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제 전망? 개뿔!

[요즘 경제] 모든 전망이 무의미하다


2020 경제 전망만큼 허망한 것은 없을 것이다. 작년 1월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가 이 지경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더구나 코로나 사태가 세계로 확산했던 3월, 전 세계 주식시장이 연말 연일 사상 최고를 갱신하리라 누가 단언했겠는가? 우리는 두 가지를 예상하지 못했다. 하나는 무증상 감염으로 진화한 코로나 전염병의 전파력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앙은행의 힘이다.

굳이 2021년을 전망한다면, 이 두 가지 힘이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백신도 무력화할 새로운 변종이 등장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추세라면 서비스업종의 대부분은 소위 비대면 ‘언택트’ 산업으로 바뀔 것이다. 여기서 도태한 자영업자들의 파산이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이고, 업종과 직업에 따른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작년처럼 이에 대응하는 긴급 구호 정책 및 금융정책들이 지속할 것이다. 그러면서 양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불안한 경제시스템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배드 이즈 굳”(bad is good)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던 적이 작년만큼이나 있었을까? 실물경제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틀의 공조체제를 가동했고, 여기에 재정 부양정책으로 현금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엄청난 유동자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잊지 못할 횡재였다. 자산시장의 거품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든 부실채권을 중앙은행이 다 사주는 마당에 무엇이 두려우랴! 은행에 맡겨 둘 돈을 썩히지 말고 뭐든 사두는 게 현명한 세상이 되었으니, 동학 개미 운동에 이어 서학 개미 운동까지 거침없는 한해였다.

이 끝 모를 코로나 사태로 보증금을 계속 까먹느니, 차라리 일찌감치 폐업하고 그 남는 돈으로 카카오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딱 6개월 만에 3배가 올랐으니 “배드 이즈 굳”의 최고 수혜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8조 원가량 샀다는 테슬라는 8개월 만에 7배가 올랐으니 이 또한 서학 개미 운동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오른 만큼 한편에선 버블붕괴의 경고음이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아직 아니니 더 갈 수 있다는 의견들이 팽팽하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 설령 거품이 꺼진다고 해도 중앙은행이 뒷배를 봐주고 있으니 파국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작금의 자산시장 붐은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초저금리, 양적 완화)에 대한 신뢰 위에서 벌어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 중앙은행의 거침없는 행보는 자산시장의 커다란 버팀목이다. 이들 중앙은행이 긴급히 사들인 부실채권은 아마도 영원히 중앙은행 장부에 있을 듯하다.

이렇듯 중앙은행은 이제 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가 아니라 ‘최초구매자’가 됐다. 이 긴급정책은 2008년 이후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중앙은행의 일상적 임무가 됐다. 심지어 미국 중앙은행이 자신의 임무에서 물가 안정을 뒤로 미루고 평균 인플레이션을 2% 이상 달성할 것을 공언했다. 평균이라 했으니 상당 기간 2% 이상을 허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플레이션과 싸우던 중앙은행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리고 이제 시대가 변했다. 중앙은행은 이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자산시장만을 부흥하기 위해 이런 정책들을 추진한다고 볼 순 없다. 자산시장의 거품은 사후적 결과일 뿐이다. 미국 중앙은행장이 기자회견에 종종 언급한 “하트브레이킹”(가슴이 미어진다)은 코로나 사태로 실업에 내몰린 저소득층들을 위해 중앙은행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강조하는 상징어였다. 디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선 뭐든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중앙은행이다. 당분간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자산시장의 버블은 용인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경제 전망도 극과 극이다. 누구는 미국 중앙은행이 3년 동안 금리동결을 선언했다면서 이미 밑밥은 깔아놨으니 자산시장은 절대 떨어질 수 없다고 공언한다. 심지어 몇 해 전 대폭락한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누군가는 올해 테슬라 주가 전망을 900달러와 100달러의 극과 극을 말하면서 전망이 무의미한 시대, 꿈과 욕망만이 지배하는 튤립 세상이 될 것이라 말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빗댄 말이다. 21세기 튤립 버블로 불렸던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니 다시 곧 버블의 시곗바늘이 움직일 것이라 말한다.

실물경제도 작년을 돌아보면 극과 극이었다. 대면식 서비스업종은 코로나 여파로 실업률도 늘고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반면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반 비대면 업종이나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송업체들은 규모도 커지고 사람도 몰린다. 또한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의 수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어나면서 대면 서비스업종에서 줄인 소비가 가전제품 소비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 경제지표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중경제 전쟁이니 말들은 요란했지만, 중국의 제조업 영향력은 줄지 않고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커졌다.

이러니 무슨 경제 전망이 필요 있겠는가? 코로나 변종의 등장, 백신 배포의 지연과 불확실성 등 때문에 사회가 코로나 이전처럼 안정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올해도 각자의 전망이 있을 뿐, 동고동락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희미한 미완성의 스케치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방수 역할을 자임했던 중앙은행에 이 질문을 던져보자. 부실채권 무제한 매입과 제로금리까지 실행하고 있는 마당에 중앙은행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중앙은행을 정부와 독립된 기관으로 생각하면 더 이상 답이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중앙은행과 정부는 같은 한 몸이며, 머리가 다를 뿐이다. 애초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정부로부터의(‘from’) 독립이 아니라 정부 기관에서의(‘within’) 독립이었다. 중앙은행 탄생의 시초가 정부의 재정 조달에서 시작됐음을 이해한다면, 중앙은행의 다음 수는 확고한 재정조달자의 역할일 것이다. 이미 지난 10년간 펼쳐진 양적 완화의 최대수혜자는 국가재정이었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려갔을 정도로 재정 조달은 쉬워졌다. 이제 이것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국채를 직접 매입하고 국가재정 잔고 디지털 숫자 끝자리에 ‘0’을 계속 붙여주면 된다. 정부는 이것으로 재난지원금을 상시 지급한다.

만약 이런 돈 풀기가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디지털 화폐에 꼬리표를 달아 놓으면 된다. 이재명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소멸성 지역 화폐라는 게 이런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 현금 없이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디지털화된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은 특정 지역에서 디지털 화폐를 시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거래 대상을 점차 늘려나가면서 화폐에 대한 국가 통제와 더불어 그 효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로써 소위 MMT(현대통화이론) 이론가들이 말했던 국가의 화폐공급 능력의 무제한성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으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걱정하진 마시라. 역사책에 소개된 수레에 돈을 싣고 가는 그림은 국가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국가 기능이 모두 작동하고 있는 지금 이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화폐공급 능력의 무제한성을 실제 무한한 돈의 발행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감시받는 어떤 정책가도 필요 없는 돈을 만들지 않는다.

지금은 객관적 경제 전망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올해도 무슨 변수가 불쑥 세상에 던져질지 모른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고 제대로 알 수도 없다. 중요한 건, 위기 대응 방향과 크기를 결정할 주체적 능력의 결집과 신속성에 있다. 중앙은행은 이것을 직감했고, 이에 맞춰 자신을 변모시키고 있다. 조류의 방향은 바뀌었고 이에 맞춰 우리가 탄 큰 배는 서서히 되돌아올 수 없는 방향으로 키를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 위에서 아무리 옥신각신 떠들어도 조류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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