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책임 공적돌봄 확대를 요구한다

[연속기고②] 돌봄노동자는 국가책임일자리운동의 주체

  지난 11월 돌봄전담사가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3개 노조가 파업대회를 열고 학교 돌봄의 지자체 민간위탁 중단, 상시 전일제 전환, 학교 돌봄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치사뿐인 문재인 정부 필수노동자 대책

코로나19 유행 후 ‘필수노동자’라는 말이 유명해졌다. 일상, 즉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뒤에는 보건의료·돌봄·배달·택배·환경미화·콜센터 등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것 역시 드러났다.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캠페인이 퍼졌고, 정치인들도 필수노동자의 중요성을 말했다.

2020년 10월 8일 필수노동자 영상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돌봄과 같은 대면 서비스는 코로나와 같은 비상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입니다. 공동체에 꼭 필요한 대면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필수노동자는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2021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다시 필수노동자를 언급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보건·돌봄·운송·환경미화·콜센터 종사자와 같이 우리의 일상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의 노고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임기 내내 하는 척만 하는 정부가 이번에도 하는 척만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필수노동의 중요성은 공치사에 불과하며, 정부에게는 실제 공공부문을 국가책임으로 확대하고 강화할 의지가 없다. 필자가 보고 듣는 교육현장 노동자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19일, 정부는 학교 돌봄교실 운영책임을 지자체로 넘긴다는 내용을 담아 ‘학교돌봄터’ 사업을 발표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향후 학교는 돌봄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돌봄시설 관리와 운영 책임을 맡게 된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교육청이 돌봄전담사를 고용하고 학교가 장소를 마련하는데, 교실 운영 책임을 현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이미 일부 시·도 교육청은 지자체 이관에 대한 설문을 각 학교로 보내고 있다.

돌봄 민영화, 우리는 사립유치원 비리사태를 생생히 기억한다

돌봄교실 운영책임 이관에 대해, ‘같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데 무엇이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임을 이관하는 목표가 돌봄 민영화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초등 돌봄교실 운영은 지자체 직영을 권장하되 비영리법인·단체에 위탁운영 가능”이라는 조항과 함께 지자체가 학교돌봄을 민간위탁 할 수 있도록 했다.

‘비영리법인’, 말은 좋지만 돌봄 비영리법인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립유치원이다. 사립유치원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립유치원이 공공직영 유치원보다 더 나은 돌봄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현재 지자체가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 중 97%가 지역아동센터이고, 센터 대부분은 민간위탁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말로만 국공립일 뿐, 그 운영은 98%가 민간위탁이다. 지자체 운영 돌봄교실은 껍데기만 공공이고, 실상은 민간업자들이 맡고 있는 셈이다. 민간업자들의 목적은 결국 이윤이다. 아직도 전 국민의 뇌리에는 사립유치원 비리사태가 생생하다.

정부가 필수노동과 필수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국가책임 공적돌봄 확대는 물론, 이미 민간위탁된 돌봄서비스도 공영화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필수노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그나마 공공책임으로 운영 중인 사회서비스조차 민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돌봄노동자 고용불안은 물론 돌봄의 질 저하를 낳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건 경험적으로건 분명하다.

공공이 직접 수행해야 할 필수서비스 전달체계에 ‘민간업자’라는 고리가 추가되면, 실제 서비스 운영자원은 줄어든다. 민간업자의 이윤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충남교육청과 광주교육청에서도 돌봄을 위탁으로 운영했다가 직영으로 돌린 전례가 있다. 민간업체가 돌봄예산 약 15%를 ‘관리비’ 명목으로 가져갔고, 그 과정에서 실제 운영예산이 더 줄어들며, 이것이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돌봄노동자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왜 돌봄교실 운영에 써야 할 재료비와 간식비가 민간 보육업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야 하는가.

돌봄이 교육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교육이란 말인가

학교돌봄은 2004년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초등 저학년 ‘방과 후 교실’ 도입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고 2009년에는 ‘종일 돌봄교실’ 사업으로, 2011년-2013년에는 ‘엄마 품 온종일 돌봄교실’이라는 이름의 아침·오후·저녁 돌봄교실로 운영돼 왔다. 이후 지금처럼 1-2학년 중심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1만3천여 개 교실에서 30만 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돌봄이 그 시작부터 줄곧 ‘교육’이 아닌 것으로, 정규수업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이다. 돌봄교실은 그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 정도로 이해되어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조차 지원되지 않았다. 이는 돌봄노동자에 대한 처우와도 연결되는데 정부는 돌봄 현장을 단시간 저임금 노동자로 채워왔고, 현재는 전체 돌봄전담사 1만2천여 명 중 70%가 시간제 노동자다.

‘학교는 교육기관이고, 돌봄은 교육이 아니기에, 돌봄은 지자체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충분한 쉼과 놀이, 동등한 참여와 활동, 평등한 교우관계 등 해당 학생이 하루의 반을 보내는 돌봄교실의 시간이 왜 교육의 시간이 아니란 말인가. 돌봄교실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는 교육의 기능을 좁은 의미의 ‘지식 전달’로 한정한다. 그러나 교육 역할과 범주에서 ‘아동과 학생의 사회주체화’를 배제한다면, 학교는 학원과 무엇이 다를 수 있으며 ‘좋은 교사’는 ‘일타 강사’와 무엇이 다를 수 있는가. 코로나19라는 재앙이 ‘공적인 것’, ‘사회적인 것’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지금, 돌봄교실 운영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행위는 사회적 역행이다. 돌봄이 교육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교육이란 말인가.

사회의 필요를 충족하는 노동, 국가책임으로 확대하라

‘하는 척만 하는 정부’는 공적돌봄 강화를 위한 예산과 직접운영방안을 내놓는 대신 돌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 수혜자는 민간 돌봄업자일 뿐이다. 우리의 요구는 공적돌봄 강화라는 방향 속에 교사와 돌봄교사가 충실히 직분을 다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라는 것이어야 한다. 돌봄노동자 그 누구도 교사의 행정업무가 더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 민간 돌봄업자를 배불릴 뿐인 정부정책으로 ‘돌봄이 교육이냐 아니냐’라는 허구적 논쟁 구도가 만들어져야 하며, 그 허구적 구도 안에서 교사와 돌봄교사가 갈등해야 하는가?

국가는 돌봄교실 민간위탁을 즉각 철회하고, 공공의 책임으로 돌봄교실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 시간제 돌봄노동자를 상시전일제 노동자로 전환해 돌봄 행정업무와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분리하고, 방학 중 돌봄 공백을 없애야 한다.

코로나 이후 대면수업이 사라진 와중에도 돌봄교실은 운영되어 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를 지탱해온 돌봄노동자들의 노고 역시 드러났다. 앞에서는 돌봄교사를 ‘필수노동자’라고 치하하면서도 실제 대우는 ‘필수노역자’이기를 원하는, 국가재정으로 민간 돌봄업자를 배불리는 정부의 돌봄민영화 방안 철회와 공적돌봄 강화를 요구한다.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노동은 공공의 책임 아래 확대되어야 한다. 필자가 국가책임일자리운동에 함께하는 이유, 모든 돌봄노동자가 국가책임일자리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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