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정년 전 복직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기고]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복직 촉구 1천인 선언 동참을 호소하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서울까지 천리 길을 걷고 있다. 정년 안에 복직하겠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다. “하루를 일하더라도 내 발로 걸어 나오고 싶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이 말에는 부당해고를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만이 아닌 숱한 탄압으로 약해진 노동조합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노동조합에 대한 애정도 담겨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여기, 똑같은 마음을 갖고 정년 전 복직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하청 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에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다. 이곳의 해고자는 현재 5명이 남았다. 그 중 김정남 지부장의 정년이 올해 4월, 기노진 회계감사의 정년이 올해 5월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11일 해고된 후 8개월째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소송에서도 이겼지만, 사측은 복직을 시키지 않고 행정소송에 들어갔다. 몇 달만 버티면 두 명의 정년은 끝나고, 노동조합의 힘은 더 약해질 거라는 판단을 내리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런 게 있어요

아시아나케이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회사다.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에어포트(지상조업)→아시아나케이오(기내청소, 수화물 분류)라는 구조라는데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시아나케이오(KO)만이 아니라 KF, KA, KR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KF 밑에는 에스팀엠이 있고 KA 밑에는 에이에이치와 에이큐가 있고 KO 밑에는 에이오가 있다고 한다. 이 케이 시리즈는 모두 박삼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 금호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익법인인 죽호학원 밑에는 KI와 KG가 있다고 한다.

복잡하다. 도대체 몇 단계 하청구조인지도 모르겠다. 이게 뭐냐고 물으면 조합원들도 설명하다 포기한다. 그냥 그런 게 있다고 한다. 다만 이 얘기는 꼭 한다. 항공산업은 비정규직 천지라고. 오죽하면 그런 말이 있던가. 공항에 들어가서 비행기 타기까지 당신이 만나는 사람은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물 마실 시간도 없이

하청 구조의 아래로 갈수록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진다. 케이오 노동자들은 겨우 최저임금만 받았다. 노동강도는 엄청 셌다.

"성수기가 오면 다들 여행 간다며 좋아했겠지만 우리는 죽을 만큼 힘들게 일했다. 화장실 가고 싶을까 봐 물도 못 마시고 일한 직원들을 한마디 상의 없이 코로나19가 왔다고 해고해 버리는 게 말이 되나." (“물도 못 마시고 일했는데”, 해고된 아시아나항공기 청소노동자 김계월씨, 오마이뉴스 인터뷰 중)

청소노동자 7명이 비행기 한 대를 청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분이라 했다. 비행기가 크면 시간이 좀 더 늘어나지만 물 먹을 시간, 밥 먹을 시간도 없긴 마찬가지다. 너무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기내식을 먹으며 일하기도 했다. 이름도 모르는 독성 화학약품으로 청소를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기 전에는 에어컨도 틀어주지 않았다. 40도에 이르는 비행기 안에서 옷을 말려가며 일했다. 동료들끼리 누구 하나 쓰러져야 에어컨을 켜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불도 켜주지 않아 어두컴컴한 곳에서 청소해야 했다. 잘 보이지 않으니 이곳저곳에 부딪혔다. 온몸은 멍투성이다. 종일 무릎을 굽혀 구석구석까지 청소하다 보니 1년 이내에 다 무릎이 나갔다고 했다.

실종된 정부

2015년 11월, 317명으로 민주노조가 출범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현재 다수노조인 한국노총(1노조)과 민주노총으로 분리됐다. 그래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끊임없이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맞섰다. 회사는 그제야 에어컨을 틀어 줬고 불도 켜줬다. 독성물질이 담긴 청소 용품도 바꿨다.

코로나19가 있기 전에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수는 500명에 가까웠다. 이후 120여 명이 희망퇴직했고, 360여 명이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했다.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이 작년 5월 11일 정리해고 됐다. 정리해고 대상에 대한 기준도 없었다. 민주노조 조합원이 표적이었다. 무기한 무급휴직, 기약이 없다. 더군다나 눈엣가시인 민주노조 조합원을 회사가 다시 불러들이겠는가? 동의할 수 없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도 활용하지 않았다. 회사는 조금의 부담도 지지 않으려 했다. 정부로부터 휴업수당의 90%를 받는다고 해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10%가 싫었다. 사용주만 신청할 수 있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한계를 이용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해 5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해고될 때 정부가 항공산업에 투입한 돈만 4조 원이 넘었다. 아시아나에 1조 7천억 이상이 투입됐다. 그 이후에도 수천억이 넘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이 또 투입되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해고는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 다 죽여 놓고 돈 풀어놓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돈도 하청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원청이 하청에게 돈을 내려 보내 하청 노동자를 살리면 되지 않느냐고? 정부가 손 놓고 팔짱 끼고 있는데 누가 그러겠는가?

천문학적인 노동자 민중의 혈세는 노동자 살리기를 위해 쓰이지 않았다. 수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정규직조차 유급휴직과 무급휴직을 번갈아 했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은 거기에 더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 돈은 누구를 위해 쓰였는가?

여성 승무원들을 성희롱하고 기내식 대란을 일으켰으며,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시아나를 위기에 빠뜨린 박삼구는 퇴직금 64억 원, 상표권 사용료 120억 원을 챙기고 아시아나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정부는 경영위기를 일으킨 박삼구 일가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 박삼구에게 면죄부를 주고 대한항공 조원태에게는 경영권을 쥐여 주는 특혜를 베풀며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으로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불안해졌다. 언제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케이오 노동자들이 복직을 간절히 소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불안에 떠는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묵묵히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지난 8개월, 해고자 5명은 최선을 다했다. 서울시가 본사 앞에 친 천막을 세 차례 철거했지만, 트럭에서 잠자며 버텼다. 긴 장마 속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며 농성을 이어갔다. 노동부, 케이오 본사를 찾아다녔고, 싸우고 있는 다른 노동자들과 항상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으며, 매일 아침, 점심(점심은 금호아시아나본사), 저녁 선전전을 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해고자들의 집은 멀다. 집이 대부분 인천에 있다. 김하경 조합원은 인천 작전동에서 버스와 지하철 네 번을 갈아타고 서울지방노동청으로 온다. 우직하게 하루하루 싸우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각각 10년, 9년을 다닌 지부장과 회계감사의 정년은 다가오고 있다. 그들에게 정년이 다가오는 심정을 차마 묻지 못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모습을 매일 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이 꾸려졌다. 오늘까지 17개 단위(개인 포함)가 꾸려져 설 전 복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매주 수요일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집중선전전을 벌인다. 특히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 대책위가 꾸려져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은 <설 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복직 촉구 1천인 선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신문광고비 5,000원을 모아 복직을 촉구하는 광고를 내려 한다. 함께 힘 모아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항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될 등대가 여기에 있다. 소수노조지만 반드시 민주노조를 지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노동자들이 여기에 있다.

1천인 선언에 함께 해주세요!

설 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복직 촉구 1천인 선언
- 아시아나는 중노위 승소 판정 이행하고,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 취지 : 설 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복직 촉구선언. 2월 8일 신문 광고 게재 (5천원 선언비용은 신문 광고 기금으로 사용, 남은 금액은 투쟁 기금 사용)
○ 선언자 모집기간 : 2021년 1월 22일~2월 5일,
○ 입금 계좌 : 3333 187 236192 카카오뱅크 (정원섭)
○ 문의: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정남 지부장 010-7616-5401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 010-3168-1864

○ 선언 동참 링크: https://han.gl/아시아나케이오복직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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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옹이

    그렇게 노동 임금을 뺏어 박삼구 배만 불렸네요 박삼구의 책임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