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탈핵 위해 에너지기업에 3조3천억원 보상 합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10년...사기업에 선물 보따리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탈핵 선언을 했던 독일 정부가 민간 에너지기업에 3조 원이 넘는 막대한 선물을 주기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독일 환경, 경제, 재정부가 공동으로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기업과 벌이던 손해배상액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협상은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일어난 탈핵 여론의 여파로 독일 정부가 2022년 말을 목표로 탈핵 선언을 발표한 뒤 에너지기업들이 반발해 소송을 내며 시작된 것이다. 협상에는 에너지회사 바텐팔, RWE, 에온 등이 참가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에너지 기업들은 모두 24억3천만 유로(약 3조2892억 원)를 받게 된다. 스웨덴 에너지 기업 바텐팔은 전체 보상액 중 가장 큰 14억 유로를 받게 된다. RWE는 8억8천만 유로, EnBW는 8천만 유로, 에온은 4250만 유로를 받는다. 손해보상액은 탈핵을 하지 않았을 경우 에너지기업이 취했을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중 1억4250만 유로는 2010년 가을에서 2011년 여름까지 에너지기업이 독일 정부의 방침을 믿고 투자한 금액에 대한 보상액이다.

애초 독일정부는 2002년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결정했었다. 그러나 2010년 10월 원자력발전소 존속기간을 연장하며 당초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듬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발하면서 그 여파로 다시 2011년 6월 이 방침을 철회하고 2022년 말을 목표로 탈핵을 선언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에너지 기업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도 중단된다. 독일 국내 소송을 비롯해 바텐팔이 워싱턴 국제중재재판소에 낸 소송 역시 중단된다. 바텐팔은 이 소송을 통해 독일 정부에 탈핵 손해 배상액으로 60-70억 유로를 요구해 왔었고, 이것이 높은 합의금을 이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에선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2016년 정부가 에너지기업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이어 2020년 정부가 계획한 보상제도를 기각하면서 에너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같은 협상 결과에 기업들은 환영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터무니없는 비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독일 진보언론 <타츠>에 따르면,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독일에서 가장 큰 환경과 자연 보호 단체 분트(Bund)의 전국의장 올라프 반디트(Olaf Bandt)는 “보상 문제는 마침내 끝이 났지만 너무 높은 가격으로 해결됐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바텐팔은 이제 “독일 정부로부터 14억 유로라는 마지막 선물로 주머니를 채울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요헨 플라스바르쓰 환경부 장관은 “합의금은 중재과정에서 기업들이 요구했던 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텐팔 측은 이번 협상 결과를 환영하며 “독일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버리고 기후 친화적인 에너지 시스템과 재생 가능한 연료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 결과는 각 기업 이사회와 EU집행위원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독일 의회에서도 통과돼야 한다. 2022년 말까지 탈핵 일정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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