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해결하는 의원이 될 거예요”

이정미 의원, 강기갑의 열정과 심상정의 냉정을 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의정 활동의 모델로 강기갑과 심상정을 꼽았다. 정반대 의정 활동 스타일의 두 사람을 꼽은 건 강기갑의 열정과 심상정의 냉정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이 의원은 ‘하나라도 해결하는 의원’이 되겠다고 했다. 오랜 진보 정당 활동에서 배운 나름의 의정 철학인 듯했다. 온갖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진보 정당 의원실 문을 두드렸고 많은 진보 정당 의원은 항상 노동 현장으로 달려갔다. 19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그걸 적극 받아안았다. 하지만 40여 명의 의원이 달라붙은 을지로위원회조차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진 못했다. 많이 달려가긴 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은 그걸 간파한 것 같았다. 그는 국회 환노위를 맡은 의원이 이뤄야 할 목표를 정확히 봤다. 그런 면에서 이 의원은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심상정의 냉정함에 좀 더 기우는 듯했다. 사실 이 의원은 의원이 된 후 현장성이라는 열정을 더 채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노동 사회 운동 현장에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의원이 되기 전엔 다들 현장에 온 줄도 몰랐다. 이제 노동자들은 그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 대부분의 노동, 사회 단체 현안엔 그가 있다. 워커스는 이정미 의원을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인터뷰하러 간 날도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이 의원을 찾아와 있었다.


인터뷰 직전 유성 범대위를 만났는데요
5년째 싸움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광호 대의원이 돌아가셨잖아요. 19대 국회 때도 문제 제기가 됐는데 해결을 못 하고 넘어간 사안이라, 20대 국회 환노위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청문회도 하고 노조 탄압 배후도 밝혀 처벌도 하면서 조합이 정상화되도록 국회와 노조가 함께 잘 해결해 보자는 만남이었어요.

유성기업 관련해 환노위에선 어떤 대응을 할 예정인가요
다른 야당 위원들과 상의해 청문회든 국정 조사든 논의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체불 임금 같은 명백한 부당 노동 행위를 노동부가 빨리 해결하도록 하고요. 복수 노조가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도록 법 개정 사안도 꼼꼼히 볼 생각입니다.

당선 후 만난 분 중 가장 인상이 남은 분이 있다면요
노동 현안이 굉장히 많은데요. 충격적이었던 게 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증언대회였어요. 조선 산업 노동구조가 비정상의 극치를 달리고 있잖아요? 물량팀이 어렵다는 이런 얘기를 얼핏 듣긴 했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들으니 너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물량팀장이 돈 받아서 떼먹고 도망가는 건 일쑤고, 임금체불은 상시적이에요. 거기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일자리 잃고 흩어지는 분들이에요. 먼지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어서 제가 먼지 같은 존재라고 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굉장히 고민이 듭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나요
당 차원에서는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10대 법안을 준비하고 있어요. 쉽게 정리해고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고, 숙련 노동을 잘 보호해야 합니다. 고용 정책만 보는 게 아니라 산업적 측면도 조선 산업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설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또 하청 전체를 다 없앨 수 없다면 당장 물량팀(재하청 임시직 집단)을 1차 하청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라도 정비해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노동사회 단체와 접점을 늘리는 것 같은데 전략이 있는 건가요
우리 전략에 변화가 딱히 있었다기보다 그전까지는 여력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 이전에도 많이 다녔거든요. 그런데 의원이 아니다 보니 와도 왔다고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웃음) 다들 인사도 안 시켜 주시고. 사실 진보 정당은 백(지원군)이 필요하잖아요. 우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은 사회 세력이에요.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운동 세력이 우리를 단단하게 받쳐 줘야 하죠. 그런 점에서 진보 정당이 사회 운동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은 태생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노선이 아닌가 싶어요.

환노위를 택하셨는데 다른 분 중에서 하겠다는 분이 계셨나요
윤소하 의원님이 엄청나게 하신다고 했죠. 그래서 저는 1순위도, 2순위도, 3순위도 환노위니까 윤 의원님은 다른 거 하시라고 했어요.(웃음) 노회찬, 심상정 대표는 법사위, 정무위 가시고, 다른 두 분은 자기 전공이 있으시고, 환노위, 보건복지위는 당의 정체성을 놓고 봤을 때 꼭 가야할 상임위라 ‘저는 무조건 환노위 갈 테니까 윤 의원님이 복지위 하세요’ 했어요.(웃음)

환노위를 고집한 배경이 있다면
뿌리를 정확하게 내리는 당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뿌리는 일하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진보 정당이 몇 번 분당을 겪으면서 정치가 우리를 대변할 거란 기대를 많이 버렸잖아요. 그러면서 노동권이 더 나빠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보 정당이 노동을 대변하기에 부족하고, 노동도 진보 정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약화하면서 노동권 전반을 약화한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발밑을 노동의 기반 위에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봐요.

사실 19대 국회 환노위는 심상정 대표 외에도 장하나, 은수미 같은 스타 의원을 배출했습니다. 두 분 다 강한 현장성에 기반해 인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가요
저는 하나라도 해결하는 의원이 될 거예요. 이정미가 있어서 노동이나 환경 쪽에 뭔가가 진짜 개선됐다, 하나라도 해결됐다, 이런 말을 듣는 의원이 되고 싶어요. 현장에 열심히 다녀서 많이 듣고 함께 목청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분들이 거기 와서 같이 구호 외쳐 주는 것을 원할까 아니면 한꺼번에 다 바꿀 수는 없더라도 하나라도 제대로 바꿔 주기를 원할까 생각하면 후자를 더 기대할 거라고 봐요.

노동 문제는 현안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압력을 가해야 할 곳이 있으면 해야죠. 출마할 때부터 ‘이정미가 움직이니까 뭐라도 하나 해결됐다’는 소리를 듣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노동부 장관 앉혀 놓고 들이받고, 속 시원하다 그런 것도 필요해요. 근데 그래서 그다음에 뭘 바꿨느냐 이게 없으며 안 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도 엄청 쫓아다니면서 설득하고 설득해서 만들어 낼 거예요.

정의당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아직은 부족하단 생각도 드는데요. 민주노총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 예정인지
아직 진보정당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민주노총 안에서도 지지하는 진보정당이 여러 가지 다 보니 ‘정의당을 지지해 봐’ 이렇게까지는 안 될 거라고 봐요. 다만 민주노총이 제도권에서 해결할 많은 부분을 정의당을 통해 대변할 수 있다는 확신과 약속을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당선 되고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면회를 제일 먼저 갔어요. ‘너무 죄송하다. 국회에서 노동 5법을 반드시 막겠다’고 약속했어요. 민주노총 간부들 만나서도 중요 현안에 제 몫을 어떻게 할지 많이 말씀드렸어요. 신뢰란 게 하루아침에 말로 되는 건 아니지만 원내에서 정의당이 하는 정도면 정말 최선을 다하는 민주노총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제가 꼭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할 거예요.

국회선진화법으로 소수당에 오히려 한계적인 상황이 됐는데요. 만일 민주당이 여당과 노동악법을 타협하면 어떻게 막을 생각인지
민주당이 타협하면 20대 총선민심을 부정하는 거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야당들과 법안을 막기 위해 상당한 소통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고요. 그렇게 해서 혼자 싸울 일이 없도록 해야죠.”

환노위 대응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공부를 엄청 많이 합니다. 환경 쪽 보좌관은 심상정 의원실에 있던 박항주 보좌관이 왔어요. 워낙 오래 환경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환경을 보는 철학, 화학 물질, 4대강, 미세 먼지 등 시리즈로 계속 공부하고 있고요. 노동은 19대 때 이인영 의원실에 있던 이용규 보좌관이 오셨는데요, 이인영 의원이 환노위 간사였기 때문에 두루두루 네트워크도 많고 고민도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리고 성과 연봉제와 구조조정 문제도 단순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산업 정책과 경제 구조를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성과연봉제는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공부까지 하시나요
국회에서 제가 할 일은 성과연봉제가 공익적 관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연구하고 토론하고 알리는 게 제 몫이라 생각이 들어요. 그걸 준비하고 있어요. 성과연봉제가 실행되면 옆자리에 전화벨이 울리는데 내 업무가 아니니까 그 전화는 받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서로 성과 등급이 결정되는 거잖아요. 민간 기업이면 저놈 밟고 내가 올라선다 이러면 되는데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이런 식의 경쟁구도가 그대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안전 문제 관련해서도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낮게 등급이 매겨져야 내가 살아남기 때문에 내 영역 안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경을 안 쓰게 되고요. 이러면 국민 안전 문제에 직결한 몇몇 공공기관 같은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이게 등급을 매기잖아요. S등급부터 A, B, C, D 해서, D등급은 퇴출한다는 거예요.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일정하게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포장돼 있지만 궁극적으로 퇴출제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하는 과정으로 가게 되죠. 특히 공공기관의 성과를 매기는 주체가 누구냐는 건데요. 대부분 낙하산으로 온 사람들이고 전문적 경영과 상관없이 윗선에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따라 퇴출 대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현장이 망가지게 됩니다. 또 퇴출제가 되면 노동부 장관이 실토한 것처럼 곧바로 민간 기업까지 확산해서 정리해고를 구조화하는 방향으로까지 간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국민에게 전혀 이롭지 않고 한편에서는 정리해고를 기업 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을 선도적으로 공공기관이 먼저 유도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거죠.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차근차근 진보정치를 해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진보 정치의 상이 있다면
당이 어려울 때 불러 일을 많이 한 케이스인데, 그 안에서 부딪히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예전에 가졌던 정당에 대한 인식이 교정되고 변화했다고 할까요. 예전엔 사회를 바꾸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정당을 바라봤다면 지금은 정당 자체가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유력한 것이라 보고 있어요. 예전에 많은 정파 조직이 그랬던 것 같아요. 정파 조직마다 자기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의 일부를 정당에 전술적으로 갖고 와 끌고 가려 해서 진보 정당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정당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정파가 정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그 자체가 세계를 변화해 나갈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정당을 바라봤기 때문에 정당의 실패가 계속된 거예요.

진보 정치인으로 존경하거나 배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강기갑과 심상정을 얘기해요. 강기갑 전 대표는 저에게 정치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소명 의식 같은 걸 심어 준 분이에요.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진정을 다해 대하고, 그 진정을 다 하는 게 나에게 조금 손해로 오더라도 피하지 않는 태도를 가르쳐 주셨어요. 정치하려는 사람에겐 저런 뚝심과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고요.
심상정 대표하고는 살갑고 가까운 사이는 아니에요. 언니 동생처럼 지내지만 새벽의 냉수 같은 사람이랄까요.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건 굉장히 힘들어요. 그런데 냉정해야 한다는 걸 많이 깨우쳐 주세요. 그렇게 해야 여기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다는 걸요. 어떨 때는 강기갑 대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이나 감성적인 정치인의 사명감을 생각하다가도 ‘아 균형을 잡아야 돼’ 할 땐 심 대표를 많이 생각하죠. 그 두 가지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한다면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생존권을 사수했다 딱 그만큼으로 평가해요. 아주 잘했다도, 망했다도 아니고 그냥 정의당이란 존재가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에 진보정정당으로 존재할 만한 가치는 있다는. 기대에 못 미친 결과 아니냐며 섭섭해 하는 분들이 있는데 2004년이나 2012년도와 지금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2004년은 쟤네들 싹수가 있어 보이네 하는 기대가 있었고, 2012년에는 다양한 진보정치 세력이 모이면서 기존 진보정당과 다른 큰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기대가 있었거든요. 지금 정의당은 그걸 다 깨먹고 와서 3년 동안 겨우 정의당 이름을 알리게 된 수준에서 전국 선거를 치룬 거거든요. 근데 마치 예전에 우리가 10%, 13% 얻었는데 하며 예전과 비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곡선을 그리면, 예전엔 0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은 -10, -100에서 올라오고 있던 거라, 그것이 받은 6석, 7.2%의 의미를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의당이 3년 동안 다른 야당과 차별성이나 더 진보적인 상상력, 대안 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저는 꼭 그렇게 만은 생각하지 않아요. 진보 정당이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이 쓰지 않았던 더 좌파적인 정책을 얼마나 많이 내놨느냐는 것으로 존재감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많이 하시는데요, 정의당이 만든 정의로운 복지 국가에 대한 전체적인 강령과 총체적인 비전은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정합성이 있는 당의 비전과 정책, 강령 등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또 하나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국가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개편해 나갈지 비전을 당이 내놓고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통합진보당 트라우마 때문인지, 민주당이 어느 정도 따라와서 인지는 모르지만 점점 오른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왼쪽의 상상력, 역동성은 부족하다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비례대표 출마 선언문에 ‘우리의 좌표 찍기가 자꾸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이런 논쟁을 너무 많이 해 왔다. 그래서 실제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나의 좌표 찍기는 진짜 아래로 내려간다’는 표현을 썼거든요. 진보적인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죠. 그러면 그 상상력의 시선을 어디에 둘 거냐? 저는 고통 받는 청년 실업 층들, 비정규직 문제들, 여성 문제,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배제된 분들의 목소리와 삶을 해결할 의제를 국회 안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 진보정당이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정책을 얘기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그걸 국회 안에서 의제로 다루실 겁니까 묻고 민주당이 소극적으로 다룰 때 나는 이걸 다루겠다고 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노회찬 심상정만 보인다는 얘기가 많은데
20대 국회를 기대해주세요. 여러 사람이 있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 방식의 야권연대는 안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가요
야권연대가 새누리당을 이겨야 하니 관성적으로 정책연대도 없이 가던 것을 극복하고 정치도 민주화 되어야한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거기다가 다당 구조 형성으로 그럴만한 상황까지도 가 있다고 보이고요. 일단 생존했잖아요. 정의당의 몫만큼 하겠다는 거예요. 정의당이 보여줄 정책, 의정활동, 조직력을 가지고 우리 몫만큼 우리가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는 거죠.

연합정치라는 표현으로 좀 더 큰 틀의 연합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습니다. 미래내각도 연립정부를 내다보고 하는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연합정치의 상은 뭔가요
어떻게 보면 대선에 야당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봐요. 예를 들어 정의당을 정권교체의 파트너로 여기고, 파트너로 여긴다면 대선에 참가할 공정한 기회가 다 보장돼야겠죠. 그런 전제에서 연립정부의 파트너로 본다면 우리는 집권당 속의 작은 야당 역할을 하겠다. 그 안에서. 정부가 좀 더 개혁적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노무현, 김대중 정부 때도 아쉬움이 많이 있었는데, 바깥에서 비판자 역할 만 해가지고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연립정권이 이뤄지고, 정부 내에서 정부를 견인하고 비판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하는 것이 좋다는 거죠. 그런 조건이 형성되지 않고 그냥 뭐 ‘우리를 도와주세요’ 이런 거는 안 되죠.

결선 투표제 없이 연립정부를 한다는 것은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열어둘 수밖에 없는 데요
예전에 입법조사처에서 법률 개정사항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답변을 얻은 바가 있고,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가 그 얘기를 해서 결선 투표제도 강하게 제기해 볼 생각이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천호선 전 대표가 제안했던 야당 내 대권주자들의 오픈프라이머리도 방법일 수 있는데, 어쨌든 그냥 단일화 해주는 이런 대선은 정의당이 치르지 않을 거예요.

작년에 여러 정치 그룹들과 통합했는데 화학적인 결합도는 어떻습니까
아주 높습니다. (웃음)

당에 새로운 세력이 들어와 변화가 좀 있나요
정의당은 되게 독특한 곳인 것 같아요. 진보정치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그래도 진보정당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뒤에 통합하신 분들도 굉장히 많은 번민과 결단을 했고, 노동당 안에서도 그런 과정을 거치고 오신 분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 당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기준이 되니 당내 화학적 결합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목표가 같으니까요. 그게 정의당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노동세력인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의 비례 득표율이 너무 안 나왔던데요
제가 더 놀랐어요. 표가 왜 그거 밖에 안 나오셨지 하는. 너무 급하게 준비하시다 보니 촘촘히 못 챙기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노동 쪽에서 양경규 선배 몫까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진보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나 김종훈 의원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민주노총이 중심의 당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확히 구상이 무엇인지 정식으로 제안받아본 적이 없어요. 안이 좀 나오면 면밀히 검토해볼 생각이고, 다만 지난 총선 직전에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하셨을 때 그 안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정당에 대한 상이 조금씩 다르시더라고요. 노동을 대변하는 하나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는 옳지만 결국 정당도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세계를 함께 어떻게 만들지 충분한 합의 없이 당위적인 명분만 가지고 서둘러서는 잘 안 된다는 걸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그 부분은 면밀하게 잘 토론해보고 진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할 준비가 돼 있나 따져보고 논의를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두 의원을 정의당에 들어오라고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그건 그분들이 여러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급하게 저희가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봅니다.

원외 진보정치세력과의 관계는 어떻게
주변에서 자꾸 녹색당과 통합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해요. 녹색당은 자신의 분명한 강령과 지향이 있고. 진짜 녹색당을 위하는 길은 선거제도를 개혁해 비례득표수 만큼 의석수를 보장받는 제도를 만들어 일단 한 석이라도 원내로 진입하도록 해서 녹색의 가치를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요. 노동당은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통합을 하자고 했다 반대하신 분들만 남은 곳이라 그분들이 가진 정당에 대한 관점이 정의당과는 아직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뭐라고 코멘트 할지 모르겠어요.

블로그를 보니 대학 1학년 때 데모하다 구치소 들어가셨던데 무슨 데모를 하셨길래
제가 되게 특이한 게 직선제 이슈였어요. 그때 제가 인천 카톨릭대학생 연합회 멤버였거든요. 거기 금요 강좌라고 시국강연하고 학생들 나가서 길거리에서 데모하고 그럴 때 제가 직선제 구호를 외쳤던 게 기억에 나요.

어머니가 그때 ‘학교 다닐래? 데모할래?’ 라고 물어보실 때 단호하게 데모를 택하셨던데 1학년 때 너무 빨리 데모를 선택하신 거 아니에요?
그게 양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께)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블로그에 2002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쓰셨던데, 정치인 이정미에게 어머니가 끼친 영향이 있다면
제가 엄마와 성격이 비슷해요. 저도 도 아니면 모고, 지지부진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과정이 옳다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제 양심에 따라 결정하는 스타일이에요. 사실 통합진보당 때도 사람들이 많이 놀랐어요. 소위 인천연합 출신이 거기에서 탈당했느냐는. 근데 저는 5.4 폭력 사태 때 진보주의자가 저렇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닫았어요. 그래서 막판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조금 이르지만 재선계획은 있나요
저는 당선 된 다음 날부터 재선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비례대표는 당원이 만들어준 의석이잖아요. 당원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의원직으로 좋은 의정활동을 펼쳐야 하지만 재선, 3선을 하면서 진보정당 의원의 바운더리를 넓혀 주는 걸 많이 요구하시는 것 같아요. 재선은 당의 빚을 갚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몇 군데 지역구를 검토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결정을 할 거예요.

지난 선거 초반 중식이 밴드 문제로 나름 홍역을 치렀는데. 느낀 바가 있다면요
저는 중식이 밴드를 여혐밴드로 규정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다만 중식이 밴드의 여러 곡을 면밀히 살피지 못했고, 성인지적인 감수성과 성평등 감수성이 충분치 못한 한 밴드가 정치권에 불려나와 곤욕을 치르게 된 거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인연이 돼서 그렇게 된 일이었기 때문에 중식이 밴드에게 굉장히 미안하고, 한편에선 당내 정제되지 않은 논쟁을 보면서 성 평등 인식이나 감수성 부분에서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어요. 이건 당이 시급하고 준엄하게 해결할 과제로 봐요.

팟캐스트 정치테라스를 하시게 된 계기와 성과가 있다면요
제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테라스 통해 만난 분들을 통해 진보적 감수성이나 내가 고민할 많은 것을 역으로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기획한 분들께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죠. 제가 방송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나중에 늙어서 할 일 없으면 팟캐스트 방송 하나를 만들어 볼까 생각을 했어요. (웃음)

‘이정미’ 하면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나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정미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진보 정당이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상을 더 깊이 남겨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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