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화재위험 높은 전기장치 지적해왔다”

소방관 1명 실종된 덕평 물류센터 화재…쿠팡의 대처 다시 도마 위에


17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실종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두고 쿠팡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결성된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대책위원회 등은 물류센터의 화재 위험 등을 수차례 지적해왔지만 쿠팡은 그러한 목소리들을 외면했다고 규탄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부터 이번 화재 사고에 이르기까지 쿠팡은 ‘배송 차질’에만 신경을 쓰며, 근본적이고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은 외면해왔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는 이번 사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라며 “쿠팡은 화재 예방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조합과 논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사고에서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둔 스프링클러는 지연 작동됐다. 평소 화재경고방송 오작동이 많아 현장 노동자들은 당일 안내된 경고방송도 오작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현장의 증언도 나온다”라며 “최근 다른 쿠팡물류센터에서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심하게 연기가 나 화재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노동자들은 대피안내를 받기는커녕 상황 설명조차 듣지 못 하고 계속 일을 해야 했다는 증언들도 잇따른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SNS와 커뮤니티엔 당시 현장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관리자의 초기 대응을 고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먼저 화재를 발견했지만 휴대폰 반입이 금지돼 신고할 수 없었다는 내용, 관리자가 화재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계속 작업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 등은 “물류센터 특성상 작업장은 늘 먼지가 심각하게 쌓여 있어 누전·합선 시 화재 발생의 위험이 매우 높고, 수많은 전기장치가 매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전선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위험은 배가 된다”라며 “이 때문에 평소에도 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와 관련한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이번 덕평 화재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 중 현장 내 머무는 근무인원이 가장적은 시간대에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화재예방과 대응관련 교육은 고사하고 산업안전 관련 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영혼없는 몸으로 출퇴근만을 반복하며 버텨내야 하는 쿠팡 노동자들에게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2018년 덕평 물류센터의 문제를 증언하다 사실상 해고된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쿠팡은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2018년 덕평물류센터에서 담배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는 ‘함부로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라며 물류센터 밖으로 나가려는 노동자들을 막았다. 한 노동자가 이에 항의하자 그 이후로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김 집행위원장은 “그 이후에 많은 노동자들을 통해 통로나 계단에 박스같은 적재물이 너무 많이 쌓여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도대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이를 보고서에도 담았다”라며 “오로지 물류, 오로지 빨리빨리, 오로지 물건만 고민하는 쿠팡과 같은 기업은 소방시설이, 설사 오작동이라도, 작동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시끄럽다, 더 이상 말하지 마라,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다, 너네는 조용히 있어라, 시키는대로 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 신호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무시된 신호들이 쌓이고 쌓이면 다시 큰 사고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대책위 등은 쿠팡의 적극적인 조치들을 주문했다. 이들은 ▲연간 최소 2회 이상 물류센터 전 직원 화재대응 훈련 실시 ▲재난안전 대비 인원 증원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재난안전 교육 ▲전체 쿠팡물류센터 안전 점검 및 대응 마련 등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쿠팡에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안전 관련 기관들 역시 노동조합과 논의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 조사 노동조합 참여 보장 ▲전 지자체 물류센터 소방법 점검 전수조사 실시 등 물류센터 안전문제에 대한 ‘노동자 중심’의 근본적이고 강력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한편,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2차 화재발생으로 지하에 고립돼 아직 실종상태에 있다. 심야조 쿠팡노동자 248명은 긴급대피해 노동자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 같은날, 김범석 쿠팡 의장은 한국 법인의 모든 공식 지위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해 사고 책임과 처벌에서 빠져나가려 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대책위 등도 “김범석은 결국 배를 버린 선장과 다를 바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김 의장의 사퇴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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