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신정부 이후 한미관계 무엇이 달라질까?

[한반도 줄넘기] 바이든 신정부 하 한반도 정세②

올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어, 내년 1월이면 미국에서는 바이든 신정부가 들어선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패권국일 뿐 아니라, 북한에는 적대국이자 북핵협상의 당사자이며, 남한에는 60년이 넘는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이에 바이든 신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은 향후 몇 년간 한반도 운명을 가름하는 주요한 규정력이 될 것이다. 특히 최근 정세와 맞물려 우리의 관심사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정책이다. 즉 바이든 신정부 하에서 북미관계가 진전될 것인지, 트럼프가 한국정부에 요구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과 대중국 포위전략 동참 압박이 지속될 것인지는 한반도의 운명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지난 글에서는 바이든 신정부 하의 북미관계 개선 전망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든 신정부 하의 한미관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출처: @joebiden]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전략,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

바이든 신정부 이후 한미관계를 전망해 보려면, 우선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은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가 추진한 미국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 ‘다자주의(여러 나라가 같은 이해를 갖는 국제문제에 협력해서 대응하는 것)’로 전환할 것임을 천명했다. 바이든은 후보시절 “왜 미국이 다시 전 세계를 이끌어야 하는가”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하면서, 미국이 전 세계의 리더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11월 7일(현지시각)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미국의 정신을 되살리겠다, 미국이 전세계의 등대라고 믿는다,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또 코로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힘이 아니라 모범을 보여 세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서 동맹관계를 흔들었다면 바이든은 흔들린 동맹을 복원하고, 기후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이슈를 선도하여 글로벌 협력의 리더 지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11월 4일 공개된 바이든의 인수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바이든 캠프의 슬로건 전반에 회복·재건 같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바이든은 공식 취임일(2021년 1월 20일)에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란이 핵협정 준수를 조건으로 이란핵협정(JCPOA), 파리기후협약, 세계보건기구(WTO)에도 복귀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동맹국에 요구한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과 동맹국에도 일방적으로 퍼부은 관세부과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당선 확정 직후 바이든은 세계무역기조에서 “징벌적 무역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정부가 전임 정부인 오바마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듯이, 바이든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정책 뒤집기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의 대외전략은 ‘다자주의’와 ‘동맹의 복원’을 통해 미국의 리더 역할을 회복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전략, 트럼프 정부와 같은 점

그러나 바이든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정책 뒤집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정책이다. 바이든은 ‘미국 내 제조’(Made in America), ‘미국산 구매’(Buy American) 등,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노동자 기반 통상정책’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제조업의 부흥과 일지리 창출을 위해 자국 중심의 통상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후위기·환경문제 해결을 통상정책과 연결하여, 기후와 환경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조정세나 쿼터(수입물량 제한)을 부과한다고 공약했다. 이로써 중국과 개도국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신정부의 통상정책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함과 동시에 환경의제 등을 글로벌 통상이슈로 부각시켜 다자주의적 통상질서 안에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변용’하여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나 세계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누르는 것’이 대외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과 그 목표가 일치한다.

민주주의 가치 강조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봉쇄

바이든 신정부에서도 ‘중국 봉쇄’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핵심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냉전 해체 이후 단일패권을 유지한 미국의 지위가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흔들리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는 2010년경에 미국 GDP의 40% 수준에 이르렀고, 현재 상태로 중국경제가 성장할 경우 2030년 이후에는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 시기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패권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이해와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려면 미국의 이해가 상호 충돌한 것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양국의 대립은 경제 영역을 넘어, 정치(대만문제, 홍콩 시위 탄압문제)·군사적(남중국해에서의 갈등)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세계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의 부상을 봉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민주·공화 양당 정치인들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 국민 내의 여론도 안 좋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72%, 민주당 지지자의 62%가 중국에 비우호적이다. 바이든 역시 후보 시절 시진핑에 대해 “그는 뼛속에 조금도 민주적 자질을 갖고 있지 않은 인물”이며, “위구르족 1백만 명을 재교육 캠프로 보낸 폭력배다”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또 바이든은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독재국가에 대항하여 공동의 의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약집을 통해서도 취임 1년 안에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회의”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는 “민주적 가치를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처할 공통의제를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그 위협국가들은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체제’로 불리는 나라들이다. 이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2017)에서 트럼프가 정부가 중국을 처음으로 ‘적’으로 규정한 것과 유사하다. 이는 바이든 신정부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다자주의 방식으로 동맹국들과 연대해 중국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바이든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동맹국과 협력해 중국의 불공정행위(기술탈취와 국가보조)를 문제삼고, 환경문제를 국제통상질서의 이슈로 삼아 중국의 경제성장을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의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용품 등에 대한 관세는 일부 완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에 부과한 관세를 철회할 지는 미지수이며, ‘중국제조 2050’를 무력화하기 위해 화웨이 등에 대한 제재는 유지시킬 것이다. 실제 바이든은 한국,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아태지역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올 11월에 출범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바로 견제에 들어갔다. RCEP 출범 직후, 바이든은 “중국이 아닌 다른 민주 국가들과의 협력하여 미국이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무역질서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추진하고 트럼프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지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견제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 홍콩 문제 등과 같은 인권 문제를 매개로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하게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막기 위해, 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는 것도 지속할 것이다.

‘피로 맺어진 동맹’ 운운은 중국 봉쇄에 한국 참여를 강조하는 것

다자주의와 동맹의 복원-대중국 봉쇄를 통해 쇠퇴하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되찾겠다는 바이든 신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대중국 압박 동참 문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일단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은 10월 연합뉴스에 보낸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으로 흔들린 한미동맹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처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운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폭 인상 요구만 없어질 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요구할 것이며,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배치의 재조정도 행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그가 “한국은 공동 번영과 가치, 안보의 증진, 국제사회의 도전 대처에 있어 강력한 동맹”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바이든이 취임 1년 안에 연다는 ‘민주주의를 위한 글로벌 정상회의’에 한국도 참여대상이라도 밝혔다. 이를 종합해 보면, 바이든 신정부가 동맹의 이름으로 대중국 봉쇄에 한국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통해, 군사적으로는 쿼드(미·일·인도·호주 안보동맹체) 확대(한국은 쿼드 확대 대상국)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 했다. 바이든 정부 역시 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중국 봉쇄 전선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할 것이다. 결국 바이든 신정부 하에서도 한국의 상황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작전권 전환, 불투명해질 것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한미 간에는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정부 때인 2014년에 ‘시기’가 아니라 ‘조건’이 충족돼야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원래 시기로 설정되었던 전작권 전환은 박근혜-오바마 정부 시기에 조건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양국 정부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였다. 보수세력이 지지 기반인 박근혜정부는 한국 내 보수세력의 전작권 전환 반대를 등에 업고 시기가 아닌 ‘조건 충족’을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제시했고, 미국 역시 이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미사일방어체제(MD) 상호 운용성 증대’ 및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를 약속받았다. 그 이후 한미일정보공유협정,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사드배치 결정 등이 속속들이 전개됐다.

양측이 정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구비 등인데, 양국은 이 조건이 완결됐을 때야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이러한 전환의 조건이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검증하기로 했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또 북핵의 고도화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조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대응능력 구비를 명분으로 대규모 군비 증강과 미국산 무기구매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지속과 한국의 대규모 군비증강은 북한의 반발 및 군비증강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북미관계-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남북간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작권 전환이 바이든 신정부에서 속도감있게 전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건충족에 근거해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던 오바마(민주당) 정부가 2014년보다 북한의 핵 고도화가 더 진행된 2020년 현재 이전 합의를 뒤집고 전작권 전환을 신속하게 처리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당시보다 미중패권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현재 미국에게는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지소미아 복구, 사드배치가 더욱더 중요해졌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조건이 아니라 시기로 전작권 전환 조건을 바꾸는 특단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지켜질 가능성이 아예 없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지소미아 복구 압박도 한국정부에 가할 것이다.

결국 바이든 신정부 하에서 펼쳐질 미국의 대한국 정책은, 날강도 같은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압박이 없어질 것을 제외하고는, 별 기대할 것이 없다. 오히려 ‘피로 맺어진 동맹·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동맹’의 이름으로, 한국을 대중국 봉쇄전략에 동참시키려는 압박을 트럼프 정부보다 세련되게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동북아의 신냉전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현재, 바이든 정부에게도 한반도-동북아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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