.

사유화의 방식도 KT나 포스코와 같이 국민주 공모방식이 아니라 우리사주 비중을 대폭 확대시키겠다고 한다. “고용승계 조치와 함께 우리사주 확대가 민영화 조치시 노조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은, 즉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사유화에 대해 저항하지 않도록 주가 상승의 이익을 공유해서 노동자가 자본가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우리사주제를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또한 민영화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키로 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합의를 얻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전면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던 공공부문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는 곳, 혹은 사유화시켜서 더욱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부문은 하루빨리 사유화 시켜 자본과 국가를 살리는 것을 기본 구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은 뒤로 미루는 것도 아니다. 인력구조조정의 형태로 희망퇴직, 명예퇴직이라는 강제퇴직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민영화된 한국통신의 경우를 보자.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계속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1999년과 2000년에도 12,000명이 넘는 감원과 조직통폐합이 진행되었다. 114안내법인을 분사하고 그 후로도 KTF나 하이텔 등 자회사들에서도 대대적인 희망퇴직, 명예퇴직1)의 이름으로 해고는 계속되었다. 결국 KT와 두산중공업은 민영화를 통해 16%, 32%이상 감원을 비롯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11,600여명 중 2000년 941명 감원했고, 2001년에도 1,070명을 희망퇴직 시키겠다며 사실상 강제퇴직을 시행했다. 활동가들 중심으로 살생부를 만들어 통보했다. 사회보험노조는 부분파업을 했지만, 결국 본인이 원한다는 명목으로 손을 들었다. 그 뒤 감원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들어왔다.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에 명예퇴직제도가 명시되었다. 사회보험노조는 작년에도 조합원들의 성과금을 일부 떼어서 노조가 명예퇴직 위로금을 직접 만들어줘 가면서 명예퇴직 시키는 등 어용노조의 행태가 심각해졌다.

최근 청와대가 마련한 에너지분야 공기업(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한전기술과 한전 KPS, 지역난방공사 등)의 경우도 더욱 자유로운 착취와 이윤 추구가 가능한 시장경쟁체제에 넣기 위해 민영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단지 석유공사와 광업진흥공사 등의 경우 직접 민영화 보다는 자원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시켜 수익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가스공사는 도, 소매 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즉 아직 수익성 창출 구조를 덜 마련했다고 판단하는 곳에 대해서는 더욱 시장경쟁체제의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의 민영화, 시장화 기조를 접은 것이 아니다. 단지 불리한 민심을 고려하여 우회로를 택한 것 뿐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305개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을 앞으로 5년간 30%에 해당하는 6-7만 명을 감원하여, 노무현 정권 출범 이전 규모로 돌리겠다고 했다. 대대적인 직접적 민영화뿐만 아니라 통폐합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결국 감원하겠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그 추이에 따라서 수익성을 높여 공기업을 사적 자본에게 팔겠다는 것이다.

즉 즉각적인 민영화이건, 대대적 구조개혁이건, 그 본질은 자유로운 노동착취와 수익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사적자본의 배를 불려주고, 자본과 국가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자본의 위기의 표현이자,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1) 예산절감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2) 원가 절감으로 연동되는데, 원가절감이 핵심은 결국 인건비이며, 이는 사람을 줄이던가(정원 축소나 정원대비 현원 축소) (3) 임금과 복지를 삭감(동결)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4) 또한 팀별, 개인별 성과급과 능력별 관리체계 강화, 이를 통한 현장통제와 노동강도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인력 축소 역시 여러 가지 방식이 이미 운영되고 있고 더 강화될 것이다. 이미 사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에서도 정년퇴직 후 신규채용 축소를 통한 자연감원과 직무분석을 통해 정원 자체를 축소 조정하고, 기존 인력은 재배치한다. 이후 사람이 남아돌 수도 있다는 것에 노사가 인식을 같이 하면서 정원 대비 현원을 축소 운영하는 방식이 최근 몇 년간 강화되어 왔다. 게다가 정부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은 투쟁을 회피하는 양보교섭주의 노동조합 지도부들에 의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억제로 원가절감에 기여해왔다.

특히 이미 최근 몇 년 전 (노와 사가 대부분 공동으로 용역 연구한) 직무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ERP 시스템(업무 효율화란 명목으로 들어왔지만, 개인별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감시통제 할 수 있다)과 BSC 성과측정지표2)(기관별, 부문별, 업무별, 개인별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를 결합시켜 팀별, 개별 성과와 능력별 관리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노무관리를 강제하는 상층장치도 이미 되어 있다. 공공기관 CEO들도 계약경영제를 시행해서 이명박 정권의 철학에 부합하면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경영자를 채용하고 그 실적에 맞는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일관된 구조조정과 통일적인 수익경영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한 제도가 공공기관 운영법이다(2007년 4월부터 시행). 이를 통해 매년 공공기관에 대해 평가하고 경영진을 해고할 수 있고, 공공기관 평가점수에 따라서 기관별 성과급과 처우가 달라지게 되었다.

특히 BSC의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수익성을 내는 방식으로 부가가치 항목이 계속 개선되고 있는가 ▲고객만족 경영에 전 직원들을 참여시키고 있는가 ▲부서별 연간 계획 대비 실적을 평가하여 업무효율성을 측정하고, 직원들(‘내부고객’)의 교육훈련을 통한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가 ▲인재육성 개발과 지식정보 공유 및 활용이 되고 있는가 ▲1인당 부가가치와 노동생산성을 향상되고 있는가를 통해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인력 낭비를 제거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적합한 보상(성과제도)을 통해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통제지표이다.(한국토지공사의 경우) 단적으로 말해서 표준화된 공식적 노무관리 현장통제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내부경영평가의 결과는 개별 노동자에게 성과급과 인사고과제도 및 포상, 복지후생제도, 스톡옵션제도와 연계되어 자본주의적 경쟁과 분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는 발전에서는 2002년 파업 직후부터 추진되어 도입되었고, 도시철도, 서울지하철, 철도 등은 2, 3년 전부터 도입되었다. 다른 공공기관도 말할 것도 없다. BSC가 도입 후 2, 3년쯤 지나서부터 효과가 나타난다고 학자들도 말했듯이, 공공부문의 현장은 이미 기관별, 사업소별, 부서와 팀별 성과급제도로 인해 경쟁이 강화되었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구조조정의 기반이 되는 ERP와 BSC 및 직무분석에 대해서 정면으로 투쟁하지 못하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노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단순히 ERP제도, BSC 혹은 팀제 조직개편이나 인재양성 교육훈련제도 등이 개별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시장주의 수익화를 위한 신경영전략-구조조정 전략으로 공공부문 현장에 총체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구조조정의 결과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주도권을 완전히 파괴하고 ‘노사한마음 상생의식’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하지 않도록 의식화시키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활동가들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현장의 상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10%, 20%, 30%감원설이 떠돌아 다니자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은 갖고 있다. 이는 막연한 두려움과 무관심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한다.


“민영화, 매각 한다고 하면 즉시 투쟁하자! 그러나 민영화가 아니면 다른 건 조금 내어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명예퇴직 등은 최소한으로 수용하는 게 어떤가?”, “구조조정이나 민영화 자체는 막을 수 없으니 피해를 최소화하자” 등등.


일부 노동자들은 매각 이외의 문제, 즉 각종 구조조정에 대해서 투쟁하자고 하면 양보해서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지를 되묻기도 한다. 실제로 노동자들의 현장에서 투쟁하지 않도록 협상력을 잘 발휘해보겠다면서 당선된 현장간부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그동안 선택적 복지제도를 통해서 상대적인 물질적 혜택을 제공받아온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하다가 징계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현장정서에 편승해 있다. 4,5년 전의 정세와 달리 “지금 (‘귀족’ 공공 노동자들이) 사유화저지 투쟁을 한다면 국민적인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사유화저지 투쟁의 관건을 현장 투쟁보다는 여론에 있다고 보고 대국민선전을 강조한다. 물론 민심이 이명박 정권에게서 돌아선 지금이 사유화저지 투쟁의 적기라고도 제기한다.

한편에서는 내 사업장 매각 문제가 아니면 한숨 돌리자는 의견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공기업도 언젠가는 사유화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연대투쟁을 고민하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이미 공공부문의 현장에도 ERP, BSC와 성과급제, 팀제 조직개편과 직무 분석 등이 도입되어 구조조정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는 기술적인 기반이면서도 개별적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성과와 능력을 측정하고 직무가치 평가란 이름으로 경쟁과 능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연봉제 직능급과 직무급을 수용하게 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라는 이름으로 결국 노동의 가치를 평가하여 다른 직무노동에 대해서는 다른 임금보상이라는 차별을 합리화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착취, 정규직 노동자 간의 차별과 경쟁을 합리화시키는 임금직급체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을 개별화시켜 노동조합으로 집단화시키는 것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능력주의 성과주의 이데올로기는 결국 회사 살리기의 기조에 노동자들의 양보와 노사협조를 병합시키는 기능까지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대기업 노동귀족론, ‘신이 내린 공기업’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교섭주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결합되어 노동자들의 투쟁력은 약화되었다. 교섭과 양보를 강조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들은 현장주도권을 사측에 넘겨주고 성과급과 ‘선택적 복지’제도, 노사평화를 가져왔다. 투쟁을 회피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일부 정서를 명분으로 삼아 양보교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지도부들도 많다. 일부 현장에서는 민주노조가 노사화합행사를 거부했던 관행조차도 ‘정부가 노사화합, 노사관계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지표로 삼으니까’ ‘노사’라는 단어만 없으면 ‘한마음’행사 정도는 해주고 성과급을 받자는 정서도 존재한다. 결국 성과급이건 복지카드이건 편법적이라도 임금 인상이 된다면 다른 건 양보할 수도 있다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현장투쟁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더욱 일상적으로 현장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정작 투쟁을 해야 할 시기에 투쟁하라고 지침만 내린다고 현장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도철노조 기술본부처럼 지도부가 앞장서서 퇴출과 직제개편에 동의하는 경우 노동자들은 욕을 하면서도 지도부를 넘어설 의지를 갖지 않는다. 도철 노조 중앙지도부가 공사의 퇴출 구조조정을 거부하며 싸우는 역무본부를 오히려 몰아세우고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게 되어버린 현장에서는 회사의 경영성과가 곧 ‘나의 고용보장’ 혹은 ‘보상’과 연계되길 바라면서 일상적인 노사화합과 양보교섭을 통해 노사협조주의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일상시기에 노와 사가 인간적인 관계로 끈끈하게 만나는데 어찌 투쟁시기에는 충돌할 수 있겠는가.

현장의 노동자들은 보호의 대상도, 맹목적인 추종의 대상도 아니다. 실제로 역할과 실천의 내용들을 제안하고, 계급적인 투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전망을 제시해주는 것이 노동운동 지도부의 임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미 이명박 정권의 선봉에서 구조조정을 수행하고 있는 서울지하철이나 도시철도, 철도 같은 궤도사업장의 경우를 보면 이 ‘구조개혁’의 본질이 분명해 진다.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시절, 철도민영화와 고속철도/화물/수도권 전철 분리매각을 발표했다가, 한달 후에는 수도권전철 통합 후 민영화를 발표했고, 3달 후에는 자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등 자회사 아웃소싱을 가능하도록 구조조정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KTX를 제외한 철도 전 분야 민영화를 발표했다.

공통점은 경영혁신프로그램을 통해서 조직슬림화, 인력감축2), 근무제도 변경, 아웃소싱 자회사화, 직제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사합의를 거쳐야 하는 노동조건과 고용 관련된 사항이지만 공사측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서비스지원단, 마케팅요원 선발(특성화창구) 등의 명목으로 퇴출대상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발령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노조의 대응력이 형편없거나 현장에 대한 사측의 장악력을 다시 확인하면서 다른 직종들에게도 그동안 계획하던 무인매표, 1인 승무/무인운전, 차량 점검주기 축소, 차량분야 및 기술분야의 외주용역 확대, 분사화 등의 공격을 퍼붓고 있다.3)

문제는 이처럼 노동강도 강화와 고용불안, 안전의 문제와 직결되는 구조조정들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나는 이번에 퇴출대상에서 제외되어 다행이다’, ‘나라도 살아남자’, ‘다른 거라도 양보하자’라는 현장 정서를 이용해서 노동자들의 조직력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씩 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들어오던 구조조정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리고 노무현 정권에서 어느 정도 만들어진 비정규직 법 개악과 노동자들의 투쟁의 발목을 잡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해 전면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직권중재를 폐지하면서 새로 생긴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직권중재의 다른 이름으로써, 공공부문의 사업장들뿐만 아니라, 병원, 금융, 제조업 일부 등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파업을 해서는 안 되는 업무와 사람들을 지명하여(필수업무유지율은 대부분 80% 이상이며 사무직이나 근무하지 않는 교대조가 제외될 뿐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해고 징계는 물론 막대한 벌금과 처벌을 한다고 위협하고 노와 사가 일방적으로 신청해서 노동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알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겁을 주어 투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조합 조직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차라리 필수유지업무 대상으로 지목되어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5월 2일 지식경제부(전 산업자원부)가 노동부에 올린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지난 2003년에 올려서 2006년 비정규직 법 개악과 함께 개악되었던 노사관계 로드맵(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봉쇄하는 내용)의 2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002년 발전노조가 파업하기 전부터 정권은 대체인력을 양성하고 파업시 현장에 투입해서 파업의 효과를 무력화시켰다. 2006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이제는 파업 자체 규모를 대대적으로 통제할 뿐만 아니라 소수라도 파업에 들어갈 때에는 대체인력이 투입되도록, 그 후로도 군인들이나 퇴직자들을 대체인력으로 꾸준하게 양성해오고 있다. 투쟁을 준비하는 지도부는 이 문제를 파업투쟁의 걸림돌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는가 하면, 투쟁을 회피하는 지도부는 어차피 파업은 안 할 거니까,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아온 직권중재제도처럼, 더욱 악랄하게 부활한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해서도 대중적인 불법 파업투쟁을 통해서만이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대대적인 퇴출과 구조조정 지침에 대해서 투쟁의 정당성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것에 발목 잡혀 투쟁 지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도시철도 노조 지도부의 어용성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정면 돌파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우와좌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투쟁의 방향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퇴출예비단계를 인정하고 수당신설이나 승진을 요구하면서 명예퇴직 위로금 협상에 급급해 있는 것이다. 이는 구조조정과 생존권을 달리 인식하는 노사상생의식과 노사관계, 노정관계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1997년 경제위기로 공공부문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지나갔다. 그 후 발전노동자들의 파업 등을 거쳤지만,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고임금 노동귀족’으로 취급당하면서 대부분의 노조는 ‘일방적인 시행 보다는 노사 협의’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10년동안 일상적인 노사협의는 일상적인 노사협조로 변질되어 왔다. 현장에서 이미 일상적으로 노사 협의를 협조와 화합으로 변화시킨 노사협조주의세력들이 민영화 외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투쟁을 조직할 리가 만무하다.

공공부문 사유화의 문제는 직접적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와 함께 공공적인 성격의 생활수단들의 이용가격을 올려 모든 노동자 민중들의 생활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에 있다. 결국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해당 노동자들의 생존권이자, 전 국민적인 생존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에 대한 투쟁을 조직하고 확대시키는 것은 먼저 인식하는 자들의 몫이다.

민주노총은 공공운수연맹 사업장들과 보건의료노조, 언론노조, 사무금융연맹, 전교조 등을 중심으로 사유화저지 공투본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 공투본 집회는 전국에서 사유화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4만여 노동자들이 모였지만 집회규모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었다. 이렇듯 민주노총 지도부는 광우병 촛불집회 조차도 전면적인 FTA반대 투쟁과 결합시키지도 못하고, 공공부문 사유화 및 구조조정 저지라는 노동자 투쟁과도 결합시켜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산하 공기업 노조들과 함께 통폐합에 대응하는 사유화저지 추진위를 꾸렸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대응은 정책연대, 이명박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상대로도 끼어주지 않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야속함의 표현 이상은 아니다. 단순하게 이명박 정권을 압박하여 조직적 대표성을 인정받고 민영화를 유보시키는(대신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6,7월 투쟁 혹은 11월 투쟁은 결국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을 분리시키고 구조조정을 수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1997년 경제위기 시에도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세력들은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개혁차원에서 필요하므로 구조조정에 대응할 게 아니고 그 후 고용불안이 생기면 대응하자는 ‘민주적 구조조정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도 현장에서는 다르지 않다. 사기업 현장에서도 이들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은 구조조정을 수용하면서 고용안정 투쟁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도 ‘방만한 공기업 경영’이라는 자본가 국가의 논리를 도입해서 공기업의 ‘수익경영’과 구조조정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구조조정 자체가 사유화의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투쟁의 의지를 갖추고 전략적인 사업장들이 공동투쟁의 논의를 모아나가야 한다. 가스와 철도, 발전과 궤도사업장 노조들이 공동투쟁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발전노조를 남기고 투쟁을 접었던 가스공사노조와 철도노조, 그리고 2004년 합법파업만 주장하다고 파업을 철회한 서울지하철노조와 궤도사업장 노조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같이 투쟁할 데가 없다고 해서 당하면서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지금은 결과적으로 투쟁이 밀리더라도 우리의 투쟁 기조가 유지되고 계속 불씨를 남겨서 주체를 모아내면서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지금은 더더욱 사유화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통해서 이명박 정권의 자본살리기 정책을 분쇄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위기로 몰고가야 한다!

자본과 국가는 총체적으로 심화되는 위기에서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추구하는데, 노사협조주의, 교섭주의 세력들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살아날 궁리를 하고 있다. 이 또한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처럼, 노동자들의 체제내적 투쟁, 조합주의 노동운동의 모순이 아니겠는가!

사유화의 과정으로서 구조조정! 사유화 이후의 구조조정! 이 모두에 대응해야만 노동자들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사회적인 생존권도 지켜나갈 수 있다.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 확보 투쟁은 결국 자본주의가 점점 위기로 치달아가는 이 순간에는 더더욱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계급투쟁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 투쟁이 하나의 기업과 체제의 테두리에서 ‘지불 가능한’ 수준에서 요구하는 경제주의 투쟁은 이제 어떠한 성과도 낼 수 없다. 자본은 심화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폭적으로 전가함으로써만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위기에서 4대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졌고,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넘치도록 진행되었다. 또다시, 세계적인 공황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눈앞에 닥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야를 깨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경제적인 것에서 시작할지언정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것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상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적자경영 공기업’을 ‘흑자경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제살 깍아먹기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앞장 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뒤에 대기하고 있는 전체 현장의 구조조정과 노사화합 협조주의와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자본에 맞서 전체 노동자들이 계급적인 의식과 결의를 가지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존권 사수투쟁과 구조조정 분쇄투쟁으로 자본의 위기를 더 촉진시키고, 그 위기를 우리의 것으로 역 이용하여 정치적 성장과 세력화로 나아가야 한다! <노사과연>


1) KT의 경우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하여 강제퇴직 일지를 작성하게 하고 업무량 실적이 적다고 타박주면서 퇴직을 강요하고 집과 가족들까지 찾아가서 협박했다. 그래도 명퇴를 거부하자 원거리 전보 발령을 낸다고 협박하고, 명퇴거부자 지원팀에서 수시로 새로운 업무 교육 명목으로 압박하면서 명퇴를 강요해 결국 견디다 못한 노동자가 명퇴를 ‘자원’하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 도시철도공사는 작년부터 추진해온 창의조직 프로그램을 지난 2월 1일 파업 철회와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에 대한 화답으로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노동자들의 절반가량인 3357명을 전보배치하면서 그 중 844명의 기술과 역무 노동자들을 자리도 없는 퇴출부서로 발령 냈다. 서울지하철공사 역시 작년부터 추진해온 창의경영프로그램으로, 3800여명의 인사발령을 강행했고, 2010년까지 2088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 하에 314명을 퇴출프로그램 직제로 발령 냈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 간부들에 대해서 직위해제와 고소고발, 전임자 불인정 등으로 노조 탄압까지 행하고 있다.


3) 기술관리직 조합원에 의하면, 기술직능의 경우 이번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PDA가 도입되어 개인의 실시간 실적이 감시되고 성과 인사고과로 이용될 것이며, 직종 통합으로 다기능화가 추진되며, 창의조직이라는 것을 통해 결국 현업은 중장기적으로 분사하고 중간조직은 폐지시킬 것이라고 한다. 담당해야할 구간과 업무가 1.5배 이상 증가되고 업무수행 중의 사고 위험과 신속한 조치가 부족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복구 지연은 결국 시민의 불편과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유지 보수와 점검 불량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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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영 | 회원, 현장활동론 세미나팀장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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