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화물노동자 상하차 중 사망 “노동부 방관, 원청이 초래했다”

노조 “노동부, 상하차 업무가 전가되지 않게 철저히 감독하라”

지난해 두 명의 화물노동자가 상차 중 사망한데 이어 최근에도 화물노동자가 하차 중 사망하면서 고용노동부의 미흡한 감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고인은 생전 원청에 사고 문제 해결을 요청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8시경 경남 진주 소재의 이동식 농막 제작 업체에서 석고보드 하차 중 석고 다발이 낙하해 이를 돕고 있던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사고는 화물노동자가 싣고 온 석고보드를 업체 사장이 지게차를 이용해 하차하던 중 지게차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발생했다. 석고 다발이 낙하해 지게차와 화물차 사이에 있던 화물노동자를 덮친 것이다. 가해자인 사장이 119에 신고해 진주 경상대학교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이 노동자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는 23일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의 가해자는 지게차를 운전한 업체 사장과 원청(화주)인 한국보랄석고보드, 그리고 고용노동부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화물노동자가 상·하차에 관여하다 사고를 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화물노동자의 본 업무는 화물 운반이다. 화물노동자가 상·하차를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이 법을 지키는지 감시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이 건에 대해 지금까지 수수방관해왔다”라며 “고용노동부는 화물노동자에게 더 이상 상·하차 업무가 전가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을 실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사고 원인으로 지게차 정비 불량, 가해자의 안전하지 않은 행동, 화물의 위험한 결박 상태 등을 꼽고 있다. 우선 이날 노조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가해자인 업체 사장이 지게차로 들어 올린 석고보드의 무게는 총 5t으로, 7t 지게차가 들어 올릴 수 있는 중량이었다. 그러나 지게차 앞 타이어의 공기압이 부족해 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지게차가 고꾸라진 것이다. 또 업체 사장이 화물을 떠받쳐 운반하는 포크 하나에 석고보드를 두 다발씩 총 네 다발을 들어 올린 점도 지적됐다. 화물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지게차가 화물의 중량을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는 장면. [출처: 공공운수노조]

또한 이들이 공개한 블랙박스에는 석고보드가 팔레트에 적재돼 있지 않고, 밴딩으로도 결속돼 있지 않은 점이 확인됐다. 노조는 “화물이 언제든지 낙하할 수 있는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화물 밴딩 처리는 고인이 분회장 시절 화주인 한국보랄석고보드에 지속적해서 요청했으나 거부된 사안이었다. 이 문제와 함께 노조는 "한국보랄의 지게차는 상차에 적합하지만 하차지는 다양한 지게차를 사용해서 위험하다. 화물적재 후 하차는 한국보랄의 화물노동자 사고 현황 책임이 아닌 하차지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화물의 붕괴, 낙하에 의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화물에 로프를 거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돼 있다. 노조는 “만약 원청 화주가 석고보드를 안전하게 포장했다면 지게차 운전자가 화물노동자에게 하차에 관여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고가 일어났다 해도 사망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 사고는 예견된 사고로 원청 화주인 한국보랄석고보드에도 책임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가해자 업체 사장에게는 “애초에 사장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신중히 작업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작업 안전수칙을 따르지 않은 사장을 규탄하며 사장은 (고인이)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라고 촉구했다.

한편 화물연대본부는 고용노동부에 화물노동자 상하차 업무 중단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전국 모든 상하차 업무에 대한 감독을 하고 해당 업무에 작업자를 배치해 화물노동자들이 상하차하지 않고, 안전한 상하차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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