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G 개막식 앞에 녹색 물벼락, “그린워싱 중단하라”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DDP서 직접행동,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 요구

기후활동가들이 P4G 개막식이 열리는 DDP 앞에서 녹색 물벼락을 내렸다.

멸종반란한국과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들은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이 열린 30일 오후 4시경, 개최 장소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앞에서 비폭력 기후불복종 직접행동을 펼쳤다. 이들은 P4G 그린워싱을 고발하는 상징적 행위로 녹색 물감을 바닥에 뿌리면서, 기후생태위기의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활동가들이 직접 행동을 나선 이유는 P4G가 기후위기의 해결과는 무관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에 그린워싱 대신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정하고 기후정의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처: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활동가들은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P4G의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는 허구라고 본다.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는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기업들의 책임보다는 그들에게 녹색 면죄부를 부여하는 데 불과하며, 기후정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P4G에는 도요타와 GM 등의 온실가스 다배출 유발 기업이 파트너쉽을 가지고 참가하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포스코와 SK 등의 대기업 총수도 연설할 계획이다.

활동가들은 특히 주최국인 한국 정부가 위선적이라고 고발했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P4G 회의를 주최하면서도, 석탄발전소 건설을 용인하고 새로운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등 모순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겠다고 밝히면서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해 공적금융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마저 무시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출처: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출처: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멸종반란한국과 멸종저항서울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과 맺은 무한 경제성장의 약속을 파기하고, 지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 농민, 여성, 청소년, 청년을 비롯한 평범한 시민들과 손을 잡”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행동에 나선 활동가들은 교사, 학생, 청년, 사회주의자, 여성, 연구자, 중년 남성, 지구를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말하면서, “생명을 위해 반란”하자고 제안했다.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5월 공동행동 성명서

“P4G, 그린워싱을 멈춰라! 기후생태위기를 직시하라!” - 생명을 위한 반란을 제안하며

우리, 멸종반란한국과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들은 오늘(5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P4G 서울 정상회의의 그린워싱(녹색분칠, 위장 환경주의)을 고발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기후생태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들을 초청하고, 지구과 생명보다는 경제성장을 추종하는 ‘녹색성장’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P4G는 기후생태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P4G 개최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국내외의 석탄발전소 건설과 지원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명백한 “기후악당”입니다.

우리는 기후생태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왔습니다. 정부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과 맺은 무한 경제성장에 대한 약속을 파기하고, 지구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 농민, 여성, 청소년, 청년을 비롯한 평범한 시민들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여기에서부터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하는 모든 사업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여기 이 자리에 와 있는 우리, 멸종반란한국과 멸종저항서울의 활동가들은 특별한 이들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친구, 교사, 학생, 청년, 여성, 연구자, 중년남성, 지구에서 살아가는 주민입니다. 우리는 지구의 생명을 유례없이 파괴하면서도 ‘녹색미래’를 말하고 있는 현 체제의 위선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 서로에게 용기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자우이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로서 말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염려되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보수적인 과학적 추정치에서도, 우리에게 남은 탄소예산이 7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난여름 유례없이 긴 54일간의 장마, 서울의 6배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던 캘리포니아의 산불, 한반도의 면적에 맞먹는 숲을 불태웠던 호주 산불, 한반도의 핵발전소 8기를 멈춰 세운 보다 빈번하고 강력해진 태풍이 이미 기후생태위기가 우리 눈앞에 도달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13살 아이가 스무 살 성인이 되었을 때 맞이해야 하는 것이 기후생태재난이 일상화된 미래라면, 저는 과연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꿈을 실현하며 살아갈 수나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어른이고 싶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 진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두려우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그곳에서 시작하여, 세상과 우리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음을 통렬하게 깨닫고, 여전히 우리에게 가능한 것들에 감사하며,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습니다. 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든지 그 아이를 구하는 것처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교실 안에서 기후생태위기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저는 동료 시민들과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수수감자이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말합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새의 노래를 들은 것이 언제인가요? 지렁이가 누비는 흙을 만진 것은요? 저는 주변에 도로와 건물과 차가 빼곡한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지구별을 함께 살아가는 너무 많은 이웃이 있다는 것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이 도시, 나,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시스템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이웃이 위험에 처하고, 아프게 죽어간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우리는 나무로 빼곡했던 광활한 숲을 밀고, 매 초당 4만 명에 달하는 동물을 잡아먹고, 서로를 끝없는 경쟁으로 몰아넣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합니다. 그렇게 소수의 기업과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다 쓰지도 못할 너무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너무 많은 죽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멸종된, 멸종의 위험에 처한 생명들을 셈하기도 어려워 두렵습니다. 지금도 쫓겨나고 있는, 혹은 감금되어 있는 존재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다시 생명의 그물망에 스며들어,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갈 수 있을까요? 녹색으로 치장하는 것을 멈추길 바랍니다. 먼저 흘려진 붉은 피를 제대로 바라봐요. 그리고 모든 힘과 마음을 회복을 위해 쓰기를 바랍니다.

저는 고린이고, 말잘듣던 학생으로서 말합니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 했더니, 개인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들이 하라는 건 다 했습니다. 채식도 하고, 옷도 사지 않고,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텀블러를 놓고 와 집까지 다시 걸어가 챙겨오고, 조금 창피해도 떡볶이 집에 밀폐 용기를 기어이 들고 가 담아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비상선언이 내려진 지금 정부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시민들에게는 더 실천하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석탄발전소를 짓고, 국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겠다며 동남아국가들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사람들 집이 계속 가라앉고 있는데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합니다. 걱정 말라며 거짓말로 안심시키고, 텀블러 쓰라고, 그러면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니요! 한평생 반항 한번 없이 범생이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몸과 마음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경쟁 시스템과 기후위기가 같은 원인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을 때,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당신들 말을 너무 잘 들어와서 그렇게 괴로웠다는 것을요. 불량해져야 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이제 그렇게 할 것입니다. 마구 반항하고 소리쳐야 한 생명이라도 더 지켜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한재각이고, 에너지기후정책 연구자로서 말합니다. 그동안 기후운동의 수많은 교육, 성명서, 시위와 기자회견, 거버넌스 참여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아주 천천히 변화했을 뿐이며, 그조차도 그린워싱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적지 않은 보고서를 쓰고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하였으며, 때때로 정부 관계자들에게 자문했습니다. 그러나 기후재앙을 향해 달리는 미친 짓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때 촛불 정부라 칭했던 문재인 정부.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선거를 바라보고,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기업을 지키면서도, 그럴듯한 말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척하기 바쁩니다. 세계적인 규모의 한국 경제는 그만큼이나 기후위기에 무거운 책임이 있지만, 기업들은 기후재앙이야 오든 말든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자료를 들추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만으로는 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기에, 잠시 책상 앞을 떠나 거리로 나섭니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관습적인 성명서에 안주할 수 없어서, 일어나 기후위기를 외치고 직접 행동하려고 합니다. 더이상 이 체제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서겠습니다.

저는 랑이고, 2050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팔팔하게 살아갈, 오늘의 청년으로서 말합니다. 작년 ‘2050 거주불능지구’ 라는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통계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하여 우리에게 닥칠 다양한 기후 재난 시나리오를 예측해 엮은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30년 후는커녕 10년 후의 삶도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포스코와 삼성, 해외에 석탄투자를 하는 한전을 비롯한 공적 금융기관들, 탄소를 내뿜으며 검은 돈을 벌어들이는 재벌과 그 모든 과정을 허락한 정치인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도 불편함 없이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연중 365일 공기 수준을 하와이에 맞춘 저택에 살고 있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일가처럼 말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극빈층부터 저소득층, 중산층까지 모든 시민들은 이례 없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일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변화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지금도 너무 늦었는데, 기업은 자신의 배를 불릴 생각만 하고,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 힘은 공놀이하듯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민들의 삶과는 단절된, 공중에 떠 있는 자신들만의 성에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의, 평범한, 시민들의, 곧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섰습니다. 시민여러분, 거리로 나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은 없습니다. 저는 탁구이고, 꿈을 꾸고 싶은 청년으로서 말합니다. 어릴 적 저의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5년 뒤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6살이 된 지금, 저의 꿈은 늙어서 죽는 것입니다.

서울의 벚꽃들이 작년보다 9일 먼저 피었습니다. 지리산에 사는 친구는 올해에는 고사리가 너무 빨리 올라와 끊는 시기를 놓칠 뻔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계절이 2주 정도 당겨졌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죽어갑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이례적으로 긴 장마로 사람들이 터전을 잃었습니다. 지구상 모든 존재를 삼킬 듯한 산불 아래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저는 더 이상 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습니다. 2050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며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고, 나무들을 베어 민둥산을 만들고, 새로운 공항을 짓는, 탈핵을 선언하며 해외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이야기하는 이 나라에서 저는 ‘늙어 죽는’ 저의 미래를 그릴 수 없습니다. 저는 20대의 평범한 청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구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싶은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저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늙어 죽는’ 꿈이 아닌, 미래를 그리며 상상할 수 있는 꿈을 꾸고 싶습니다.

저는 스바이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공범인 중년 남성으로 말합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고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면서도 경제성장의 신화를 좇으며 기후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더 큰 사회체제가 가진 문제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기후와 생명의 위기를 가져오는 공범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걸 깨닫고 보니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지구의 기후는 점점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고 인간을 포함해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생존의 위기에 당면했습니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계속 입으로 기후위기를 말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반대되는 것을 합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새로운 생존의 문법과 사회체제를 찾아야 한다고 모두가 외치고 있는데, 그들은 변함없이 경제성장과 생태계 파괴의 논리를 유지합니다. 산업과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고집으로 ‘녹색’을 말하니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계획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P4G는 위정자들의 이러한 무능과 가식, 위선을 가리기 위한 비겁한 사기극일 뿐입니다.

‘성장’ 앞에 ‘녹색’을 붙인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경제와 사회의 출발점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위정자들이 그럴 생각이 없으니 지금의 위기를 가져오는데 일말의 책임이 있는 저라도 무언가를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행동하고 외칩니다.

저는 서린이고, 여성이자 사회주의자로서 말합니다. 초등학교 <G7@G7d시절, 저와 제 이웃이 사는 지구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선 전등을 끄고, 이면지를 사용하면서 교과서에서 알려줬던 것을 정말 열심히 지켜나갔습니다. 중학교 시절, 새해 첫 목표를 채식주의자로 선언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까다로운 아이’ ‘별난 아이’라고 여겨지며 귀찮은 존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년간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제 삶의 투쟁들은 결코 지구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적인 생태위기를 만든 주범은 기업과 정부이며,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수많은 동물들이 죽임을 당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착한기업, 사회적 기업이라고 말하는 곳에서조차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도 못 받으며, 노동권 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각종 차별과 혐오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회에서 지구를 위한 저의 삶의 투쟁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요. 저는 그저 자연만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회복됨으로써 인간이 행복하고 평등하게 사는 그런 세상을 원합니다.

이제 더이상 당신들에게 정치를 맡길 수 없습니다. 당신들의 정치는 이미 실패했습니다. 이제 국회의원 혹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하는 정치가 아닌, 그 누구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 내 삶을 직접 바꾸는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사회로의 전환, ‘많은 생산, 더 많은 노동, 더 많은 소비’라는 자본주의가 낳은 환경 파괴적 생산시스템과 생활양식을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로 전면 재편합시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온실가스 배출 책임자인 대기업과 함께하는 P4G는 녹색미래를 열 수가 없음을 폭로하며, 체제변화를 위한 투쟁의 길에 동지들과 함께합니다.

저는 벌새이고, 비정규 노동자이자 여성 청년으로서 말합니다. 저의 일상은 재난이 되었습니다. 마스크 밑의 밭은 숨, 전염병으로 인한 실직, 4천 원짜리 애호박과 8천 원짜리 대파, 눈물 나는 난방비, 포기해야 했던 유학 계획… 제 삶의 조건들은 이렇게 나빠져만 갑니다. 기후위기가 더 심해져서 치안이 나빠지면 성폭력을 또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가끔은 이런 걱정까지 듭니다.

깨끗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논의를 하는 정부와 기업 관계자분들은 이런 걱정을 할까요? 이런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을까요? 부디 그러길 바랐지만, 기만과 방관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비상사태’가 무슨 뜻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번 P4G의 발언장에서도 가스전에 투자하는 SK, 온실가스 배출 1위 POSCO 등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기업의 총수들이 녹색성장과 기술을 운운하고, 환경부 장관은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했습니다. 그 광경에 저는 국민으로서 치가 떨리는 모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현 체제 속에서는 위기가 해결될 수 없음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지구의 비극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겨우 나 따위에게 이럴 만한 지식이나 자격이 있는지, 더는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한 여성으로서 앞에 나섰을 때 평가당하고 미움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생명이 귀하고 이웃이 소중한 줄 아는 저 자신을 믿고, 또 우리 시민들이 한데 모일 때 생기는 힘을 믿고 이렇게 목소리를 냅니다.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느끼며, 더 안전하고 서로 돌볼 수 있는 세상을 만날 때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지구의 주민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주권자입니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명을 지키는 수호자입니다. 우리는 살아 숨 쉬는 지구에서 우리 모두가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구를 토대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경쟁하는 개인주의라는 낡은 개념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성장만 우선시하는 산업성장사회에 빼앗긴 언어와 사고방식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정하고, 너그럽고, 배려심 있고, 미래 세대가 위태롭지 않은 선에서 우리의 필요를 충족할 줄 알고, 함께 기뻐할 줄 알며, 고통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기꺼이 견디며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고, 창의적이고 현명한 우리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것입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더 늦기 전에, 지구를 위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당신의 말에 진심이 담기기를 바랍니다. 지구생태계의 파멸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거대한 전환을 위한 대담하고 급진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기후생태위기를 초래하고 가속해 온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기후위기 해결은 요원합니다. 우리는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벗어나, 생명을 중심에 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기후생태위기를 또 다른 돈벌이 기회로 만드는 모든 녹색분칠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인류를 절멸의 위기로 몰아넣는 기후생태위기를 초래하고도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는 화석연료 산업과,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시장에 적절하게 개입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정부는 기후생태위기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이들이 ‘녹색미래’를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지킬 권리가 있는 주권자로서, 더 이상 우리를 대표할 수 없는 이들에게 권력을 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우리는 생명을 위한 반란의 길에 설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 함께, 생명을 선택합시다. 생명을 위해, 반란합시다.

* 이 성명서는 정혜윤의 <앞으로 올 사랑>, 조애나 메이시의 <생명으로 돌아가기>에서 영감을 얻고, 일부 텍스트를 참고했습니다. 공동의 지혜가 덕분에 이렇게 풍성해집니다. 고맙습니다.
(bit.ly/p4g그린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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