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편견 1

[경제 무식자들(3)] 자본주의가 성과에 따라 보상? 자본주의 변호론자들의 사기

[지난 이야기]
청년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자영업자들 모두 헬조선이다, 이 나라에서 죽네 사네 하는데, 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독점 재벌과 대자산 계급을 잡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요. 하청 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 조건은 재벌 대기업들하고 하청 기업들 간의 수탈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있는 길이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규제라도 강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대기업들이 높은 수탈 이윤을 얻지 못하도록 하청 계약 등에 국가가 법령을 통해 개입해서 하청 기업 노동자들 임금을 높여 준다든지 해야죠. 그럼에도 중소기업이 정말 지불 능력이 없으면 국가가 중소기업 노동자들한테 임금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어요. 대기업들, 자산 계급, 대기업에 고용돼 있는 고액 노동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해서 그 세금으로 하청 노동자들 임금을 보전하고 각종 사회보장을 할 수 있죠.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예요. 그 취약한 경쟁 조건을 보호하고 지원해 주려면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과 대자산 소유자들을 잡아야 해요. 골목 상권 보호나 임대차 규제, 임대료 인하, 이런 것들을 요구하잖아요. 모두 재벌과 부동산 소유자를 규제하는 문제죠.
그밖에는 우리나라가 헬조선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없어요.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것들이거든요. 이런 걸 안 건드리고 생존 조건이나 임금 조건을 개선할 수 있냐. 절대로 못 해요.


자본주의적 경쟁 원리와 사회주의적 보상 원리

경제 무식자 학교 다닐 때 사회주의에 대해 배우면 꼭 등장하던 일화가 텃밭 이야기였거든요. 사회주의 국가에는 공동 텃밭과 개인 텃밭이 있는데, 인간은 이기적이라 공동으로 경작하는 텃밭에서는 열심히 일을 안 하고 개인 텃밭만 열심히 가꾸어서 결국 공동 텃밭은 망해 버렸다고. 이렇게 인간 욕망을 부정한 게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망하게 된 이유라고요. 사유 재산 제도를 옹호하려고 만들어 낸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당시엔 들으면서 일리가 있다고 느꼈어요.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동일하게 분배하는 체제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려고 할까 싶고요.

김성구 그건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곡해하고 악성 선동하는 겁니다. 사회주의하에서도 성과의 차이 즉 노동의 질과 양의 차이에 따른 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성과의 차이에 관계없이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건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것이죠. 공산주의의 낮은 단계인 사회주의에서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노동에 따라 분배받는’ 원리가 지배하죠.

경제 무식자 엇. 사회주의랑 공산주의가 다른 거였나요? 학교에서는 구분 없이 배웠던 것 같은데. 둘의 차이는 뭔가요?

김성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이행되는 과도기들이 있거든요. 사회주의 혁명 직후부터 사회주의로의 이행기, 그리고 사회주의에서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가는 이행기 말이죠. 전자의 이행기에는 사회화된 재벌 부문과 국가 부문 등 사회주의 부문 외에 여전히 중소 자본이나 소농 경제 같은 자본주의와 상품 경제가 광범위하게 잔존하고 있죠. 여기서는 자본주의와 상품 경제의 범주가 부차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이윤, 임금, 경쟁, 등가 교환의 원리, 이런 것 말이죠. 후자의 이행기에서는 자본 관계와 이윤은 지양되지만 여전히 분업과 상품, 화폐 경제의 범주는 지양될 수 없습니다. 사회주의의 생산력은 모든 사람의 풍요를 위해서는 아직 불충분하고 사회주의 계획도 불완전하기 때문이죠. 사회주의 부문의 전반적 지배로 인해 상품, 화폐의 성격이 크게 탈각되긴 하지만, 사회주의 계획 경제의 운용을 위해 상품, 화폐 범주가 보충적으로 사용되는 겁니다. 사회주의하에서 생산력이 한층 발전하고 계획 경제가 완전하게 운용되면 마침내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로 이행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 비로소 상품, 화폐와 등가 교환의 원리, 그리고 분업과 계급, 노동의 차이 자체가 지양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가 실현되는 거죠. 여기서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됩니다.

경제 무식자 서, 선생님… 저, 절반도 이해를 못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쨌든, 사회주의를 거쳐서 공산주의로 간다는 말씀이신 거죠…?

김성구 요컨대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 사회로 이행하기까지의 과도기, 즉 사회주의로의 과도기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단계에서도 부차적이지만 상품, 화폐와 등가 교환의 원리가 작용하고, 그에 따라 노동의 차이에 따른 분배의 차이가 불가피하단 얘기예요.

경제 무식자 그럼 사회주의에도 불평등이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사회주의 쫌 별론데요. 저희 세대는 경쟁과 격차라면 좀 지긋지긋하거든요.

김성구 그렇다고 이게 자본주의 사회와 같지는 않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에게는 성과 보상의 원리가 전일적으로 작용해요. 시장에서는 노동의 질적 차이나 양적 차이가 있으면 임금의 차이로 나타나잖아요. 그게 절대 법칙이죠. 바꿀 수가 없어요. 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에 따른 분배, 성과 보상의 원리를 채택한다 하더라도 전일적으로 지배하지 않아요. 그건 부차적인 겁니다. 이 사회는 과도기 사회이고 미래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로 넘어가면 노동의 차이가 다 해소돼야 하기 때문에, 성과 보상의 원리도 과도기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보상 원리가 그대로 작동되는 게 아니라 소득과 분배의 많은 부분이 국가의 집단적 소비 기금에 의해 보충돼요. 노동력의 질이 나쁘고 노동 시간의 기여가 적은 사람들은 무조건 자기가 일한 대가만 받는 게 아니에요. 이미 사회주의 경제가 건설돼 있기 때문에 국가가 막대한 재정적 토대를 갖추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주택이라든지 교육, 의료, 노후 보장, 이런 것들을 국가가 뒷받침해 주는 거죠. 여기는 노동에 따른 분배와 성과 보상의 원리가 아니라 무보상, 비보상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결국 제한된 범위 내에서 노동자들의 성과 보상의 원리가 작동되는 거지요.

경제 무식자 교육, 의료, 노후 보장 같은 것은 자본주의 사회도 어느 정도 되지 않나요?

김성구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오늘날은 노동자들이 받는 직접 임금 외에 간접 임금 즉 사회 보장 급여가 있죠. 사회 보장 정책을 통해 직접 임금을 보충하거든요. 여기서도 성과 보상의 원리가 작동되는 게 아니고 국가를 통한 연대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 소득 재분배를 이루는 거예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이 무보상, 비보상, 연대의 원리가 자본주의와 비교해 결정적으로 더 강화되는 거죠. 그리고 성과 보상의 원리는 그만큼 약화됩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 간의 노동의 차이, 분배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죠.

자본주의가 공정하다는 허상

경제 무식자 사람들은 경쟁과 보상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잖아요. 성과에 따른 보상이야말로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공정한 분배 원칙이라고도 하고요.

김성구 자신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게 자본주의의 공정한 분배 원칙이라고 주장들 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는 사실 진정한 성과 보상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요. 성과 보상의 원리는 노동 소득에 대해서만 적용하죠. 자산 소득은 성과 보상의 원리가 아닙니다. 자본주의 변호론자들이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대중을 기만하고 현혹하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공정하게 자기가 노동한 대가, 생산에 기여한 대가로 성과를 보상받는다, 공정한 사회다, 이런 식의 선동을 하지만, 실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 소유 계급은 노동을 안 하고 그냥 불로소득을 받아요. 자산 소유자들은 이자 받고 배당 이윤 받고 임대료 받고 살잖아요. 이건 자기들의 생산 활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그냥 소유에 대한 대가거든요. 근데 노동자들의 근로 소득은 생산에 기여한 대가예요. 여기는 성과 보상의 원리가 작용하죠.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예요. 그런데 자산 계급들에게도 마치 노동자들의 성과 보상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처럼 자산 소득을 정당화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변호하고 합리화합니다.

경제 무식자 그러네요. 그 사람들 말처럼 성과 보상의 원리가 진짜 제대로 작동했다면 우리 모두의 소원이 건물주가 되진 않았을 텐데. 그럼 사회주의가 되면 이런 불공정한 상황은 없어질까요?

김성구 사회주의 사회로 가면 자산 소유에 근거해 이윤을 착취하거나 이윤의 분배에 참여하는 계급이 없어져요. 처음에 혁명을 해서 재벌 부문이 사회화되면 재벌 계급이 일단 없어지고, 그 다음 단계인 사회주의로 들어서면 자본가 계급이 없어져요. 그럼 성과 보상의 원리만 남잖아요. 이제 소유 계급, 자산 계급이 없어져 버리니까 불로소득이 없어지는 거예요.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주의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죠. 하지만 사회주의하에서 아직 미래 사회로의 이행이 완료된 게 아니기 때문에, 성과 보상의 원칙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노동자들의 생산에 대한 기여의 차이, 거기에 따른 보수의 차이, 불평등, 이런 걸 용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산주의적 인간이 아직 아닌데 보다 높은 노동 성과를 내고도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는다면, 생산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기여하려 하지 않겠죠. 이 사람들에게 생산의 기여를 끌어내려면 그런 인센티브나 차이를 줘야 해요. 그래서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아직 그런 차이가 남아 있는 거죠.

경제 무식자 아, 그래서 사회주의를 종착지가 아니고 과도기라고 하는 거군요.

김성구 사회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만들고 사회주의적 기업이 창출됐어도, 공산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생산력의 발전, 자발성, 창발성, 이런 것들이 완전하게 실현, 성취된 단계는 아닌 거죠. 그 단계에서는 개개인이 완전한 공산주의적 도덕성을 가지고 생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물질적인 자극, 즉 노동의 차이에 따른 보수의 차이가 필요한 시기예요. 사회주의란 결국 한편에서 대중의 자발성을 동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물질적 자극을 통한 성과 경쟁을 도모한다는 모순적인 방식의 결합 속에서 생산력의 일층의 발전과 개개인 인격의 전면적 발전 그리고 완전한 계획을 도모하는 거죠. 물론 전자의 방식이 고양되고 후자의 방식은 약화, 소멸되는 과정을 통해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로 이행합니다. 참 어려운 과제죠.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근본 이유의 하나도 이 과제에서 실패한 데 있어요.

경제 무식자 그럼 공산주의 단계에 이르면 경쟁도 없고 성과에 대한 보상도 없어지는 건가요? 전 좋지만, 분명 또 누군가는 그런 사회에서 누가 노동을 하려 하겠냐고 반론할 것 같아요.

김성구 공산주의의 높은 단계에 이르면 노동의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하고 모두를 위한 풍요로운 사회로 이행되면, 노동은 단지 생존 수단을 넘어 그 자체가 생활의 일차적인 욕구가 된다고 하죠. 이제 노동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는 말입니다. 그때는 사람들이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성숙해서 사회의 계획이라든지 사회적 재생산의 여러 문제들을 다 이해하고 사회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협력해 갈 수 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더 일하고,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됩니다. 사회주의 사회는 그런 단계는 아니에요.

경제 무식자 …지금 자본주의를 보면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사회가 올까 싶어요.

김성구 이 단계로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어요. 정말 그런 사회가 도래할지. 유토피아 같다는 생각도 들죠. 아무튼 그 과정 중에 사회주의 경제가 그렇게 실험을 하는 거예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천이 필요한 것이죠. [주간 워커스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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