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몸값’ 두 배 올려 고액연봉 챙겨가는 자회사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34)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이야기⑤

2017년 7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소속)은 이에 따라 상시·지속 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4년 동안 투쟁해 오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본부에서부터 청와대까지 ‘가스 배관망을 따라 300리 도보행진’에 참여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이들의 요구와 현재 상황 그 두 번째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필자주>


공사 직원과 똑같은 대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근무 때문에 첫 날 걷고 중간 중간 걷다가 어제 못 걷고 오늘 다시 왔어요. 첫날 30km 걷는데, 힘들더라고요. 5일 내내 걸은 분들이 정말 고생 많으셨지요.”


한국가스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13년 동안 차량과 방문자 검문검색 등 특수경비 업무(국가 중요시설 경비업무)를 하고 있는 김태형 씨는 도보행진이 시작되고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도보행진 2일차가 되던 6월 2일 한국가스공사가 낸 보도자료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가 6월 9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한국프로농구연맹(KBL)과 ‘프로 농구단 인수 협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다.

“가스공사가 농구단을 인수한다는 내용으로 언론에 도배를 해버린 거예요. 우리 투쟁하는 기사가 다 밀려서 내려가 버렸어요. 가스공사 홍보실에서 작업한 게 아닌가 싶어요. 6월 9일 날 가스공사 채희봉 사장이 그 농구단 인수 협약을 하는데, 행사 즈음에 우리 기사가 올라오는 걸 원치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 농구단을 통해서 농구팬들한테 즐거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국민들을 위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가스공사는 다시 한 번 고민을 해야 될 겁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는 제쳐 두고 프로농구단을 인수하는 행태가 채희봉 사장 본인에게 두고두고 치욕스런 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우선인지 선후는 분간을 해야 한다는 거죠.”


김태형 씨는 조합원과 지인들에게 도보행진 기사 공유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회복이 안 됐다며 사측에 배신감마저 든다고 했다. 태형 씨는 중앙 언론의 ‘가짜 뉴스’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한다.

“우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경비 미화 노동자들이 기존 가스공사 정규직 직원들하고 똑같은 처우를 원한다고 하는데, 그게 중앙언론의 가짜 뉴스 입니다. 저희는 공사 직원들하고 똑같은 대우나 월급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일은 우리가 다 하는데 용역회사가 하는 일도 없이 10%의 이윤을 그냥 가져가 버려요. 우린 그 필요 없는 용역회사를 없애고, 그 1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에 써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청년들의 취업을 막는다, 청년들의 기회를 뺏는다는 식으로 왜곡보도를 하고 있잖아요. 3개월 5개월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동안 가스공사에서 상시근무를 해왔던 사람들에 한하는 겁니다. 저는 50대 중반이에요. 정규직 전환이 돼도 근무할 날이 얼마 안돼요.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놓으면 제가 나가고 나서도 그 자리에 일자리가 필요한 다른 노동자가 와서 일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2017년)에는 기존 용역·파견 형태에서 발생했던 10∼15% 정도의 이윤·일반관리비 등을 정규직 전환 시 처우개선 재원으로 활용하여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 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직접고용 시 임금은 기존 공사 직원들의 임금 체계가 아닌 노동자들의 담당 직무에 따라 별도 임금테이블을 두어 책정하는 방식이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고용안정과 처우개선만 하는 직접고용 전환 방식을 협상 초기에 먼저 선언하고 제안했다.

  6월 5일,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도보행진 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처: 연정]

매년 퇴사자→입사 지원자→신입사원

태형 씨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법에 명시된 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일했다며, 국민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정확한 현실을 알아 사회 여론이 성숙해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사한 지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최저임금을 받는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교통비, 식대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있게 되자 용역회사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존에 주던 식비나 교통비를 없애고 이를 기본급에 포함하기도 했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13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고용문제였다.

“저희는 일 년에 한 번씩 퇴사자가 되고 입사 지원자와 신입사원이 됩니다. 1년에 한 번 씩 계약서를 써요. 12개 월 째가 되면 신용도가 올라갔다가 재계약 하면서 또 떨어지는 거죠. 요즘 전세나 집값이 얼마나 비쌉니까? 대출 받으려면 신용도가 안 되니까 제1금융권에서도 10% 대 이자를 달라고 해요. 정규직 직원들은 2~3% 장기 저리로 해주는데... 한 직원이 대출을 받았는데 그 다음 해에 소규모 용역업체가 맡으면서 신용도가 떨어져서 바로 갚아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월급만 줘도 좋습니다. 고용 안정만 해달라는 겁니다.”


김태형 씨가 13년 특수경비로 근무하는 동안 용역회사가 바뀐 횟수는 무려 9~10회에 달한다. 거쳐 온 회사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어렵다. 업체 변경과 무관하게 계약서는 매년 작성 하는데, 그전에 사직서를 먼저 내고 입사 지원서를 내야한다.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비정규직보호법’을 악용한 처사다. 한국가스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역회사 정규직’이 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비정규직보호법’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태형 씨는 매년 입사지원을 할 때마다 서류를 새로 제출하고, 성범죄 등 범죄 이력 조회와 신용 조회를 해왔다고 했다.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두어 채용하는 특수경비 업무에 한국가스공사는 직접고용이 아닌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몸값’ 올려 자회사에 재취업하는 가스공사 퇴직자들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매년 반복되어온 입·퇴사도 곧 끝이 날 거라는 기대도 잠시. 한국가스공사는 용역회사와 다를 바가 없거나 이보다 더 못한 자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간접고용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시 자회사 방식을 허용하면서 대상 기관의 적지 않은 수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를 선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67%가 자회사로 전환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자회사도 두 개를 만들겠다고 해요. 거기에 누가 앉겠어요? 한국가스공사 퇴직자들이나 문제 있는 직원들을 자회사로 보낸단 말이에요 옛날에 미화 쪽에 퇴직자가 만든 용역회사가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3년 동안 월급 하나도 안 올랐어요. 공사 직원들이 자회사 사장이나 임원으로 오면 그 사람들 이익 챙겨가려고 우리 노동자들한테는 지금 용역회사보다 못한 처우를 해줄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공사랑 무관한 사람이 오면 공사 눈치만 보고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자회사는 답이 아닌 거죠.” (김태형)


지난 2017년 이찬열 국회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정년퇴직 전에 퇴직해 이른바 ‘몸값’을 올려 자회사나 출자회사 등에 재취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나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조기퇴직자 9명의 한국가스공사 재직 시 평균 연봉은 1억 2,800만 원이었다. 재취업 후 이들의 평균 연봉은 2억 4,000만 원으로 무려 87.5%가 상승했다. 이 9명 중 7명은 퇴직한 다음날 바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 대부분은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 조기퇴직을 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재취업했다. 이른바 ‘가피아’(가스공사+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이다.

김태형 씨는 먼저 자회사로 전환한 마사회와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자회사와 원청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자회사의 폐해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카트를 밀고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2차 하청업체 ㈜ACS 소속 카트 관리·보수 노동자들 [출처: 연정]

이 날 카트를 밀면서 함께 청와대로 행진한 인천국제공항 카트 관리·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 업무’를 해왔음에도 인천공항의 2차 하청업체 ㈜ACS 소속이라는 이유로 자회사 전환 대상에서조차 배제됐다. 3개월마다 초단기 계약을 이어오다 이달 말 해고의 위협에 까지 직면한 카트 노동자들은 1년 넘게 천막농성 등의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서는 소방업무 노동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직원의 약 40%가 탈락하여 해고자가 되는 일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자회사(인천공항시설관리 등)와 코레일의 자회사(코레일네트웍스 등)의 사례처럼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 임금인상률을 핑계로 최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를 강요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회사는 원청 기관의 통폐합 발생 시 고용불안 문제도 잠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말 많고 탈 많은, 무엇보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자회사 전환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정규직 탄압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

“가스공사는 우리가 스스로 포기하고 떨어져 나가길 바라는 건지 정말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이에요.”


7년 동안 인천생산기지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소방·안전 업무를 하고 있는 박성덕 씨는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 7월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가 찰 정도로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20년에 재계약 할 때 월 급여가 40여 만 원이 깎이고, 2021년 계약할 때는 20만 원이 깎였어요. 두 차례에 걸쳐 다들 월 60~70만 원 정도 임금 삭감이 된 거예요. 용역회사에서는 엔지니어링 단가를 ‘기준’이 아닌 ‘준용’을 해서 임금 설계를 해서 그렇다고 하고, 가스공사에서는 ‘기준’으로 했다고 하고. 기본급 산정 근거 자료를 요구해도 주지를 않아요. 확인해봤더니 제 시급이 최저시급 8720원도 안 되는 8440원 인 거예요. 총액을 맞추느라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기가 막혀요. 안전 업무를 하면서 최저시급도 못 받는 거잖아요. 우리한테 요구하는 책임감과 사명감은 최고인데, 급여와 처우는 최하위권이에요. 이제 우리는 자존감과 사명감도 바닥 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생명·안전 관련으로 직접고용 대상인 소방·안전 업무에 인력충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제 실시 이후 소방 업무는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3교대로 교대형태 변경이 이루어졌다. 조가 한 개 늘었으니 인원 충원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공사는 기존 1개조에 3명이 근무하던 것을 1개조 2명 근무로 인원을 줄여 4조 3교대로 교대근무 시스템을 변경했다.

“2명이 근무를 하다 보니 휴가 통제를 많이 받아요. 경조사나 개인 연차를 쓰기가 어렵죠. 소방대 사무실에 화재 수신기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명은 사무실에 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사무실을 비워두고 사무실 밖에서 2인 1조 작업을 하게 될 경우가 있어요. 얘기를 하면 공사 측에서는 사무실 전화만 개인 핸드폰으로 돌려놓고 나가서 작업을 하라고 해요. 한명이 소방차 방호대기를 하러 외부에 나가있으면 사무실에는 한 명만 남게 돼요. 그러면 식당 운영시간을 맞춰서 식사도 할 수가 없어요. 2인 1조 작업도 할 수가 없고.”


화재안전 대응 공백 발생과 관련하여 한국가스공사에 수십 번도 더 인력충원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소방 직종이 직접고용 대상 업무라 기획재정부 승인 없이 인원 충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 부모님 병간호로 한두 달 휴직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한 소방업무 비정규직 한 노동자는 회사가 대체인력을 구해주지 않자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퇴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가스공사는 가이드라인 이전에 합의한 인력충원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나오고 압박이 심해졌어요. 공사 측에 얘기하면 용역회사 가서 얘기하라고 해요. 용역회사에서는 모른다고 하고.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는 거죠. 한 공간에서 같이 업무 보면서 소통을 해야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거든요.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소방대로 다 전가하고, 가스공사 정규직들은 무재해로 연말 성과급 많이 타가는 거잖아요.”


기존에 비정규직 노동자 업무나 처우 등과 관련해 소통을 담당하던 가스공사 정규직 직원들도 가이드라인 이후에는 직접고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모든 소통을 회피하고 공문에 답장조차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하락과 노동환경 악화로 성덕 씨의 동료들은 한 명 두 명 가스공사를 떠나고 있다.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데 불확실한 직접고용에 현재 인생을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6월 9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진행된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인수 협약식 장면 [출처: 한국가스공사]

정규직화 약속 왜 안 지키는지 묻고 싶어

한국가스공사는 자회사 전환 방식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가 가이드라인이 나온 2017년 7월 20일 이후 입사자들의 경우 공개채용 시험을 통해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것으로, 대량해고 발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 7월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상시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해야 함에도 계속해서 용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해왔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천 여 명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30% 정도 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용역입찰 공고 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 결정으로 불가피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디’는 내용을 기재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단체행동권이 제한된 특수경비 노동자만 별도의 한 개 자회사에 고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분리하겠다고 한다. 최근 정치 상황을 이용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자회사 전환이 안 될 것처럼 노동자들을 압박하며 낮은 조건의 자회사 전환을 받아들일 것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있었다. 집권 정당이 바뀐다고 과연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공기관 ‘퇴직자들의 재취업 놀이터’인 자회사 전환 지침을 쉽게 페기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저희 특수경비 노동자들은 채용절차도 하는 일도 모든 면에서 청원경찰과 똑같아요. 총기를 다루어야 하다 보니 입사할 때 신원 조회를 하고, 단체행동도 못하게 해놨거든요. 근데 우리는 청원경찰의 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좋다. 그 월급 그대로 받을 테니 매년 계약서 쓰는 일만 없도록 직접고용으로 고용 보장만 해달라고 하는데도 안 해주고 있는 겁니다. 특수경비 업무 쪽에 공사 정규직 업무 지원을 하는 비정규직 행정 담당 직원이 있었는데, 불법파견 소송을 했어요. 그러자 공사에서 이분의 업무를 분리하고, 공사 별정직 근무자를 새로 뽑아서 그 업무를 하게 한 거예요. 원래 그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을 직접고용 하면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참 야속해요. 우리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 때,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근데 지금은 정규직 노조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니 고마움과 아쉬움이 섞여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가 된 거죠. 직접고용만 하면 자회사 보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될 텐데, 굳이 자회사를 만들어서 보내겠다고 하니 많이 서운합니다.”


김태형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해놓고 대체 왜 안 키기고 있는 것인지 꼭 묻고 싶다며 청와대를 향해 걷는다.

  가스배관망을 따라 도보행진 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코로나19 발생 초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 한 장 손소독제 한 통 지급하지 않았던 한국가스공사는 취약계층 대상으로 2억3천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살균소독제를 지원했었다. 그 이후에도 한국가스공사는 코로나19 극복 성금기부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간부급 직원 급여 반납’ 등 여러 사회 기부 활동을 했다. 또,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창출대회’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지역사회공헌 인정의 날’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대상 우수기관상 등 여러 정부 기관 표창도 받았다며 직접 보도자료를 내왔다. 스포츠를 통해 지역 주민과 적극 소통하겠다며 프로농구단 인수도 했다.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한 활동들을 굳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에 묻고 싶은 것은 있다. 수십 년 동안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함께 일하며 한국가스공사를 만들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리지 않는 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부 정책을 왜 이행하고 있지 않은지.

※ 본 글은 <오마이뉴스>와 <노동과세계>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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