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보는 3가지 키워드

[INTERNATIONAL1]

  미얀마 제조노동자연맹이 금속노조에 보내온 군부 쿠데타 항의 총파업 장면 [출처: 금속노조 제공]

국제사회는 지난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군부가 선거로 선출된 권력을 무력으로 전복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을 억압하는 모습을 보며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간 정부가 군부 쿠데타를 이겨내고 다시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기를 성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를 단순히 ‘민주 정부 대 나쁜 군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한국 사회가 이번 쿠데타를 보며 생각해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소개하려 한다.

NLD 정부는 좋은 정부였나?

미얀마 헌법은 상‧하원 의석의 25%를 군부에 자동할당토록 한다. 그런데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는 2015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로 집권한 뒤, 2020년 11월 총선에서도 다시 압승했다. 이처럼 미얀마 국민 다수가 NLD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NLD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할 수는 없다. 정확히는 NLD 정부를 이끄는 아웅산 수치가 좋은 지도자로 평가될지 의문이다. NLD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아웅산 수치에 대한 지지로 봐도 좋을 정도로 그는 미얀마에서 민주주의와 개혁의 상징으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로서의 아웅산 수치는 지난 5년간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니, 국제적 민주주의 지도자로서 위상까지 실추했다.

가장 큰 이유는 로힝야 학살 문제다. 아웅산 수치가 2017년에 발생한 로힝야 학살에 옹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집단학살을 부정하는 모습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했던 국제사회에 큰 실망을 안겼다. 미얀마 군부가 1962년부터 2015년까지 미얀마를 통치하면서 대체 불가능한 권력을 형성했기 때문에 군부와의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의 적극적인 학살 옹호가 로힝야 사람들에 대한 미얀마 사회의 적대 정책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나아가 NLD 정부가 로힝야를 비롯한 소수민족과 공존의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2020년 총선에서 로힝야와 소수민족이 차별과 탄압을 받는 등 총선 불공정 문제가 제기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웅산 수치 정부는 그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지속해서 훼손하고 유보하는 행보를 걸어왔다. 이른바 아웅산 수치로 대표되는 ‘미얀마 민주 세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지지가 2015년을 전후해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군부 쿠데타는 잘못된 것이고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NLD가 집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미얀마 민주주의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에 대한 지지는 지속해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로의 이행이 쉽지 않음을 고려하더라도 NLD 정부의 학살 옹호는 반드시 평가받아야 한다.

반대 시위의 전면에 나선 노동운동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미얀마 시민은 대대적인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거센 저항은 NLD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자신에게 도전해온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역사에 비춰볼 때, 거리로 나선 미얀마 시민의 저항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이 저항의 선봉에 미얀마 노동조합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1년까지 미얀마에서 노동조합은 법으로 금지됐으나, 미얀마 군부의 개방정책에 따라 노동조합 결성이 허용됐다. 이를 계기로 노동조합은 백만 명에 달하는 미얀마 노동자를 민주적으로 조직하고 파업으로 단련시켜왔다.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처럼 중국과 한국의 의류 봉제공장들은 저임금과 관세 혜택을 노리고 미얀마에 진출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노조탄압에 맞서 싸워왔다. 파업을 주동한 노조 간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른 업체로의 취업이 막혔고, 경찰과 용역 깡패는 파업 농성장을 침탈했다(1). 이 과정에서 미얀마 여성 노동자들은 이혼까지 감수해가며(2)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파업을 조직했다. 이렇게 다져진 노조의 투쟁력과 조직력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군부가 확실히 권력을 찬탈하게 되면 이번 반대 시위의 선봉에 선 노동조합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의 미얀마 투자

한국기업들은 미얀마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미얀마의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노리는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따른 정정 불안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전에도 여러 인권적 위험을 무시하면서 투자를 고수해 온 전력이 있다. 2000년 포스코인터가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시작한 아라칸 주 가스개발 사업은 줄곧 국내외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 파이프라인이 중국까지 이어져 건설됐다는 점에서, 해당 사업은 쿠데타 국면에서 중국의 암묵적인 지지와 맞물려 다시 주목을 받았다. 미얀마 청년들은 군부가 또다시 인터넷을 차단한다면 이 파이프라인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중국이 군부의 후견인 노릇을 한다며 겨냥한 것인데, 한국공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가스개발사업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 이전에도 UN은 로힝야 학살을 주도한 군부가 소유하고 있는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yanmar Economic Holdings Limited, MEHL)나 MEC(Myanmar Economic Corporation)와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관계 종료를 권고했다. 이 명단엔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2020년에는 국제앰네스티가 해당 한국기업들에 서한을 보내 군부 소유 기업과의 관계 종료를 질의하기도 했다. 이후 군부가 쿠데타까지 일으키면서 미얀마에 대한 투자 자체가 문제시되고 있다. 인권적 측면을 무시하고 미얀마에 투자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한국기업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이번 기회에 미얀마와 같이 인권위험이 큰 국가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1) 이와 관련된 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98972
(2) 미얀마 여성 노조 활동가 인터뷰에서 인용 https://jacobinmag.com/2021/02/myanmar-labor-movement-authoritarianism-coup/?fbclid=IwAR05nV2e1S6NKxiItFQc6tqYEwxDHRU1xPLpxdc0hVO_85gsyfM1uABo9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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