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 10년 투쟁, “덕분에 이겼습니다”

노조파괴 시작된 5월 18일 열린 승리보고대회…“지회를 지켜줘서 고맙다”

10년 전 5월 18일, 유성기업은 아산공장을 직장폐쇄했다. 유성기업이 투입한 용역은 정문 앞에서 헬멧, 방패, 몽둥이 등으로 완전무장하고 노동자들을 가로막았다.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5월 18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 지난한 투쟁에 함께한 이들에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됐다.

[출처: 금속노조]

‘5월 18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지만,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에겐 “노조 파괴”가 시작된 날로도 기억된다. 2011년 5월 18일 당시 노조는 유성기업이 주간 연속2교대제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자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회사는 같은 날 직장폐쇄에 나섰다. 이렇게 시작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부와 공권력, 대기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맞서 무려 10년 동안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배후에 현대자동차와 청와대, 국정원,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지난 12월 31일, 노조는 10년 치의 임금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끌어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18일 오후 충남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 “열사의 염원과 연대의 힘! 덕분에 이겼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승리보고 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 여러 노동자와 연대 활동가들이 모였다. 잠정합의안이 나온 지는 5달가량이 지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지다 이날 진행하게 됐다. 참석자들은 “열사의 염원이다. 민주노조 사수하라”라고 외쳤다. 그리고 한광호 열사 등 투쟁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묵상했다.

승리보고 대회는 유성지회 노동자들과 연대 단위들이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감사와 축하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재윤 조합원은 무대에 올라 투쟁의 승리에는 조합원들이 굳건하게 노조를 지키고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조합원은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앞 굴다리 아래서 28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그렇게 5년 동안 투쟁에 함께 하다 정년퇴직으로 공장에서 나가며 눈물을 곱씹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재윤 조합원은 2011년 아산공장 점거 농성 때를 떠올리며 “공장을 점거하고 조합원이 몇 명이 남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과반의 조합원들이 남아 투쟁을 계속했다. 더 이상 조합원 수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해 28일 동안 단식했다. 자랑스럽게 버틴 조합원들과 전국 방방곳곳에서 연대 물품 보내는 등 함께한 동지들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투쟁 과정에서 1년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안원영 조합원은 “처음 구속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다. 다른 동지들도 있었기 때문에 의젓하게 있었지만, 속으로는 두려웠다. 살다 보니 적응이 됐다”라며 “10년 동안 함께한 동지들과 유성지회 조합원들에게 감사 말씀드린다. 민주노조 사수가 완료될 때까지 동지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단체 대표 발언으로는 김태연 유성범대위(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 현대차 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나섰다. 김태연 공동대표는 “오늘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투쟁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다”라며 “이 투쟁에 유성지회 동지들이 없었다면 과연 어떤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투쟁 현장의 주체들이 포기하고 물러서면 말짱 도루묵이다. 현장을 굳건하게 쥐고 바로 옆에 어용노조와 사측 간부들을 두고 10년을 싸워온 유성 동지들이 있어 이 투쟁 승리가 있다는 것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10년 싸움에서 노조파괴라는 전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제 틈만 나면 노조 파괴하고 비정규직을 차별하며 사람을 죽이는 자본주의라는 전염병 바이러스를 완전히 말살하는 투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원영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모든 이들이 아는 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통해서, 그리고 창조컨설팅과 현대자본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하지만 “아직 국정조사나 다른 조사들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오늘 이 투쟁을 이어 그 내용까지 밝혀내고 노조파괴를 실제로 기획한 모든 무리를 이 땅에서 쓸어내는 것이 유성 투쟁의 궁극 목표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출처: 금속노조]

“지회를 지켜줘서 고맙다”

유성지회의 투쟁은 법률 투쟁이기도 했다. 노조파괴에 맞선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의 버팀목에는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변호사들도 있다. 10년간 유성기업지회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김차곤 변호사는 유성기업 사건에서는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고 했다. 그는 “두 번이나 노조파괴 범죄자를 구속한 것은 처음이다. 노조파괴 자문료를 회삿돈으로 지급한 것.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회삿돈을 지급한 것이 업무상 배임, 업무상 횡령으로 인정한 것은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조직적 성과가 중요하다. 우리는 전국에 걸쳐 총차본이 개입한 노조파괴 공작을 저지했다. 이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 투쟁을 끝까지 견디고 승리로 이끈 유성지회 조합원들과 연대 동지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함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김상은 변호사 역시 “유성 투쟁에서 법정은 현장의 연속이었다. 법정 뒤에 서 있는 조합원들이 큰 힘이 됐다. 어느 노동자들이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한테 굴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 노동자들은 현장의 언어를 판사와 검사에게 전달했다”라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지회의 두 지회장은 10년간의 투쟁을 짧은 발언에 풀어냈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10년 동안 발표된 노래 등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그렇게 10년이 갔다. 남은 것이라고 하면 여기 있는 연대 동지들만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정훈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10년 동안 끝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왔다. 옆도 안 보고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10년을 왔다. 이 10년이 연대 동지들의 덕분인 것 같다. 그리고 유성지회 동지들, 지회를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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