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독자노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슈④ 집담회] 노동 현장, 청년 활동가들의 고민


일상력 챌린저, 워라밸, 선한 오지랖…. MZ세대 네이밍과 함께 쏟아진 말이다. 부쩍 높은 청년 실업률과는 달리 발랄하기 그지없다. 과연 MZ세대를 노동 현장에서 만나는 노조 또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워커스»는 노동절을 앞두고 노조와 노동 현장에서 일해 온 또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 박다솔(워커스 기자)
패널. 김세현(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
안그라미(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국장)
임용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L(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청년노동자)
사진·기록·정리. 정은희(워커스 기자)



박다솔 요사이 MZ세대 기사가 부쩍 늘었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 사무직에서 MZ세대 노동자가 독자적으로 노조를 결성해 언론들이 많이 주목했다. 한편에선 MZ세대의 요구가 성과급이나 호봉체계에 치우쳐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용현 성과급 기준 체계 공개를 요구하거나 사무직 노조가 붐처럼 일고 있는 SK하이닉스나 LG전자, 현대기아차의 실적을 보면 최근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가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들 노조가 성과에 대한 공정한 분배나 보상체계에 대한 투명한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보상 문제에 한정된다면, 노조가 지속가능할까 하는 물음표는 생긴다. 만약 회사가 노조가 만족할만한 보상체계를 보장한다면 노조의 집단성을 유지하기보다는 내부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지금 신생 노조를 많이 주목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전통적인 노조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투쟁과 연대를 많이 얘기했는데, MZ세대에선 어떠할지 궁금하다. 기성노조와의 관계 맺기가 필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세현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말하고 싶다. 우선 MZ세대의 독자 노조가 실재하는지 의문이다. MZ세대가 독자적 으로 노조를 만들었다는 사례는 오히려 소수이다. 비슷한 세대가 결성한 네이버 노조나 여타의 게임업계에서 만든 노조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또 제가 맡은 여러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20~30대 청년이다.

또 성과급에 치우쳤다고 비난하면 아무도 노조 못한다. 처음에는 다 경제주의적인 요구로 노조를 시작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면 요즘엔 이상한 거다. 사실 정규직, 대공장, 대형 노조, 공공기관 노조들이 그 누구보다도 경제주의적인 임금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내부 분란도 대부분 그런 문제다. 그러면 당연히 반작용처럼 생기는 노조도 비슷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만 민주노조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고민은 필요한 것 같다.

사무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문제는 노조를 제일 만들기 쉬운 곳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큰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또 사무직에선 노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빈 칸이 차는 과정이라고 본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MZ세대가 들불처럼 일어나 노조를 만든다고 하면 특별한 현상 같지만 대기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노조하기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는 얘기로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꼰대’스러울까.

하지만 조직 경로나 주체를 형성하는 방법론 적인 차이는 커 보인다. 전통적으로는 사업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불만이 조직됐다면, 지금은 랜선으로 훅 모인다. 훨씬 빠르고 훨씬 가볍게 불만이 경쾌하게 조직되는 차이는 있을 것 같다.

안그라미 MZ세대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 분위기가 보수화됐다. 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 추진에 대한 설문을 했는데 20대 92%, 30대 89%, 40대 70%, 50대 50% 정도가 사업추진을 반대한다고 했다. 청년들의 반대가 압도적이었지만, 40~50대도 만만치 않은 수치였다.

L 언론이 말하는 MZ세대 특징을 보며, 이거 노조가 원래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수평적인 문화, 개인 개성의 존중, 명확한 업무 지시와 피드백. 이게 왜 한편에선 ‘20대 개새끼론’으로 여겨지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반성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박다솔 언론이 세일즈 포인트로 청년을 많이 소환하는데, 이번에는 일부 언론이 MZ세대를 말하며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듯 하다. 노조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면 여러 얘기가 쏟아진다. 노동 운동에 대한 기대가 있고, 상급단체 가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있는데, 주류 언론은 비판을 주로 다룬다.

L 보수언론이 기존 노조를 비판하는 내용을 상당히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용노조를 밀어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 기존 노조를 586노조라고 부르면서 민주당과 연계를 지으려고도 했다. 만약 민주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이 같은 노조가 나왔다면 과연 그렇게 보도했을까. 전형적인 분열 통치 전략의 일환인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노동운동이 이를 전면으로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용현 언론이 포장하듯 세대 갈등으로만 다루면 당사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배경이나 고민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것 같다. 현대차도, 기업도, 보수언론도 586기성세대의 정년연장 요구 때문에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실제로 그 정도했으면 이제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임금 격차에 대해서도 기업이 아니라, 노조 활동을 통해 성과를 구축했던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기도 한다.

박다솔 기업의 반응도 수상하다. 임금에 대한 MZ세대의 불만에 기업은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게임업계는 일률적으로 연봉을 올렸고, 다른 데서도 성과급을 올리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에서 새 노조를 띄우면 탄압하거나 무시하거나 그랬는데.

김세현 저는 별로 안 이상한 것 같다. 통상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노조가 처음 만들어지면 회사가 ‘너희 필요한 게 뭐야, 들어줄게’ 그런다. 탄압의 정도가 약하다는 것은 아직 이 노조가 어디로 튈지 몰라서 그런 것 같다. 파업하면 탄압하지 않을까.


안그라미 기업의 인력관리 전략일 수도 있다. 청년들 중 많은 수는 워라밸을 중시하고, 평생직장도 있지만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한다는 특징도 있다. 일전에 민주노총 선거 등 총회를 준비하는데 조합원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 내에서도 임금이 더 좋거나 처우가 나은 직장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경영진은 임금을 인상하고 소통 체계를 강화해 애사심을 높이는 게 기업에 더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박다솔 네이버에서는 사장 보자고 했더니 얼굴 보기 힘들던 사장이 나왔다. L은 사장을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것 같다.

L 제가 만나는 노동자들은 사장을 만날 수 있다는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 사업장 책임자가 오는 것만으로도 떠들썩하다. 제가 일하는 사업장은 알선시장에 팔려나가는 일용직 노동자에 가깝다. 상당수가 청년인 단기 노동자 비율이 매우 높은 불안정 노동시장이다. 일정 기간 같이 얼굴 보기도 굉장히 힘들다. 그래도 노조에서 세대 갈등이 있다는 것은 전 세대를 포괄하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이다. 그리고 민주노조라면 민주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품고 있는 것 같다.

박다솔 MZ세대 이슈와 관련해서 기존 노조 운동이 돌아봐야 할 점도 있을 것 같다.

안그라미 현대차 사무직 노조가 민주노총을 택하지 않은 것은 고정된 이미지 때문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묻지마’로 그냥 집회에 오라고 할 때가 있다. 집회에 가서도 의미 없이 앉아있다 오는 경우가 많다. 또 노사 협의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모르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얘기를 하면 이것이 과연 민주노조인가 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마음의 준비도 돼 있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회의감이 들 수 있다. 청년을 들러리로는 필요로 하는데, 의견은 외면하는 벽들도 있다.

임용현 하지만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기존 노조 운동이 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였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MZ세대가 다른 무엇보다 공정성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그 사회적 배경이나 구조적 원인에 대해 노조 운동 차원의 진단이 필요하다.

노조가 먼저 불안정한 일자리가 점점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 대응을 더 잘했어야 했다. 민간 대기업에서 큰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데, 실제로 식당, 경비 업무 등 공장에서 많은 업무가 하나하나 외주화될 때 침묵하거나 자신의 고용 조건을 보장받으며 묵인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기존 노조에 거부감을 일으켰던 요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안그라미 불안정노동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민주노조 운동 전체의 과제로 필요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더 많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박다솔 공공운수노조나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던 기간이 있다. 세대 갈등이 허리층이 너무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현 노조 내에서도 그렇다. 세대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기존의 노조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운동성이 헌신성이다. 주말에 집회 못 나간다고 하면 너는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활동가들에게 요구되는 게 거의 비슷한 형태로 현장 조합원들에게도 요구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조합원이나 조합원이 될 사람에게 노조가 그 사람에게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 사람 삶의 일부일 뿐이다.

의사결정 과정도 매력적이지가 않다. 민주노조에서 조합원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조합원들이 모여서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이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고 활동가들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가치인 것은 맞는데, 우리 집단 안에서만 그렇다. 갈라파고스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노총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민주노총이 뭔지 잘 모른다. 청년뿐 아니라 60대 할아버지가 임금체불로 상담을 와도 똑같다. 민주노총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똑같다. ‘여기 힘이 셀 것 같아서 왔다’, ‘우리 주말에 집회 나가야 하나’라고 묻는다. 정파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안그라미 청년들과 노조에 하고 싶은 얘기, 고민이 무언지 얘기하면 1위가 업무 분담 문제다. ‘내가 일은 다하는데 임금은 저분들이 다 받아간다’고 본다. 숙련도가 필요한 노동이 있지만, 청년들이 잘 할 수 있는 노동이 많이 있다. 임금이 꼭 아니더라도 어떤 시스템을 만들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진보적 가치, 기후나 젠더 등 노조가 대처를 잘 못해 싫다고 하는 청년도 있다.

L 세대 갈등은 어디든 있는 것 같다. 노조 안에서도 현장에서도. 90년대나 2000년대나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는 다르더라도 말이다. 한편, 계급적인 문제나 세대 담론이 가리는 문제를 주목하다 보니까 세대 문제를 세대적인 문제로 보지 않아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세대론을 강조하는 경향도 경계해야 하지만 세대 문제도 잘 짚었으면 좋겠다.

박다솔 미조직 청년 조직화 사업이나 여러 방면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활동하면서 생기는 고민도 많을 것 같다.

김세현 세대 간에 조직화 과정이 조금 달랐다. 대표적으로 LG케어솔루션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으신 여성 조합원이 다수인 사업장인데, 이곳은 온라인 조직이 잘 안 된다. 결국은 찾아가야 해 지방을 다 돌았다. LG베스트샵은 거꾸로 만나고 싶은데 가입 원서만 낸 상태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불만에 대해 토론하고 가입 원서를 쓰고 한번 가입하면 잘 안 나간다.

청년들은 일단 가입원서를 내놓고, 노조가 뭐 하는지 물어본다. 반대로 우리 조합원인데 만나기가 힘들다. 부담스러워한다. 20,30대에 대해 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직 경로나 주체 형성의 방법론적인 차이를 갖다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안그라미 청년들이 조직이 안 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청년들에게 민주노조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가이다. 민주노조라는 것은 대체 뭘까. 임금 인상을 많이 해주는 노조가 좋은 노조일까. 청년들이 엄청 주체적이라고 느낀다. 또 자기 요구가 있을 때는 실질적으로 높은 투쟁력을 발휘한다. 전투적인 경제주의의 출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2021년의 민주노조는 어떤 의미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L 제가 일하는 곳은 쉽게 떠나는 현장인 만큼, 사업장이 바뀌더라도 노조 운동을 함께 할 수 있을 방식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크다. 산별노조가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쪼개기 계약이나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조직할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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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구관이 명관이다"를 되새김하며....새로운 방법은 늘 새로운 사람만이 지나가면 아무 쓸모가 없게되어 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고 다시 새로운 사람만이 나타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