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 후, 당사자 지원·고용승계 대책 없어

“서울시,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체계 구축해야” 법인, 탈시설 후 시설 폐쇄

서울시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과 자립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모든 거주인이 자립을 완료한 관악구의 한 장애인거주시설 법인이 시설폐지 신고를 하면서 시설 밖으로 나온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불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설 폐쇄에 따른 시설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장애인거주시설은 관악구 소재 ‘도란도란’으로 2009년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 장애인들의 일시 거주 쉼터에서 출발했다. 장애인 탈시설을 목적으로 설립된 거주시설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운영하는 대한성공회서울교구사회복지재단은 적극적으로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해온 사회복지사들에게 징계, 직무배제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 시설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지난 3일 모든 거주인의 탈시설을 완료했다.

그러나 재단의 시설 폐지 신고로 오는 30일부터 자립 후 정착 서비스가 필요한 다섯 명에 대한 지원이 중단될 예정이다.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시에서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등이 탈시설을 완료하고 시설기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용 승계를 한 사례가 있으나, 도란도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시설노동자가 조직된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장애인 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 생활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도란도란에서 자립 지원을 담당한 김치환 부지부장은 “도란도란은 한국 최초 탈시설을 목적으로 설립된 거주 시설이다. 최근 탈시설을 완료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너무 늦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탈시설을 완료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우리가 추구한 것이 당사자들을 중심에 둔 함께하는 탈시설이었기 때문”이라며 “지역사회복지기관 네트워크, 시민사회, 노조와 15년 동안 탈시설을 외쳐온 장애인단체들이 없었더라면 탈시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8년 7월 1일부터 지난 2021년 3월 3일까지 18명 거주인 모두는 전세임대, 재개발임대, 영구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에 자립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SH재개발임대로 서대문구에 1명, LH영구임대로 강서구에 3명, SH전세임대·SH재개발임대·LG주거사다리사업을 통해 관악구에 총 14명이 자리를 잡았다.


“거주인도 땀의 가치를 아는 노동자였다”
서울시에 탈시설 완료한 시설에 대한 대책 촉구


도란도란 자립 지원 팀장이자 노조 성공회지회 사무국장인 강자영 씨는 시설에서 자립한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 입소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이들 또한 노동자라고 말했다. 강지영 씨는 “‘소금은 햇볕이 만들고 나는 그걸 주워 담을 뿐이고’라는 말은 내가 신안 염전에서 수년간 학대 피해를 받다 구출된 당사자에게 ‘소금을 지겨워지도록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요?’라고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 답변이 잊히지 않는다”라며 “도란도란의 당사자들은 고된 삶을 살다가 잠시 쉼표를 찍고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거주하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한계를 가진 이용자이기 전에 땀의 가치를 아는 노동자이고 삶의 지혜를 지닌 멋진 철학자였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강자영 씨는 탈시설 완료로 “이제 지역사회에서 탈시설 당사자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목적만이 남았다. 그리고 학대 피해 발달장애인에 맞는 지원 서비스 구축 및 고령 당사자에 대한 탄탄한 지원 체계 마련, 보호자가 없는 당사자 지원과 같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시설도 함께 지역사회로 나와야 한다. 탈시설 후 지원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더욱 다양하고 두터워져야 진정 탈시설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당사자가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사업 전환 주체를 기존 법인으로 한정하지 말고, 노동자들과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탈시설 권리를 옭아매지 않도록 해답을 찾아 달라”라고 요구했다.

탈시설 지원한 노동자들, 따돌림·징계 겪어
시설 폐쇄 후 고용 승계도 불분명


자립 지원을 해온 도란도란의 노동자들은 그동안 징계 등의 탄압을 받았다. 강자영 씨는 “탈시설을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역할과 실천이 당사자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법인은 당연히 그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라며 하지만 “2019년부터 지금까지 도란도란의 노동현실은 자립 지원 및 자립 후 지원에 대한 끊임없는 업무 방해, 자립 지원 노동자에 대한 집단 괴롭힘과 업무배제,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성 괴롭힘과 따돌림, 징계였다”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지자체에 당사자 지원에 온 힘을 다할 수 있도록 노동자 안위를 보장해달라고 수차례 외쳤다. 그러나 그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2020년 6월 여러 방해를 뚫고 탈시설을 진행한 저를 반긴 것은 징계 회부서였다”라고 말했다.

탈시설이 완료된 장애인거주시설 노동자에 대한 고용 방안도 없었다. 대한성공회 법인은 사업 전환을 하지 않았고 시설폐쇄를 신고했다. 이로 인해 국고보조금은 지자체로, 후원금은 법인으로 귀속하게 된다.

박영민 사회복지지부 사무국장은 “여전히 시설폐쇄로 인한 노동자 고용 문제는 지자체, 법인 그 누구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 도란도란 조합원들의 용기 있고 과감한 탈시설 경험은 다른 시설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탈시설 후 시설폐지에 대한 고용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고용 승계 방안으로 “사업 전환 방식이 있다. 그리고 서울시가 장애인 자립 지원주택 등에 사업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비롯해 지자체 계획으로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업무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은 서울시와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과 관련해 면담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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