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직접 거래 가능해진 기업…전력산업 민영화 우려

기업 PPA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대기업, 저렴한 재생에너지 선점 가능해져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 PPA(전력구매계약)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력판매시장이 신재생공급사업자에 한해 개방되는데 이러한 전력 판매 시장의 일부 개방이 전면적인 판매시장 개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면적인 판매시장 개방은 전력산업의 완전한 민영화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 서비스질 저하 등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25일 “대기업 특혜-판매시장 민영화, 기업 PPA 법안 통과 규탄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우려점을 밝히며 기업 PPA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것으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엔 한국전력과 전기자동차충전사업자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쳐야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개정으로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전력에 대한 직접 거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기업 PPA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불이익을 안기고, 대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업 특혜 제도”라며 “이 제도는 대기업에게는 값싼 전기요금을, 일반 시민에게는 비싼 전기요금을 부과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사업자(판매자)와 기업(구매자) 간의 전력구매계약이 가능해지면 초기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주체는 계약 역량이 있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 입장에선 PPA 계약이 현행 전력 요금보다 저렴할 경우 계약을 추진할 유인이 발생한다. 즉, 저렴한 양질의 재생에너지 발전물량이 대기업에 선점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렴한 발전원이 빠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 단가가 인하되는 효과는 없으므로, 기업 PPA는 대기업에겐 비용 절감의 수단이 되지만, 일반 소비자에겐 전력요금 인상의 덫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이번 법개정이 허용하는 전력판매 시장의 일부 개방은 추가 시장 개방 요구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력산업의 완전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법개정이 기업의 지속된 요구로 이뤄진 것처럼 전력 판매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전면적인 판매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이런 방식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재생에너지 확대도 할 수 없다. 에너지를 기업 이윤의 메커니즘에 종속시킨 경제체제는 기후위기를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텍사스 전력난 같은 재앙을 불러왔다”라며 “대안은 에너지를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이며 필수재로 만드는 것이다. 대안은 에너지를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들의 손으로 통제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버지니아주의 규제위원회는 기업 PPA를 도입할 경우 요금인상이 불가피하고, 일반 고객들이 요금인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형평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불허한 바 있다. 미국 네바다주의 경우에도 기업 PPA를 가능케 하는 전력시장의 판매경쟁 도입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졌으나, 투표결과 67%의 반대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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