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멀티플 미디어세상

[미디어 관련법 진단](3) - 인터넷멀티미디어법

문방위 격전의 현장, 그런데 왜 싸우지?

지난 16일 열린 미디어행동의 주요 활동가와 민주당 문방위원들과의 간담회 자리.

전병헌 의원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사이버모욕죄에 대응해서 사이버인권법을 만들어 대항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대안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이나 대책을 내 놓으면 (미디어 관련법이) 개정 흐름으로 가 전선이 혼미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정세균 대표는 “의석수 작다고 깔보지 말라, 결심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문방위원들은 우리당의 최고 엘리트로 포진했다. 실력에서 전투력까지 최정예를 문방위에 배치했다”며 ‘언론장악 7대악법’ 저지를 자신했다.

과연 그럴까. 어쨌든 17일 국회 문방위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열리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예산안이나 한미FTA 비준처럼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시나리오부터 문방위, 법사위, 본회의의 수순을 밟아 처리하는 방법까지 모두 가능하다. 물리적 조건으로만 본다면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통과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웬 실력에다 웬 전투력.

어쨌든 민주당과 미디어행동의 공조로 일단 국회 안팎의 대응체제가 구축됐다. 민주당은 미디어행동의 지원을 다분히 반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삼는 분위기다. 내심 어떨까. 미디어 관련법이 통과되면 초래될 2-3년 후, 또는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 상상이나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한미FTA가 비준되면 미디어 관련 조항도 적용될 텐데 미디어 관련법과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는 무엇으로 설명 가능할 지도 궁금하다.

미디어행동은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민주당을 압박해 ‘결사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7대악법’에 해당하는 언론 구성원 당사자들의 저항이 미비하다. 쉽게 말해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상층 연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차제에 저항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7대악법’이라는 정치적 선동보다 왜 악법인지를 차분하게 짚어가며 사회적 공분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미디어 관련법 진단 세 번째 순서로 ‘인터넷멀티미디어법’ 개정 내용을 살펴본다.

인터넷멀티미디어법, 국내외 자본 진입 규제 사실상 철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인터넷멀티미디어법)을 대표 발의한 구본철 의원은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산업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현행법 상의 대기업, 신문.뉴스통신 및 외국자본의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 컨텐츠 사업에 대한 겸영 또는 주식.지분 소유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대기업, 신문 또는 뉴스통신은 종합편성.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컨텐츠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안 제8조제3항),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츠사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출자 또는 출연을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제9조제2항) 내용이 요점이다.

현재는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와 그 계열회사(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또는 신문(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그리고 뉴스통신을 경영하는 법인(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은 종합편성 또는 보도 전문편성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컨텐츠사업을 겸영하거나 그 주식과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종편.보도PP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 금지를 2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모든 자본에 대해 지상파의 20%까지, 종합편성.보도 PP는 49%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IPTV법 개정, 워낙 불 난 데다 기름질 한 번 더

통상 IPTV를 차별화된 초고속광대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디지털영상서비스, 양방향 데이터서비스 및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TV를 통해 제공하는 방송과 통신간의 대표적 융합 서비스라고 정의한다.

풀어쓰면 이렇다. 기존의 미디어와 통신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고, 인터넷이 발달해 지상파 등 기존 방송의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방송사업자를 원하는 자본이면 제한없이 돈이 되게 하면서 사회구성원의 향유는 지불능력에 따라 구분하고, 참여는 수동화시킬 수 있는 융합 서비스.

모법은 2007년 12월 28일 통과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모법은 실시간 방송에 대한 규정이 중심이나 핵심인 VOD 서비스 규제나 공공적 요소를 안배한 흔적이 없다. 장애인을 위한 수화와 자막방송 등의 비율 적용 규정, 사회구성원의 미디어 참여의 권리를 위한 퍼블릭엑세스 규정도 없다. 모든 컨텐츠 배치와 메뉴 구성 권한은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주어진다.

IPTV는 인터넷 정보전달방식을 이용한 가입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폐쇄형 네트워크로, ‘지불한 자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불능력에 따라 이용자의 정보 격차가 커질 것이 뻔하다. 컨텐츠의 공공성, 플랫폼의 공공성, 개인정보보호, 이용자와 시청자의 권익 등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 이처럼 IPTV는 기존의 모든 미디어를 사실상 통폐합하지만 언론이 갖는 공공적 요소는 배제하고, 산업적 측면만을 강조했다는 평가다.

채널은 무한대가 되는데 사업자만이 배타적으로 소유와 운영의 권리를 행사한다. 미디어의 주요 구성원인 시민의 참여는 기존의 방송보다 더 배제된다. 기존 방송의 참여의 권리도 세 발의 피 수준이었는데.

누구나 참여하고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미디어의 보편적 권리는 이상일 뿐이고, 아래로부터의 참여와 다양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각종 사이버 통제법과 연결되면 참여와 다양성은커녕 감시와 통제의 파시즘적 문화가 판을 칠 형편이다.

방통위는 자산 총액 10조 원 미만의 자본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올해 내내 저울질 해왔다. 이렇게만 적용해도 LS, 동부, 대림, 현대, 대우조선해양, KCC, GM대우, 현대건설, 동국제강, 효성, 동양, 한진중공업, 대한전선, 현대백화점, 영풍, 이랜드, 코오롱, 웅진, 하이트맥주, 부영, 세아, 동양화학, 태광, 삼성테스코, 미래에셋 등이 포함된다. 자산 규모 10조 원을 살짝 넘는 미디어계 재벌 CJ도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방통위는 자산총액을 20조 원으로, 30조 원으로 어떻게 늘려볼 수 없을까 절치부심했다. 그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지난 12월 3일 이 논란을 한 방에 잠재웠다. 국내 모든 자본, 외국의 모든 자본이 방송사업자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

삼성, 현대, SK, LG도 마음먹기에 따라 IPTV의 사업자가 될 수 있고, 한국의 미디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 자본도 진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3일 “방송 통신이 융합하면서 공중파를 통한 지상파 방송에서 케이블 TV로 (방송이) 전환했다. IPTV로 전환되면 채널수는 무궁무진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상용화되는 것이 400-500개 될 것이다. 100% 가깝게 IPTV 통해서 보게 되어 있다. 칸막이는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융합 환경을 소개했다.

사실상 자본 진입을 금지해온 규제를 49%로까지 열은 데 대해서는 “절대 지배 주주는 안 되면서 운영 주도권을 가지게 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상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엄청난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다채널 시대엔 메리트가 없어진다. 대기업 신문사들도 지상파 진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수현, “자본-정치-언론 삼각체제 구축된다”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법 개정안의 요점에 대해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방통위가 10조 원 미만 기업이 지상파와 종편.보도 PP를 할 수 있도록 해놓고 기업을 만나보니, 기업들이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그 이야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수현 정책실장은 “정병국 의원의 말대로 재벌과 신문을 하나로 엮는다 했으니 그게 맞을 것”이라고 말하고,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은 충분히 할 거다. 삼성이 하면 국민이 가만 있겠냐고 하지만 국민이 가만있지 않으면 어떡할 거냐. 삼성이 20%, 중앙이 49%를 가지면 삼성재벌방송이 생기는 거다”라며 법안 개정 후 재벌방송 탄생을 기정사실로 내다봤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100% 자회사인 중앙방송은 Q채널, 히스토리채널, J골프, 카툰네트워크 채널 등을 운영중이다. CNN, 워너브러더스 등을 자회사로 둔 타임워너의 자회사인 터너브로드캐스팅은 중앙방송의 지분을 인수하고 개편을 추진중이다. 현 방송법상으로는 PP에 대한 지분투자가 49%까지만 가능해 터너의 중앙방송 지분율이 49%를 넘지 않지만, 한미FTA가 비준되고 3년이 지나면 100%까지 외국자본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종편.보도PP로 나갈 것이란 게 공공연한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CJ, 중앙일보의 컨소시엄과 함께 현대와 현대백화점(HCN), 문화일보의 컨소시엄도 거론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방송 진출을 본격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지상파를 노리기보다는 종편.보도전문채널 PP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가 종편 채널 신규 승인 의지를 뚜렷이 하는 데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한이 없다. 종편.보도채널 사업자로는 케이블방송에 진출해 있는 태광그룹(티브로드)과 CJ(CJ헬로비전), 현대백화점(HCN)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미디어 관련법의 종합 성격을 물었다. 채수현 정책실장은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을 키워드로 풀어 말했다.

“언론을 철저하게 산업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거죠.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말하고 언론특위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다 최근 미디어산업발전특위를 구성했다. 언론을 미디어산업으로 바꾼 거다. 국민에게는 경제살리기를 계속 선전선동하면서 저항을 받지 않고 이 법안을 바꾸려는 계획이다. 미디어를 시장에 다 내몰고 산업자본에게 소유권을 내주는 것이 핵심이다. 자본은 이익을 얻기 위해 법과 제도를 요구하는데, 법을 바꾸는 건 정치권력이 한다. 정치권력은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므로 다시 자본을 찾게 된다. 언론장악 7대법안은 언론권력까지 주는 거다. 완벽한 삼각체제가 이루어지는 거다.”

계속해서 채수현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이 모두 개정되면 1%의 삼각체제가 구축되고 99%의 시민의 목소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이 언론권력까지 장악하게 되면 일본 자민당과 같은 장기집권 구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각체제 안에 있는 계층은 우리 나라의 1%이다. 99% 시민의 삶과 이야기, 목소리는 어디로 가겠나. 우리 나라 언론에서는 곧 사라질 것이 뻔하다. 소규모 언론을 주목할 수 있겠지만 소규모 언론 지원도 다 바꾼다. 신문발전기금. 지역발전기금 삭감하고, 코바코 해체해서 지역방송, 종교방송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재벌 중심의 방송 환경이 구축되면 보도권력을 이용해 광고 대부분을 끌어갈 거다. 나머지 중소신문과 지역 방송들은 취약한 재원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연적으로 정치권력에 한 발짝씩 다가갈 수밖에 없게 된다. 여론의 다양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지역여론도 다 사라진다. 한나라당이 자본권력을 업고 언론권력까지 묶어 유리한 언론환경을 완벽하게 조성하게 되면 일본의 자민당 처럼 3-40년 집권 구상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거다.”

지금 미디어 당사자들은 문방위 공방을 무슨 생각으로 시청하고 있을까.
2-3년 후 미디어공공성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자본이 지배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민의 미디어 권리란 과연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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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 IPTV법 , 미디어 , 미디어공공성 , 멀티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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