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으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 추가 탈세 혐의 제기돼

9개월간 탈세 조사 손 놓은 국세청에 대한 비판도 나와

555억여 원에 달하는 거액의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무소속)에 대한 추가 탈세 혐의가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해 7월 국세청에 제보한 이 의원의 탈세 내용과 함께 타이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한 채권 가액 72억 원의 허위 가능성을 추가해 다시 한번 국세청에 제보했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공대위, 경제민주주의21은 2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일가에 의한 탈세가 다양한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또한 공공운수노조의 탈세 제보에도 9개월 넘게 관련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서울지방국세청을 규탄했다.

이번 추가 제보는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지부가 국회의원실 등의 협조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과 ‘이스타항공 조사보고서’(안진회계법인 2021.4.1.)를 입수해 검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를 함께 검토한 김경률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이상직 일가가 페이퍼 컴퍼니를 5~6개 만들어 운영하면서 자금 흐름을 쫓기 힘들었다. 시민사회, 언론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검찰과 국세청의 강제적 수사력이 필요했다”라며 “체포동의안 등이 나오면서 많은 내용이 공개됐는데 한 치의 과장 없이 이런 백과사전식 횡령과 탈루를 본 적이 없다. 하나의 회사가 이렇게 많은 수단을 동원한 경우는 처음 본다. 저희로선 도저히 파악 불가능한 내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CEO 최초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국회의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까지 노린 이상직 의원이, 횡령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국세청이 밝혀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나온 이상직 일가의 탈세 혐의는 다음과 같다. △이스타항공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아이엠에스씨 주식을 이상직 의원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 △이상직 의원의 편법 증여(아이엠에스씨·새만금관광개발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상직 의원의 아들과 딸이 지분을 갖고 있는 이스타 홀딩스에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 △이스타에프앤피가 보유한 비디인터내셔널에 대한 118억 원 채권을 이상직 의원이 단돈 1백만 원에 인수한 후, 비디인터내셔널로부터 채권 회수 명목으로 65억 원을 수령한 횡령 및 법인세 탈루 의혹 △대여금, 급여, 임차보증금, 전도금 등 허위 계정으로 계상한 후 58억 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타이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대한 채권 가액 72억 원의 허위 가능성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상직 의원 일가의 횡령뿐 아니라 국세청의 직무 유기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7월 30일 노조는 서울지방국세청에 이번에 체포된 혐의와 같은 혐의로 탈세를 제보했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9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도 없었다.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지부장은 “조세포탈은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해야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도 국세청은 조세포탈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해당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라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상직 의원의 범죄로 죽어가고 있는데 열 달이 다 되도록 아무런 조사를 착수하지 않은 국세청은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해 탈세 제보 후 전화를 걸어 진행여부를 문의하니 사건 담당자가 자기가 담당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제보 한 달 후엔 노조가 제보한 날짜를 처리일자로 적어 추후 결과를 통지한다고 안내서를 보냈는데, 이상직이 구속되고서도 그 어떤 통지조차 없었다”라고 국세청의 수수방관을 비판했다.

김경률 회계사 역시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세청의 조사 현황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실무 책임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라며 “이 많은 의혹에도 이상직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아무 일 없단 듯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직 의원의 각종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범죄 피해자인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여전히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해 8월 노조의 고통분담을 통한 회생방안을 거부한 채 재매각을 추진했고, 수월한 매각을 위해 605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부채의 폭증으로 재매각 시도는 수포가 됐고, 이스타항공은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27일째 국회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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