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절, 마스크 시위 곳곳…‘렌트 스트라이크’도

제3 세계에선 맨몸으로…“노동자 생계 우선해야”

세계 노동절 130주년, 각국에선 정부의 방역이 기업과 체제 보호를 우선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삶을 보호하라는 목소리가 거셌다. 정부 방역이 공공장소와 이동 폐쇄에 집중돼 노동자들이 집회를 여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각국에선 마스크를 끼거나, 자동차나 온라인 등을 이용한 행동이 이어졌다. 이조차 어려운 지역에선 노동자들이 생계 대책을 촉구하며 맨몸으로 거리에서 싸웠다.

[출처: 인터셉트]

[출처: DemocracyNow!]

1일 미국에선 아마존, 타켓, 월마트 등 유통부문 노동자들이 노동 안전과 위험수당 등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병가투쟁을 했다. 이들의 시위는 뉴욕, 펜실베니아, 오레곤 등지에서 보건 단체와 식품상업노동자연합(UFCW), 워커스유나이티드(WU) 등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으며 열렸다. 미국 언론 <복스>에 따르면, 이날 시위 참가자 수는 소규모였지만, 비노조 저임금 유통기업 노동자가 조직한 첫 번째 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그만큼 버니 샌더스 등 좌파 의원뿐 아니라 카말라 해리스나 코리 부커, 엘리자베스 워렌 등 상원의원들로부터도 지지를 이끌어냈다. 워싱턴주에선 트럭운송 노동자들이 70여 대의 트럭을 이끌고 정부의 위기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정부에 임대료 대책을 촉구하는 ‘렌트 스트라이크(rent strike)’도 일어났다. 이들은 워싱턴주 시애틀 등에서 캐러반 행렬이나 온라인 시위에 참여했고, 2일 현재까지 약 1만4천 명이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온라인 서명에 참가했다. 부동산 대출 이자를 내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지난 3월 뉴욕주는 90일 동안 강제퇴거를 금지했지만, ‘렌트 스크라이크’ 참가자는 이것이 단순히 문제를 지연시키는 조치일 뿐이라고 본다. 앞서 ‘로스앤젤레스임대인연합’ 소속 8천 명이 임대료를 내지 않겠다는 집단선언을 발표할 만큼 요구 수준은 더 강력하다. 이 같은 여론에 호응해 지난달 중순, 일한 오마르 의원은 팬데믹 기간 임대료와 부동산 대출금 납부를 탕감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대료 납부 거부 운동은 영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달 중순 대학생이 주축이 돼 팬데믹 기간 임대료를 납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독일에선 독일노총이 노동절 집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좌파 단체와 노조 등이 각 지역에서 수백 명 규모로 노동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베를린, 뮌헨, 라이프치히 등 30개 지역에서 “너희의 위기를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은행과 기업 구제에 우선한 정부와 유럽연합 위기 대책에 항의했다. 또 정부가 코로나를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에선 주요노총들이 광장 집회 대신 온라인과 자택에서의 시위를 조직했다. 그러나 파리에선 좌파단체가 주도한 소규모 집회가 열렸고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 오스트리아에서도 노동절은 소규모 집회로 진행됐다. 터키에선 정부가 집회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해산하며 수십 명을 체포했다.

[출처: @El_Cooperante]

남미 일부 지역에선 더욱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코로나 위기와 함께 빈곤과 식량 위기에 빠진 콜롬비아에선 빈곤지역 주민들이 음식과 재정 지원 부족을 문제로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서부 해안에 위치한 부에나벤투라 등에서 수백명이 이 같은 시위를 진행했다.

칠레에선 정부의 사회적 격리 방침에도 피녜라 대통령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준수하며 진행했지만, 특수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고 진압했다. 이 지역에선 지난 27일에도 개헌과 정치수 석방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이때만 10여 명이 체포됐다.

[출처: 레이버넷 일본]

일본에선 노조나 사회단체 활동가 약 100명이 도쿄 아베 총리 관저 앞에서 “돈벌이를 우선하는 아베와 자본가를 용서하지 않는다. 코로나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지키라”며 시위를 열었다. 홍콩에선 사틴 지역 쇼핑몰 인근에서 친 민주주의 진영 활동가들이 집회를 열었으나 당국은 페퍼스프레이 등을 동원해 해산했다. 시위는 몽콕 등에서도 열렸다.

파키스탄에선 의료노동자들이 지난달 말 개인 보호 장비 부족에 항의하며 시작한 단식 투쟁을 계속했다. 이 지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료노동자 150명 이상이 감염된 바 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의 영향으로 세계 노동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16억 명이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전 세계 비공식 경제 부문 노동자로 봉쇄 조치 첫 한 달 간 이전 소득에 비해 60%를 잃을 것이라고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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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민주노총은 더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니 노사정 구성을 제안했지만 정부와 더민주당은 냉담한 것 같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3개월 생계비는 민주노총과 군소정당이 노력한 결과인 것만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대공황으로 점점 다가가지만 세계질서의 급속한 변화는 어려울 것 같아요. 러시아, 중국, 유럽까지 동반 불황, 공황의 분위기이니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하고 더민주당, 민주노총의 긴장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매우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 미래통합당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고 개헌을 섣불리 추진하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민주당으로서는 개헌이 아니라 더민주당의 재집권으로도 자족하지 않겠습니까. 개헌도 민주노총과 군소정당이 지지하지 않는 이상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한국의 정치판도 전혀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로 진출할 때까지는 확장세를 이어갔으나 이번 공황으로 상당히 꺾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정점

    이번 대선까지는 입 꾹 다물고 참세상에서 논리의 수준을 올리는 기사를 보고 싶네요. 군소정당은 미국처럼 거대양당에 눌려서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욕심만 키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보여집니다. 지금으로선 대선에서도 희망 없습니다.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잘 알지만 대중적으로 "대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면 다행으로 보여집니다. 아무튼 대선까지 입 꾹 다물고 참세상의 기사를 가끔이라도 보고 싶은 바램 뿐입니다.

  • 기똥찬 점쟁이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에는 노력을 하고 입은 풀어야지.

    ㅎㅎㅎㅎㅎ!!!더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보니까 더민주당 말아먹게 생겼더라.!!!ㅎㅎㅎㅎㅎㅎ

  • ㅎ정계평론가ㅎ

    이인영 의원이 전에 원내대표를 할 때는 무척 약했으나 이번에는 참, 뚝심있게 했어요. 한마디로 약골이 강골로 변신을 했어요.

  • 아저씨

    요즘 노동자 연대의 예측이 상당히 좋습니다. 코로나 19도 그렇고, 공황문제도 상당히 맞아들어가고 있습니다. 노동자연대는 트로츠키주의와 로자 룩셈부르크에서 머물렀었는데 지금은 한국 최대의 선동단체로 떠올랐습니다. 노정협은 글이 나오지 않네요. 총선도 끝나고 할 말은 많을 것 같은데.

  • 짬뽕 아저씨

    ㅎㅎㅎㅎㅎㅎ저시끼가 가시나한테ㅎㅎㅎㅎㅎ 붕알 두쪽 뺏기더니 "사조, 조류"라고 하면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 반동본색을 여실히 폭로하고 말았다.ㅎㅎㅎㅎㅎㅎ에구구 가시나한테 세상의 중심 추를 뺏기는 물건이 뭘 하것냐ㅎㅎㅎㅎㅎㅎㅎ일마 가는 가시나도 아이라. 니 뇌도 훅 뺏어갈 가시나도 있다.ㅎㅎㅎㅎ 내가 직접 봤다.ㅎㅎㅎ 그냥 훅 가는 정도가 아니라 1000년 묵은 혼도 뺏겠더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정점

    으아, 중국 드라마(구주표묘록)는 스케일이 크구나, 화면의 편집에서 조금씩 흠이 있지만 배경화면이나 배우들의 옷 장신구 등은 정말 예술품이다. 중국은 역시 대국이야. 저런 국가가 세계적으로는 삼류정도니까 시진핑의 얼굴이 한으로 맺혀있는 것도 모를 바는 아니지! 그런데 홍콩에서 제작했나, 중국본토에서 제작했나 모르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