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팬데믹을 물리치는 방법, 백신에서 의사 파견까지

하지만 미국 경제봉쇄로 소련 몰락 이후 만큼 힘든 시기

후안 제수스 씨는 쿠바 내과의로 집 가까이 있는 작은 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지난 3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로 파견된 쿠바 의사 중의 한 명이었다. 당시 롬바르디아는 대유행의 세계적인 진원지였다. 미션을 수행하고 송별회 장소로 향하자 집집마다 주민들이 나와 박수를 보냈다. 제수스 씨가 해외로 파견된 곳은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그는 쿠바 의료특수부대인 헨리 리브 여단의 일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했다. 이 여단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 일대에 몰아쳐 참혹한 재난을 일으켰을 때 처음으로 창설됐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제방이 붕괴해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고, 2천 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냈다. 이 여단의 이름은 1868년 스페인에 맞선 쿠바 민중의 투쟁을 도운 미국 군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 후로 제수스 씨는 이 여단에서 세계 도처를 방문하며 자연 재해와 전염병 생존자들을 치료해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백신을 독점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60년 간 경제재재를 해온, 작은 사회주의 나라, 쿠바가 자체 의료시스템을 통해 팬데믹을 극복해내며 주목되고 있다.

  쿠바 코로나19 백신 개발 장면 [출처: DemocracyNow!]

실제로 쿠바에선 코로나19 신종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 모두 440명이 사망해 세계에서 1인당 사망률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 코로나19 사망자의 수는 56만 명에 이르며 인근 브라질에선 하루만에 4,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다는 점에 비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심지어 쿠바 인구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미국에 비해 40-60배 적은 꼴이다.

쿠바는 또 임상시험 3단계에 들어간 코로나19 백신 2종을 포함해 모두 5종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한쿠바교류협회’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오는 5월까지 210만 명에 이르는 아바나의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하며, 올 연말까지 1100만 명의 쿠바 국민 전원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쿠바에선 지난 3월 1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개월만에 백신프로젝트가 시작해 8월 13일 1번째로 개발된 백신이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

쿠바에선 이 같이 자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유가 수십 년 간 지속된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고수한 무상의료와 이를 토대로 한 공공적 의료, 제약, 바이오산업 개발에 있다고 본다. 쿠바에서 의약품 개발을 감독하고 있는 바이오쿠바파마(BioCubaFarma)의 과학 및 혁신 책임자 롤란드 페레스 로드리게스 박사는 9일(현지시각) <데모크라시나우>에 쿠바인들이 코로나에 잘 대처하고 있는 이유는 “보편적이며 모두가 접근 가능하고,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무상 의료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나아가 이 같은 무상의료시스템과 의료자원, 생명공학산업의 결합을 통해 쿠바가 코로나19에 대처할 경험과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바의 의료 현실을 살펴보면, 쿠바는 세계 어느 곳보다 풍요로운 의료 복지 제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바의 의사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인구 1천 명당 쿠바의 의사 수는 8.4명으로 이는 2.4명인 한국의 3배를 웃돈다. 해외에서 근무하고 약 1만 명의 의사 수를 제외해도 동일하다. 의료비에 지출하는 국가 예산 비중도 다른 나라들을 크게 앞선다. 2018년 쿠바 의료 예산은 GDP의 11.19%(한국 7.56%)이다. 쿠바는 이미 1980년대에 세계 최초의 뇌수막염B백신을 개발한 바 있다. 또 현재 미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암 치료제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쿠바는 1960년대부터 의료 인력을 해외로 파견해왔다. 현재까지 모두 40만 명의 의료진이 164개국에서 일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기 전에도 세계적으로 28,000명의 의료진이 파견돼 있었으며, 이후에는 4천 명이 추가 파견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쿠바 의료진이 파견된 지역은 5개 대륙에 걸쳐 40개국에 이른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쿠바의 경제 여건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쿠바 경제규모는 급락했다. 쿠바 경제가 크게 의존하던 관광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미국 정부 시기에 경제 봉쇄 조치가 훨씬 악화하며 피해가 심해졌다. 트럼프 전 정부는 베네수엘라로부터의 석유 수송을 금지해 쿠바에 에너지 위기를 야기했다. 또 2015년 오바마 전 정부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다시 재지정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시민은 쿠바를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쿠바에선 경제위기의 정도가 30년 전 소련 붕괴 이후 시기와 유사하다는 평이 나온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운동 시절 쿠바에 대한 송금 및 여행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달 백악관 대변인은 대 쿠바 정책은 미국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쿠바 정부는 이 같이 최악의 경제 상황에 봉착해 시장 개방의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 2월 민간 경제 허용 부문을 127개에서 2천 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국가가 계속 통제하는 영역은 124개로 줄어들었다. 4월에는 2중 화폐제도를 개혁해 단일화했다.

쿠바 정부가 지난 3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지난 60년 간 누적된 피해액은 모두 1조4413억 달러에 달하며,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에만 약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보고서를 발표하며 쿠바 정부는 “대유행 기간 여러 차례 강화된 미국 봉쇄 조치가 국가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모든 쿠바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에는 세계 5개 대륙, 60개국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 봉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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