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대, 일본의 철도 재국유화 운동

[INTERNATIONAL4]

[출처: https://www.jrhokkaido.co.jp/]

〈철도원〉이 보여준 철도노동자 모습

〈철도원〉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아내가 죽은 날에도, 딸이 죽은 날에도 자신이 일하는 철도역을 지키는 서툰 역장의 이야기다. 그가 일하는 홋카이도 지방선은 폐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영화에서 철도에 대한 노동자의 진지한 마음을 묘사하는 장면은 많은 철도노동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배우 타카쿠라 켄이 연기하는 주인공 오토마쯔는 자신의 목숨마저 내걸고 그가 일하는 역을 지키려 한다. 철도가 공공의 사회 기반이기 때문이다. 철도노동자들은 “자신이 지역의 삶과 발전을 지탱하고 있다”는 강한 책임감과 높은 자부심에 힘입어 일하고 있다. 감정을 억누르며 자신의 사명을 다하려는 오토마쓰 같은 무수한 철도노동자들이 일본 철도를 지탱해 왔다.

〈철도원〉에도 그려지듯, 이용자가 적은 홋카이도 노선은 수익성이 낮고, 만성적인 적자로 경영 위기를 반복한다. 민영화 이전에는 대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의 수익을 홋카이도와 시코쿠 등의 적자 노선을 유지하는 데 사용했지만 분할 민영화 후에는 회사마다 수지를 맞춰야 한다. 그 결과 아무리 지역의 중요한 철도라도 적자 노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줄줄이 폐지됐다. 국철 시기에는 지역 일자리도 많이 창출했다. 그러나 민영화 후 JR은 인력을 감축하고 비정규직화를 추진했다. 노선 폐지는 특히 낙후된 지방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그러면서 “적자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자 노선은 처음부터 적자 노선이었다. 계획 단계에서 낮은 수익성을 예상하며 설치한 노선도 많다. 적자 노선을 유지할 수 없다면 어째서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설치했겠는가. 그것은 철도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편리함을 누려야 할 대중교통이었기 때문이다.

전국을 연결하는 철도망은 단지 지역 주민의 생활만이 아닌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중앙과의 격차를 좁히는 역할도 해왔다. 일본은 비교적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작지만, 거기에는 전국에 둘러쳐진 철도망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수익성을 이유로 노선을 폐지하는 것은 그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생활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철도 민영화, 어떻게 추진됐나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대두한 시기였다.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그리고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신자유주의 이념 아래 대규모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붙였다.

당시 일본 국철은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었고, 민영화된 JR 각사가 인수할 부채총액은 약 37조1100억 엔에 이르렀다. 철도가 사회기반이라는 점에서 부채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정치인의 지역구 챙기기와 방만 경영 등이 그것의 규모를 더욱 키웠다.

1960년대부터 이미 파탄 상태였던 구(舊) 국철의 경영 재건을 위해 수차례에 걸친 계획이 세워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또 재건 계획으로 노동 강도가 강화하고, 안전 경시로 사고가 속출했으며, 노동조합과의 대립도 극에 달해 있었다. 구 국철의 노동자는 파업권이 없는 공무원이었고, 파업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쟁의는 한계가 있어, 1975년에는 대규모 ‘파업권 파업’이 일어났다. 영화 〈철도원〉에서도 당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노동조합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묘사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국철 당국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경영파탄의 원인으로 노동조합을 지목했다. 또 언론을 통해 대규모 반노조 운동을 벌이며 노사갈등은 속수무책으로 심화했다.

이후 1981년에 ‘증세 없는 재정재건’을 내걸고 발족한 2차 임시행정조사회(임조)는 국철·전매·전신전화의 3개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제출했다. 나카소네 내각은 이를 국철 노동조합 해체의 구실로 사용했다. 물론 노조는 민영화에 강력히 반발했지만, 파업권 파업의 후유증으로 조직의 역량이 떨어지고 연일 반노조 운동으로 피폐해져 민영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1987년 국철은 6개 지역과 화물 등 7개 JR업체로 분할 민영화됐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대량 해고됐고, 노조는 ‘해고 철회, 채용 차별 반대 투쟁’으로 맞서 신자유주의와 싸우는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다. 2010년 마지막 국철 투쟁은 정치적 합의로 막을 내렸지만, 이들이 벌였던 투쟁은 형태를 바꿔 공공성 되찾기 운동으로 다음 세대에 이어지고 있다.

지역선 현황

일본의 철도는 크게 대도시를 잇는 신칸센(일본 고속철도), 각 도시를 잇는 자이라이센, 그리고 일본 전국에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선으로 나뉜다. 자이라이센 중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이용자 수가 적은 지역의 철도를 지방선이라 부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선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으나 자동차 보급과 함께 지역선 이용자가 급감했다. 그러나 철도의 성격상 이용자가 적어도 선로 보수나 역사 운영 등 유지비용을 줄일 수 없어 필연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적자를 메우기 위한 운행 차량 감축이나 운임 인상은 이용자 수를 더욱 줄인다. 이 때문에 현재 지방 노선의 주된 이용자는 통근·통학 이용자나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고령자 정도로 한정된다.

1981년 기준 총길이 2만1421.1km를 기록했던 구 국철 노선 중 2020년 기준 2546.7km의 노선이 폐지되고 2202.5km의 노선이 민관이 합작한 ‘제3 섹터’로 이관됐다. 약 22%의 적자 지방 노선이 구 국철에서 폐지 또는 분리된 것이다. 수익성이 높은 신칸센이 새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2020년 기준 JR 각사 노선의 총길이는 1만9889.7km로, 전성기의 약 93%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러한 조건에서 일본 각지에서는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철도 국유화, 공영화 투쟁이 줄기차게 진행돼 왔다. 특히 코로나로 철도 환경이 악화한 최근에는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철도 재국유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철도공단 법안”

현재 홋카이도의 많은 시민단체가 1987년 6개사로 분할 민영화된 후 경영이 어려워진 철도를 살리기 위해 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안전문제연구회가 일본철도공단법안(1)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2)

법안의 골자는 △구 국철에서 JR 각사로 민영화된 노선을 신(新) 국철로 재국유화 △구 국철에서 제3 섹터로 이행된 노선은 현지 희망에 따라 신 국철로 국유화 △지방철도를 위한 신법을 제정해 공공이 지방철도를 유지관리 △철도를 중심으로 한 지방진흥계획 수립 △철도 경영에 독립채산제 도입 등이다. 안전문제연구회는 이 법안의 내용을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해 민영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법안이 마련된 것은 홋카이도의 많은 철도 노선이 존속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홋카이도 철도 노선 약 2,500km 중 절반가량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노선 유지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이 확산했지만 수익을 훨씬 넘는 복구 비용이 드는 탓에 4월에 폐선될 예정이다. 또한 〈철도원〉의 무대인 이인역의 네무로 본선도 2016년 태풍으로 이인역을 포함한 일부가 중단됐다. 네무로 본선은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와 홋카이도 동부를 잇는 중요한 노선으로 역시 존속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대로 폐선 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코로나19 역시 철도에 직격탄이 됐다.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사람의 이동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적자 지방선의 유일한 희망이던 관광 산업도 제동이 걸려, 수익을 올리던 노선마저 운임 수입이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신칸센이나 버스 편을 포함한 JR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이 적자를 내, 지방선의 적자를 보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법 제도는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의 사회기반인 철도를 영리기업으로 본다. 철도가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을 시 국가가 복구해야 하지만, 현행 법 제도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각각 손해의 25%만 부담한다. 복구 비용의 50%는 철도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모순된 법제도 하에서는 신칸센 같은 수익성이 있는 노선 외에는 철도사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대규모 재해로 JR의 파탄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근본적으로 법 제도를 바로잡지 않으면 철도가 소멸할 수 있다는 절박함도 늘었다. 과거 정치인의 부당 개입으로 국철이 파탄 났다는 반성과,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JR의 경영을 파탄 낼 수 있다는 위기감, 폐선이 계속되는 홋카이도 주민의 경험 등에 주목하며 이번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 법안은 유력한 정당이 지지하는 것도, 압도적 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이 법안에는 노선 폐지에 반대하며 운동을 계속해 온 지역주민과 철도노동자의 노력이 응축돼 있다. 단순히 위기에 빠진 기업 구제를 목적으로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공적 소유와 운영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이 법안의 목적이다.

그물코처럼 전국의 모든 마을을 이어주며,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싸고, 가장 확실한 교통수단인 철도는 단위수송량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낮다. 2018년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철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여객 1인당 1km 이동에 18g, 버스는 54g, 비행기는 96g, 승용차는 133g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는 지금, 이는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으로서의 철도를 재검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그리고 국가발전을 지탱하는 철도는 10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며 운영해 나가야 한다.

[각주]
(1) https://transportation.sakura.ne.jp/local/koudan/210104setsumei.pdf
(2) http://www.labornetjp.org/news/2021/0104te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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