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 전시경제와 뉴-뉴노멀(new-new normal)

[99%의 경제]


코로나 위기의 성격

코로나 발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만이 위기의 원인은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에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경기순환의 10년 주기설이 아니라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왔다.1) 역대 최장기간 호황국면을 지속시키고 있었던 미국 경제만 보더라도 호황기의 정점이 너무 미약하게 지속됐다. 이는 투자가 활성화되고 자본 축적이 활발히 일어나야 하는 호황기에도 투자가 확대되지 못해 지난 위기에서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의미다.2)

2008년 세계금융위기 대응은 미국을 필두로 한 기축통화국의 양적완화로 진행됐고, 청산돼야 할 좀비 기업들이 낮은 이자율과 늘어난 대부자본 덕에 계속 차입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과잉공급이 심화됐고, 기업의 이윤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낮은 이자율로 더 많은 차입에 의존한 결과 가계는 물론 기업부채 역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는 민간 부문의 부채와 과잉공급을 배경으로 발생한다. 전 세계 기업과 가계의 대차대조표는 전에 없이 확대됐다.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가계는 돈을 빌려 전 세계 주택시장에 불을 질렀다. 기업도 차입경영을 지속해 기업 레버리지는 사상 최고 수준이 됐고, 기업 부채 대부분은 최저 투자등급인 BBB로 평가되며, 투기등급인 기업 부채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향후 5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기업 채권의 거의 절반이 투기등급이다.3)


코로나 발 위기가 경제에 외부 충격을 가한 셈이지만, 이것이 내부의 공급과잉과 부채를 부추기면서 위기 전달과 확산경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위기는 공급과 수요 모두에 영향을 끼치지만, 특히 기업 활동 수축과 과잉공급 누적에 따른 기업부채의 악성화를 통해 금융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즉, 금융보다 실물부문의 위기가 빠르고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충격의 강도도 셀뿐더러, 경제 성장률도 큰 폭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전시 경제 체제?

과거 전염병이나 환경재앙이 터졌을 때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았고 회복도 빨랐다. 전염병 확산이 줄어들 때까지만 버티면 사람들의 활동이나 수요가 다시 살아나 정상적인 경제 상태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잠시 버티면 해결된다는 V자형 회복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위기는 과잉공급, 기업 및 가계부채 악화 같은 심각한 기저질환 상태에서 닥쳐온 것이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른 전염병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위기의 시발점이 경제 내부가 아니라 외부라는 사실도 문제 해결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투자은행에서 촉발된 것이라면, 이번 위기는 바이러스 전염 확산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금융 시스템을 틀어막고 파산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연준이 소멸시킬 수도, 전염을 막을 수도 없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도 국가 마다 달라, 쉽사리 국경봉쇄를 해제할 수도 없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지금의 위기 대응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줄어든 수요를 확대하며, 이참에 부실기업을 청산하면서도 금융시스템에 큰 작용을 하지 않도록 최소한 네 가지 영역에서의 대응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주요한 대응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다분히 의도한 일이지만, 양적완화가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 미 연준은 경기침체가 임박해 오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더 낮췄고 결국 다시 0%대의 금리로 내려왔다. 기준금리 인하 수단 자체가 제한적인데다 이제는 양적완화가 전통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현재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득에 따라 최대 1천200달러(150만 원)의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포함한 2조2천억 달러(2,500조 원)의 경기부양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독일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조 유로(1,355조 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놨다. 일본도 56조엔(634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마련해 의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은 물론 유럽 전역과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모두 경기부양책을 들고 나왔다. 양적완화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줄어든 수요를 국가 재정으로 메워 넣겠다는 의도다. (물론 경기부양책 외에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의미가 금융위기 때 소방수로서의 역할과는 다르다.)

그러나 슬프게도, 수요가 다시 일어나려면 사람들이 활동을 해야 하는데, 바이러스 전염 문제로 정부는 이동금지령을 내렸고 관공서와 광장은 문을 닫았다. 소비와 관련된 많은 경제활동이 위축되거나 중단됐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그래서 현재의 대응은 일반적인 경기침체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멈춘 채 이동 제한과 국경봉쇄, 총력동원의 형태로 국가적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이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 알고 있는 전쟁 상황이다. 전시경제상황에 직면한 정부는 전쟁을 치르듯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정부 지출 증대, 관련 산업 국유화, 의료인 등 관련 종사자들의 징발, 배급제(공급통제)에 가까운 마스크와 생필품의 공급, 수요 유지를 위한 헬리콥터 머니, 전시나 대재앙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이동금지령에 국경까지 봉쇄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와 전쟁 중인 전시 경제 체제다.

코로나, 경제위기, 국가독점자본주의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공공병원은 물론 민간병원들도 징발됐고, 군 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군인을 동원했다. 대구에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염이 확산되자 제일 먼저 파견된 의사들이 바로 이 공보의들이다. 마스크 공급이 딸리자 정부는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중국에서는 건강 제품 공급과 관련 없는 기업 3천 곳 이상이 마스크, 특수 보호복, 소독제 및 위생용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석유화공(China Petroleum and Chemical Corporation), 중국기계공업(China National Machinery Industry Corporation) 및 여러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는 모두 마스크 생산을 조직했다. 각국의 코로나 대응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은 의료산업, 의료체계와 인력에 대한 공적 확대, 공공의료 시스템의 작동방식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코로나 대응은 의료뿐 아니라 자원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조직화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와 성격도 특징적이다. 전시경제에서 전쟁물자와 군수품 마련을 위해 전비를 동원하듯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적극적 재정정책이 국가 부채를 늘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하는 재정균형론의 목소리는 일체 들리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지원규모도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규모를 뛰어 넘는다. 코로나 위기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더니,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게다가 중앙은행이 법적으로 담당해서는 안 되는 기업어음(CP) 등 민간채권까지도 (법적 규제로 자회사를 설립해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시중은행은 정말로 중앙은행의 지부가 되는 것일까?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중국의 대응이 특히 관심을 끈다. 중국 정부는 △5G 통신망 △특고압 송전설비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시설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 설비 △산업 인터넷망 분야를 망라하는 7대 인프라 투자로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민간 투자를 구축한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인프라 투자를 단행할 예정인데, 중앙정부에서 2025년까지 5조~7조 위안(약 850조~1190조 원)의 금액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8개 성(省)이 발표한 인프라 구축 계획에 따른 투자 규모는 33조 8300억 위안(약 5700조 원)에 이른다. 금융지원이나 생계대책 또는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같은 역할에 머물지 않고, 국가 투자를 확대해 주요 산업 인프라를 끌고 나가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종의 뉴딜식 경기부양책이다.


이와 함께 각국에서 국유화의 기조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뉴욕주는 각종 의료용품과 장비의 부족을 호소하며, 의료장비 구매와 공급의 국유화를 제안했다. 영국에서도 의료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국적기 항공사인 알이탈리아를 국유화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스페인은 개인병원을 비롯해 모든 영리·비영리 민간병원을 일시 국유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도 주요 대기업을 국유화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더 확산되고 기업 파산과 구조조정이 본격화 하면 국유화 바람이 더 거세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국유화가 주요 산업을 공적으로 운영하는 산업기조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전시동원체제로서 임시적 성격이 강하고, 국유화를 통해 손실만 사회화(국민에게 전가)하고 다시 민영화하는 계획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아무리 풍부해도 민간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산업부문 이윤율 하락과 경쟁 격화로 인한 존폐 위기를 논하게 된다면,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는 신자유주의 민영화를 뛰어 넘을 공산도 크다.

한편,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와 같은 내부충격은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와 환경재앙과
같은 외부충격에도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재앙은 일상으로 다가와 있고 언제
경제위기의 뇌관을 터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바이러스에 의한 팬더믹은 4~5년 꼴로 발생하는데, 이것이 주는 경제적 충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와 금융위기, 2015년 사스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사태, 2019년 말 코로나와 세계경제위기는 경제위기와 전염병 확산이 동시적이면서 상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지속된 호주 산불로 수천 채의 주택과 1100만 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소실됐고, 최소 33명이 사망했으며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었다. 뒤이어 닥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호주경제는 초토화 상태다. 그리고 동아프리카와 중동, 파키스탄까지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매일 3만 5000인분의 식량이 사라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 정도의 메뚜기 떼는 전례가 없으며 성경에 기록된 규모의 재앙이라고 밝혔다.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도 민간 시장이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기후협약에 있어서도 시장 중심적인 대응은 이미 실패했다. 환경 등 외부 충격 요인이 커질수록 국가적, 국제적 대응의 폭과 수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코로나와 경제위기 대응은 마치전쟁 상황에서 총력 동원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는 더욱 고전적 형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뉴-뉴노멀의 출현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경제기준인 뉴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한지 고작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코로나-경제위기 대응은 기존 뉴노멀을 넘어선 새로운 기준을 강제할 것이 분명하다.

첫째,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내부 충격은 물론 외부 충격에도 취약해, 단순한 저성장 국면을 지나 제로성장 또는 역성장도 빈번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이 언제 다시 도래할 지도 모르고, 약해진 생산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악순환에 자주 빠질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 다자간 거래 시스템이 쇠퇴하고 보호주의가 높아짐에 따라 탈 세계화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후 경기침체의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 격화된 미중간의 무역 분쟁과 코로나 대응의 국민 국가적 강화, 국가 투자 및 국유화의 확대로 가시화 되고 있다. 끝으로, 양적완화로 인한 기업과 가계부채의 폭증 속에서, 자산불평등이 만연한 새로운 정상상태로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뉴노멀은 제로성장, 양적완화, 고부채의 기반 위에 무역과 투자의 국가화·무기화, 자산불평등의 영속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심화로 구체화될 모양새다. 다른 무엇보다 경기부양책과 구제 기금의 성격 및 방향이 새로운 뉴노멀의 특징을 결정지을 것이다. 계속해서 부채로 대자본과 금리생활자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더 크게 만들지, 아니면 노동자와 서민의 삶과 생활을 보장하는 체계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각주>
1) 2020년, 경제 전망과 양상, 홍석만, 《변혁정치》, 98호
2) 장기불황반공황은커녕 불경기 대책이라도 있는가?, 홍석만, 《워커스》 2019.11월호
3) COVID-19 infects corporate debt markets, IIF Weekly Insight, 20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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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씨

    ㅎㅎㅎ많이 배우긴 했지만 정말 웃기는 기자네, 시금석은 뻔한 데 쓰는 것이 아니요. 아 정부가 바꾸지 않았는데 무슨 시금석이라는 잣대를 댄단 말이오ㅎㅎㅎㅎㅎㅎㅎ 그냥 그대로 양극화지. 에라이 배워서 눈이 멀고 만 양반아.ㅎㅎㅎㅎㅎㅎㅎㅎ금속노조 보도자료 한번 보소. 그 글이 경제전문가인 당신보다 더 예리한 분석을 해놨소이다.

  • 아리송씨

    -------아, 정부가 바꾸지 않았는데---

    *국유화의 과정에 대해서는 잘 분석을 한 것 같소이다.

  • 아저씨

    시간 날 때 생물학전 연구를 해보소. 알고보면 생물학전만큼 어려운 분야도 없소이다. 무조건 바이러스 하면 꼭 언론이나 단체들에서 나오는 것이 아마존 밀림입니다. 그런데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오. 각국에서 생물학 연구를 다 하고 있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착각과 오류처럼 보이오이다. 그리고 자연적인 현상으로 볼 때는 그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지를 않소.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만 "죄인"이 되고 말지를 않소. 님도 태백산맥을 봤을 것입니다만 그 책에 나오는 지리산의 "열병"과 코로나 19의 전개과정이 비슷한 측면이 있소.

  • 아저씨

    보시오, 예전에 자연재해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통계와 인류가 지나온 수많은 전쟁 등으로 인한 사망의 통계를 냈는데, 자연재해, 질병보다, 다양한 전쟁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왔었소.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지식인의 지식만이 아닌 지식인의 용기가 필요한 때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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