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위한 국민동의청원 운동 출발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가 제안...연내 법 제정 목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국민동의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청원은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가 제안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가 최초 청원인으로 나섰으며 이미 1만5천 명에 가까운 서명이 모아졌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여부를 심사한 후 공개된 다음, 30일 이내 10만 명이 동의하면 청원이 성립되며, 소관 상임위원회에 청원안이 회부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을 25일 시작하며 연내 제정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계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두나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법률대리인,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대표,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청원은 여기(링크)에서 참여할 수 있다.


동아제약 채용성차별 사건 당사자의 청원 제안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2020년 11월 16일 진행된 ○○○○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의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 그날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오늘, 저는 대한민국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를 위한 청원서를 제출하고자 펜을 잡았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본 청원의 목적이 저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소급입법을 통해 해당 기업에 중한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데에 있지 않고, 양심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도덕을 실천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평범한 20대 사회 초년생 직장인입니다. ‘평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사실 저는 그 ‘평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국가로부터 약탈당했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던 저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각 부처의 장관을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만 25년간 쌓아온 공든 소망의 탑은 사건과 동시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평범’을 빼앗김으로써 부도덕한 사회의 얼굴에 새빨간 경고장을 붙이는 ‘비범’한 인간이 될 때, ‘평범’을 빼앗김으로써 다른 의미로 ‘비범’한 인간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져보지조차 못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성소수자, 비정규직, 장애인, 저학력, 청소년, 여성들입니다.

저는 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았습니다. 유복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서울과 해외에서 거주하였고,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성애자이자 비장애인이자 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6개월 전, 이 모든 권력이 단지 저의 성별을 이유로 힘없이 바스러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다시 깨달았습니다.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기에 나 또한 언제든 약자, 즉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는 저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제 친구 ○○○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대기업에 다니는 ○○○는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로 여러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제게 말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국에서 아이 낳지 말라고, ‘탈조선’하라고 말입니다.

차별 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국회는 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틀렸습니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나 그 외 여론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차별 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회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의 인식을 따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역사와 연구와 현실이, 차별과 혐오의 제거가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임을 보여줌에도, 국회는 자신들의 나태함을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제게, 그리고 우리에게 ‘평범’을 앗아간 국회는 직무유기를 멈추고 이제 답하십시오. 만25년의 인생에서 그토록 원하던 ‘평범’을 빼앗기고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읍소하는 파랗게 뜨거운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차별 금지법,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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