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도 안 되는데…민주적 통제, 가능하겠습니까?

[질문들]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에 대한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글을 쓴 개인도 문제지만 이런 글을 버젓이 쓸 수 있다는 것은 LH 내부가 이미 부정의에 대한 긴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부 감독시스템이 부재해 개발정보를 유출해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토지 매입에 대한 감사도 없었다.(1) 내부 감독시스템뿐만 아니라 외부 감시·감독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년 전부터 직원들의 비리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있었음에도 관련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국회도 감독하지 않았다.(2) 비리가 적발되지 않고 적발돼도 처벌의 의미가 없는 누적된 부정의 한 시간이 오늘의 이 사건을 만들었다. 공기업의 역할이나 직무의 의미를 고민하지 못하게 된 공간에서, 그 책임을 개인에만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공공기관이 LH뿐일까?

이 정보공개, ‘적극적’으로 한 것 맞나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공공기관 업무와 운영에 대해 공개성(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 1998년부터 정보공개법이 시행됐다. 이는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권력을 감시하고 공공기관 운영에 개입 참여하면서 민주주의의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제도다. ‘알 권리’는 기본권이지만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 정보를 규정하는 등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이 규정이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정보공개법은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이 원칙인데, 과연 ‘적극적인 공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경찰청에 2020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의 인권영향평가 실시 목록과 평가문, 경찰청 인권위원회(위원회)의 의결 목록과 권고 또는 의견표명을 조치한 결과, 위원회 활동에 대한 보고서 및 백서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며칠 뒤 담당자가 전화로 위원회 백서가 있으니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백서에 청구 내용이 모두 실려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이 백서는 2015년에 발간된 것이다. 대충 백서나 주고 때우려는 것으로 느껴져 다시 분명하게 청구한 내용에 맞게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전화를 끊자, 공개가 잘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다가왔다.

역시 예감은 적중했다. 부분 공개가 됐는데 정작 필요한 내용은 비공개됐다. 공개 자료는 인권영향평가를 시행한 목록과 위원회의 회의안건 목록, 위원회가 의결한 권고(의견 표명)의 간략한 요약과 2015년에 제작한 백서였다. 결국, 알맹이 없는 껍질만 받은 셈이다. 인권영향평가 내용과 경찰청 인권위원회 의결문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의 소정의 사유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체 이 ‘소정의 사유’란 무엇일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다만,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을 이유로 비공개할 경우에는 의사결정 과정 및 내부검토 과정이 종료되면 제10조에 따른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청구한 기간에 68건의 인권영향평가가 있었는데 이를 전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 인권영향평가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경찰력의 행사를 엄밀히 검토하기 위해 시행된다. 그리고 단순한 검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반영하고 개선해야 의미가 있다. 인권영향평가 역시 충분히 인권적 검토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보공개로는 인권영향평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필자는 비공개의 구체적 이유를 요구하며 다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냈다.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은 역시 인권영향평가문은 공개할 수 없지만 “청구인의 정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평가서에 기본권 제한에 내용이 있는 경우 요약해서 공개”하겠다며 간략한 표를 보내줬다. 평가문은 경찰 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비공개한다는 이유인데, 그 의사결정에 시민인 필자는 관여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럼 경찰 내부에서 의사결정이 끝나면 공개할까? 그때를 기다려 문제를 제기하면 경찰은 그제야 재검토할 것인가?

위원회는 자문기구라 의결문이 존재하지 않고, 행정에 관한 의사 표시과정에서 이루어진 결정 등은 역시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답했다. 덧붙여 위원회 의견표명 같은 내용이 공개될 경우 경찰청의 출석 및 의견 제출 등이 소극적으로 되거나, 위원회의 소수 의견 노출로 자유로운 논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내부검토 과정 공개로 인해 해당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청구인의 이해를 돕고자 제8대 위원회가 권고 결정(1회)한 사안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공개했다. 자신의 활동을 공개할 수 없고, 게다가 시민의 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공개할 수 없다면 그 위원회의 존재 의미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국민을 들러리로 만드는 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경찰청은 2018년 중앙정부 부처 최초로 인권영향평가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행 1주년 대국민 보고회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경찰행정 전반에 국민의 시각으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인권 보호 시스템을 마련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시스템인데 그 내용을 공개하지 못한다면 민주적 통제는 지금 누가 하고 있다는 것일까? 지난해에는 경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진 인권영향평가제를 시민에게 개방해 시민참여를 통한 실질적인 경찰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며 ‘시민이 경찰 인권 개혁한다’는 슬로건으로 인권영향평가 정책 제안 공모전을 했다. 당시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공모전 이후 시민이 인권영향평가제에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공식 창구를 마련해 제도화하겠다”라고 했는데 어떤 참여를 보장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경찰이 허락하는 참여만 가능하다면 ‘시민참여를 통한 실질적인 경찰개혁’이라는 표현은 요란한 포장일 뿐이다.

지난 3월 9일 행정안전부는 업무 보고에서 4년간의 주요 성과로 경찰개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꼽았다. 올해 업무추진계획으로는 국민을 위한 경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이 과제 중 하나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히려 제대로 된 감시·통제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만들고 경찰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을까?

[각주]
(1) “터질게 터졌다”…LH, 내부감독시스템 ‘부실’ 도마위, 〈이데일리〉, 2021.03.20,
(2) LH 감시·감독할 책무 저버린 국회, 이제와 ‘발본색원’ 외칠 자격 있나요, 〈서울신문〉, 2020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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