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여성에 더 가혹한 세계와 행동들

[INTERNATIONAL1]

전 세계에 걸쳐 코로나19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각 정부는 정책에서 비전형(non-standard)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배제했고, 집에 머무를 수 없는 필수 직종 노동자의 불안정한 상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무엇이 ‘필수 직종’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1)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에도 업무를 멈출 수 없는 여러 노동자가 사회의 필수 직종에서 일하지만, 대부분은 의료영역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만을 떠올린다. 그밖에 청소노동자와 간병인, 택배노동자 등 위기 속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은 사회의 관심 밖에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다.2)

한편으로 여성은 여전히 비정규직이거나 평가 절하된 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여성의 건강과 안전의 필요성은 계속해서 절충되고 있다. 가정폭력의 수는 증가했고, 재생산 건강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 여성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여성의 날, 멕시코 여성들이 여성 살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강력하게 시위하고 있다. [출처: DemocracyNow!]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세계 여성의 무임금 가사노동은 76.2% 정도다.3) 역사적으로 가사노동처럼 ‘사적인’ 공간에서의 노동은 여성의 특질에 자연스러운 노동이라고 여겨졌다. 노동의 가치 역시 저평가됐으며, 사적인 공간을 벗어난 이후에도 비정규·비전형적 노동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2016년 국제노동기구 연구에 따르면, 남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1800만 명 중 93%가 여성이고 80%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4) 비정규직은 정부의 보호와 재난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들의 재정적 취약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가사노동자들 역시 이런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100만 명의 가사노동자 중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로서 체류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남아프리카는 가사노동을 공식 노동으로 포함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적합한 계약 또는 명시된 급여 없이 일한다. 이들 대부분이 일용직이며, 일당에 의존해 살아간다. 코로나로 현재 많은 가사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했고, 비정규직이라는 위치는 이들의 해고를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일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일하다 감염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남아메리카 정부는 일터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경우 ‘부상과 직업상 질환법(Injuries and Occupational Diseases Act)’을 통해 보상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비정규직인 가사노동자들은 이 규정에서 빠졌다. 더구나 이주 노동자들은 실업 보험에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5)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정폭력 증가와 큰 연관성을 보인다.6)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불안정한 ‘집 안’에서 폭력적인 파트너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여성의 안전이 취약해졌다. 국내외 기관들의 조치가 늦어지면서 가정폭력 또는 IPV(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 사건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제 공공 보건 단체 아베너 헬스(Avenir Health)에 의하면, 개입의 지체로 2020-2021년 가정폭력 사건은 세계적으로 200만 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7) 유엔인구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은 코로나로 인한 제재가 길어질수록 가정폭력의 발생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 달간 제재가 이어질 경우 가정폭력 사건은 20% 증가, 즉 2020년에는 1500만 건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8) 가정폭력 문제는 여성들이 상담전화 서비스 등 필요한 도움을 찾을 수 없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여성노동자들 [출처: DemocracyNow!]

상담전화 서비스뿐만 아니라 코로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의료 서비스들이 세계적으로 중단되고 있다. 여성의 재생산 건강도 예외가 아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재생산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6개월 동안 중단될 경우, 114개의 저·중소득 국가에서 700만 건의 계획하지 않은 임신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9) 이는 산모 사망률을 높이고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위협할 것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 등 미국 몇개 주들은 낙태를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로 규정해, 여성이 위험한 상황에도 출산을 해야만 했다.10) 영국이나 다른 미국 주들은 우편을 통해 피임약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의약품의 세계적 공급망이 타격을 입어, 안전하게 약과 의료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11)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역의 활동가들은 캠페인 또는 기금을 모아 여성들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시나 웨이보라는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을 통해, 가정폭력을 맞서기 위한 ‘주변인 교육(bystander education)’을 시작했다.12) 브라질에서는 가사노동자들이 유급으로 자가 격리하도록 진정서 운동을 벌였다. 아울러 개별 기부자와 가사노동자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등으로 꾸준한 지지를 얻고 있다.13) 미국에서도 지역 활동단체들의 기금이 정부의 불충분한 대책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기금을 분배하기 시작했지만, 사회보장 번호가 없으면 이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처럼 미국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중 대부분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며, 실직 시에도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 국가가사노동자연대(National Domestic Workers’ Alliance) 같은 시민단체들은 후원금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서 배제된 위태로운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14)

이처럼 각국에서 활동가와 단체들은 여성의 재생산 노동과 건강 문제가 사회의 공론장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운동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유행병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여성은 계속해서 위태로운 상태에 놓일 것이다. ‘필수’ 직종의 의미를 재사유하고, 비정규직의 영역을 정규직으로 확대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보장하도록 사회를 바꿔내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너무 늦는다.

  미국간호사협회가 코로나19로 사망한 간호사 수와 동일한 88켤레의 신을 배치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DemocracyNow!]


1) “The Scope of Essential Services: Laws, Regulations and Practices,” Timo Knäbe and Carlos R. Carrión-Crespo, Working Paper,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2019
2) “As Coronavirus Deepens Inequality, Inequality Worsens Its Spread,” Max Fisher and Emma Bubola, New York Times, 2020.3.15
3) “코로나바이러스19 확산할수록 남성보다 여성에 더 큰 충격,” 한혜란, 연합뉴스, 2020.3.13. 동양에서는 이 숫자가 80%로 올라간다.
4) “Brazil’s vulnerable domestic workers cannot afford to get sick,” Jill Langlois, National Geographic, 2020.4.27
5) “Domestic workers fear retrenchments amid Covid-29,” Musawenkosi Cabe, New Frame, 2020.3.30
6) “Coronavirus crisis will see 7 million unplanned pregnancies and 31 million gender-based violence cases, the UN says,” Ruqayyah Moynihan, Business Insider, 2020.4.29
7) 위와 같은 글에서 인용
8) 위와 같은 글에서 인용
9) 위와 같은 글에서 인용
10) “Coronavirus: Texas banned abortions – how did that affect women?” Aleem Maqbool, BBC News, 2020.5.6
11)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세계 곳곳 ‘임신중지 전쟁’ ,” 이세아, 여성신문, 2020.5.14.; “The Coronavirus is Cutting Off Africa’s Abortion Access,” Neha Wadekar, Foreign Policy, 2020.5.4.
12) “Coronavirus:FivewaysvirusupheavalishittingwomeninAsia,”LaraOwen,BBC News, 2020.3.8
13) “Brazil’s vulnerable domestic workers,” Jill Langlois; “ ‘For the lives of our mothers’: Covid-19 sparks fight for maids’ rights in Brazil,” Jo Griffin, The Guardian, 2020.5.5
14) “For immigrants without legal status, federal coronavirus relief is out of reach,” Nicole Narea, Vox, 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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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냉정하게 써봅니다. 위 기사는 안일한 측면이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자본의 이해관계는 전쟁이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나옵니다. 또 상품의 진보에 따라 노동환경이 임금노동자들에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해물질이 발생하여 건강악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사가 자본주의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이성이라고 볼 때 자본주의의 원인, 과정, 결과와 같은 전체적인 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측면이 강합니다. 민주노총에서 오늘 어떤 성명을 내면서 동의하는 국회의원을 보니까 전부 민주당입니다. 그런데 자신들도 공염불이라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인심 쓰는 것이겠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적으로 인심을 그렇게 쓴다고 정치적 이해관계나, 경제적 이해관계, 민심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습니까. 자본의 이해관계, 현실의 구체성과 냉정함, 역사성의 인정과 참혹함 등을 다 아는 분들은 오히려 심사가 꼬여서 "누구 놀리나"라고 할 것 아니겠습니까

  • 아저씨

    백그라운드들아 니들은 중세시대 말기에서 제일 많이 알고, "잘 나가던" 반동귀족들 뿐이 못돼. 자본주의라고 하는 시대가 흐를 수록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지 못할 때는 그대로 폭삭 망하는 거여. 87년 호고에서 맨날 주저앉아 있던 글마는 왜 그 모양이냐,

  • 아저씨

    거기는 뭐가 그렇게 꾸물꾸물거리노

  • 아저씨

    미통당의 대북관 수준

    싸가지 없는 수준. 입이라도 꾹 다물고 있어라. 군바리들한테 머리통 날아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