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시위 발단은 기본소득 발 세제 개편…49명 사망

기본소득 발 세제 개편과 의료민영화는 좌초했지만 반정부 시위 지속

콜롬비아 서부 산티아고데칼리에 위치한 도로 바리케이드 뒤에서 한 청년이 “나는 푼돈이 아니라 교육과 일자리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는 지난 2일 경찰의 총알이 머리를 관통해 사망했다. 인근에 불에 탄 경찰서는 지금 시위대가 도서관으로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이 도서관 문 앞에는 “그들의 죽음이 헛돼선 안 된다”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콜롬비아인들은 지금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어때야 하는가를 놓고 정부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가난한 이들에게 걷어 더 가난한 이들에게 푼돈을 주고 연명하라는 사회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 이들은 위기의 비용을 가난한 이들에게 또다시 전가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부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 4월 말 이반 두께 콜롬비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새로운 복지모델을 수립하며 세금 인상안과 의료 개혁안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다. 세제개혁안의 핵심은 콜롬비아 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자칭 기본소득 사회정책인 ‘인그레소 솔리다리오(Ingreso Solidario, 연대 소득)’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 두께 정부는 수급 대상을 기존 3백만 명에서 170만 명을 추가하기로 하고 영구 정책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모두 68억 달러를 증세하는 세제 개혁안을 제출했다. 이 정책은 두께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5천만 인구 중 3백만 명에 해당하는 저소득 계층에 43달러(약 4만9천원)를 일시적으로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출처: https://es.wikipedia.org/wiki/Protestas_en_Colombia_de_2021]

하지만 세제 개혁안은 기본적인 식량과 공과금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반면 저소득계층에까지 소득세를 확대하기로 해 논란을 낳았다. 현재 콜롬비아 부가가치세는 19%이며, 식량과 전기 및 수도세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혁안으로 식량과 전기 및 수도에도 19%의 부가가치세를 물리기로 했다. 소득세 개혁안으로는 과세 기준 소득을 낮추기로 했다. 이외에도 환경정책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디젤이나 벤진, 플라스틱에 대한 세금도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대기업과 은행에 대한 면세는 유지했다. 아울러 의료개혁안(010법안)을 통해 의료제도 전반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더구나 정부는 의회 토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 특별위원회를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 더 큰 반발을 불렀다.

결국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 극심한 경제와 보건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콜롬비아 사람들은 정부가 위기의 비용을 대기업이나 부자들이 아닌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저소득층과 일반 가구에 청구하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사망자 수에, 최악의 경제 위기(2020년 GDP -6.8%, 실업률 14%)를 겪고 있다. 2020년 콜롬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선 지난해에만 350만 명이 빈곤 계층으로 전락했다. 인구의 42% 이상인 2100만 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750만 명은 극빈곤 상태이다. 그럼에도 인구의 1%가 토지의 81%를 소유하고 있을 만큼 빈부 격차가 크다. 결국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칼리와 같은 대도시에선 수천에서 수만여 명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시위 규모는 지난 1일 세계노동절을 계기로 더욱 불어나 결국 두께 대통령은 개혁안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콜롬비아노총(CUT)이 이끄는 전국파업위원회는 28일부터 강력한 전국적인 총파업을 조직해 정부가 2일 개혁안을 철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다양한 사회단체와 원주민 단체도 이 시위 물결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번 세제 개혁안과 의료민영화 철회 외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보편적인 기본소득,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장과 항구 및 도로 봉쇄 외에도 대규모 시위가 600개 마을과 도시에서 열렸고, 40개 이상의 경찰서가 불에 탔다.

시위대는 돈이 없는 사람들의 어깨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개혁안의 문제 외에도 증세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콜롬비아 사회복지예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염병에도 정부가 우선한 것은 군사비였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지난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 캐나다와 브라질에 이어 4번째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한 나라였다. 지난해 병원이나 의료예산 대신 24대의 전투기를 구입하는 데 37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 경찰 예산도 늘었다.

그 동안 콜롬비아 공권력의 폭력은 악명이 높았지만 이번에는 더욱 더 심각한 인권 유린을 저지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도심은 군대와 장갑차가 배치됐고, 군사용 헬리콥터가 순찰하며 공항에도 장갑차가 배치됐다. 콜롬비아 시민단체 ‘자유수호운동’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49명이 사망했고, 548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대부분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의 눈을 조준해 쏴 실명하게 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시위대는 납치가 경찰의 탄압 전술 중 하나라며 규탄하고 있다. 경찰은 민간인 복장으로 시위 참가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목표물이 도착하면 차량으로 납치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최소 6명이 성폭력을 당했고, 178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180명이 체포됐다. 언론인에 대한 공격도 145건 집계됐다. 지난 12일에는 경찰에 끌려갔다가 강간을 당한 17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콜롬비아에선 지난 14일 다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17세 소녀가 구금돼 있던 경찰서는 불길에 휩싸였다.


[참고]
https://www.rosalux.de/news/id/44256/kolumbien-im-ausnahmezustand?cHash=15ecfb344c1ff36414aa038a3958f3a1
https://www.jungewelt.de/artikel/402507.kolumbien-proteste-nach-polizeigewalt.html?sstr=kolumbien
https://en.wikipedia.org/wiki/2021_Colombian_prot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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