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30년 안에 석유·가스 채굴 중단 결정

“추출산업 종료일을 발표한 최초의 국가”…기후 전환에 분수령

유럽연합 최대 산유국 덴마크가 30년 안에 석유와 가스 추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외신들은 덴마크가 모든 추출산업 종료일을 발표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언론 <타츠> 등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는 지난 3일(현지시각)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석유와 가스 추출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는 2030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70%까지 줄이고, 늦어도 2050년에는 탄소제로를 달성할 계획이다. 덴마크 정부는 석유 및 가스 탐사와 생산 신규 면허 발급을 중단해야 하며, 기존에 발급한 면허는 늦어도 2050년 종료된다. 8개 업체에 대해 진행 중이던 면허 인가 과정도 중단된다. 대신 덴마크가 유럽에서도 선두에 있는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회는 또 1200만 유로(157억 8,276만 원)를 들여 해당 산업의 노동자 재교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자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재고용된다.

  북해에 위치한 덴마크 유전 [출처: 위키피디아]

덴마크는 유럽에서 영국, 노르웨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유럽연합 가입국 중에는 최대 산유국이다. 덴마크는 1972년 8월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 추출을 시작해 지금까지 48년 동안 약 1000억 달러(108조 4,00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덴마크는 현재 20개의 유전과 가스전 등 55개의 시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인구 550만 명 중 약 1만 명의 일자리가 석유와 가스 생산과 관련돼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도 적지 않다.

그 동안 덴마크에서도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대안에너지로의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특히 청소년들의 기후 투쟁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의 파장이 컸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 전환이 지난해 6월 치러진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고 당시 집권 우파 국민당과는 다르게 사민당이 탄소중립을 공약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당선 뒤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첫 번째 기후 선거’라고 말할 만큼 기후 정책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사민당 정부는 탈탄소 공약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조치에는 나서지 않아 환경 및 좌파 사회주의 정당들이 압력을 높여오다가 최근 의회 투표로 이를 관철했다. 덴마크 정부 예산 상당부문은 북해에서 채굴한 에너지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저유가도 덴마크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덴마크는 2000년 초까지 순수출국이었지만 점차 산유량이 줄었다. 생산량은 2018년 약 10억 유로, 2019년에는 약 800만 유로에 불과했다.

의회 결정이 나오자 댄 조르겐센 기후장관은 “우리는 석유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유럽연합 최대 산유국으로서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그린피스도 이를 환영하며 “에너지 전환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스웨덴 10대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우리는 기후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보다 급진적인 탈탄소 조치를 촉구했다.

덴마크 정부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 기업 보상을 포함해 약 21억 달러(2조 2,764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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