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넘어졌다고? LG는 청소노동자 폭행 사과하라”

노조, 법적 대응 검토 중

10일 LG트윈타워 노동자가 사측과 몸싸움 중 갈비뼈가 골절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가 조합원에 대한 폭행이라며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사측은 현재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이며, 노조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사고를 당한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분회 김 모 조합원과 목격자인 최 모 조합원은 LG트윈타워 건물 관리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A 직원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10일 오전 8시 40분경 사측이 철거한 노조 선전물을 조합원들이 복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측이 ‘고용승계’ 등의 문구가 담긴 천조각(소원천)을 달려는 조합원들을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 모 조합원은 CT 촬영 결과 6, 7번 갈비뼈가 골절됐으며, 손가락도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이 '소원천'을 몸에 두르고 있다.

김 모 조합원은 지난 10일 진술서를 통해 “뒤쪽에 자그맣고 파란 잠바를 입은 남자(A 직원)가 지부 부장들에게 욕을 하고 있었고 제가 뒤에 서서 팔을 잡으며 ‘이러지 마세요’, ‘그만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말렸습니다. 파란 잠바를 입은 남자가 순간 팔꿈치로 확 밀쳤고 바닥에 물이 있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습니다”라고 사건 당시를 설명했다. 또한 목격자 최 모 조합원은 “사측과 실랑이가 있었고 당시 김 모 조합원이 A 직원 우측 뒤편에 서 있었고, A 직원이 앞에 사람과 몸싸움을 하다가 앞에 사람을 본인 쪽으로 확 당기면서 옆에 서 있는 김 모 조합원을 손으로 확 밀었다”는 내용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노조는 이 진술들과 영상 자료 등을 들어 사측의 ‘조합원이 혼자 미끄러졌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노조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노조의 A 직원이 등장하는 영상에서도 조합원들과 충돌하며 지나간 후 곧바로 피해자가 쓰러진 장면이 나오는 정황으로 봐, ‘스스로 넘어졌다’는 LG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구광모 회장이 나서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와 ‘LG트윈타워집단해고사태해결을위한노동시민사회단체공대위’는 11일 오전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LG가 폭력 행위를 사과하고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노동자가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아시다시피 폭력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또 “그 과정이 노동법과 헌법 그리고 국제인권기준이 보장하는 정당한 노조활동으로서 선전물인 소원천 게시를 막는 것은 노조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 침해다. 법원 가처분 소송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계약을 맺지 않고 중간 업체 두 곳을 통해 LG건물을 청소한 만큼, LG트윈타워에서 농성하는 것은 정당한 노조 활동이다. 그걸 막으려고 한 것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소영 LG트윈타워분회 분회장은 “어제(10일) 아침 선전전을 하고 건물로 들어오니, 마음의 소원을 담아 써놓은 ‘소원천’이 박스에 담겨 있었다. 이를 다시 달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사측 직원 20여 명이 달려들었다. 우리는 고령 노동자이기 때문에 말리기 바빴고, 피해 조합원도 그랬다. 그런데 노조 부장님이 직원으로부터 멱살이 잡혔다. 말리려는 순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직원이 팔꿈치로 밀어 조합원 한 명이 내동댕이쳐졌다”며 “너무나 치가 떨린다. 그러면서 회사는 간담회나 하자고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G 측은 사건 발생 당일 오후 5시경 LG트윈타워 로비에 현재 상황을 해결하자며 ‘공개간담회 실시’ 안내문을 부착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노조는 이에 항의하며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에스앤아이 대표이사’를 지칭해 공개간담회 안내 대자보를 부착했다. 노조는 11일 오후 1시 30분에 예정됐던 사측 간담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사건 당일 “고용유지나 다양한 생계지원 방안 등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라는 개별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선영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LG트윈타워의 세 개 용역업체는 청소노동자들의 모든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화장실에 가도 쫓아온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멈춰 세운다”라며 “내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감시 대상이 되는 것은 가장 힘든 일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수 십 년 일한 곳에서 감시당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농성 상황을 설명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LG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폭행을 사주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가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고용승계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LG는 50대건, 60대건 무차별적으로 다 해고해놓고 비판여론에 직면하자 느닷없이 정년연장이 문제라고 호도했다. 이번엔 소원천이 보기 싫다고 폭력적으로 철거하고, 탈취하려다 폭행상해로 언론에 나가니까 갑자기 소방시설 핑계를 댄다. 눈치 보고 언론플레이에는 공을 들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소노동자에게는 단 한 마디의 해명도 사과도 없이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문자 보내기에 열중인 지수아이앤씨나, 폭력 주범 에스앤아이가 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라며 결국 “이 집단해고의 주역이자 해결해야할 책임자는 동관 30층으로 출퇴근하며 이 상황을 모를 수 없음에도 86일째 외면하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우리는 LG 측이 즉각 폭력사태에 대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LG트윈타워 인근에 걸린 '소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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