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이후의 삶, 노동 씨의 꿈

[6.30공동행동 연속기고③]

※ 공공운수노조는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 내용을 담은 10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6.30. 공동행동>을 진행한다. 이번 공동행동은 전국 곳곳에서 선전전-선언-집회-플래시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동행동이 향하는 공공성 강화-노동권 확대의 모습은 무엇일까. 공공성-노동권을 통해 바뀔 세상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실천을 들여다본다.

① <6.30. 공동행동, 이렇게 준비되고 이렇게 열립니다>
② <6.30 이후의 삶 ① : 공공 씨의 하루>
③ <6.30 이후의 삶 ② : 노동 씨의 꿈>
④ <6.30. 공동행동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연결되어 있다!>

공공기관 콜센터 민간위탁노동자와 공항 해고노동자, 각자의 일터와 영역에서 투쟁하고 있는 두 가상의 ‘노동 씨’들에 대한 짧은 인터뷰를 통해 6.30 이후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1. ‘공공기관 콜센터노동자’ 노동 씨 이야기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노동씨는 민간위탁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정규직화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인 공공기관은 내부 반발을 핑계로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미루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온전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명목상 고용형태의 전환뿐만 아니라, 차별과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규직화 말이다. 이미 정규직 전환이 시행됐던 기관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왔다. 정규직 전환이 되었다지만 저임금은 고착화되고, 이전에 노동조합이 확보했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전환 이후 오히려 후퇴한 경우도 있었다. 전환대상의 2/3이상이 용역 형 자회사로 전환되었다. 간접고용이라는 차별적 형태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그 불온전한 정규직화조차 속도가 더디다. 만 4년이 지났지만, 1단계의 경우 17.8%, 2단계의 경우 32.4%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지 못했다. 3단계인 민간위탁의 경우에는 사실상 직영화를 포기했다. 우리도 투쟁을 통해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방치될 것이 자명하다.

저임금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했는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 대응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까?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이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사회적 임금격차해소를 임금체계 개편의 이유로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 정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방향도 아니다. 현재 공공기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민간보다 3배 이상 심하다. 정부와 같은 성과주의에 의한 임금체계 개편 접근법은 임금격차를 더욱 심화할 뿐이다. 방식에 있어서도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외면하고 기관별 경영평가를 통해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 간에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 너무 뻔하다.

게다가 예산 반영 없는 허울뿐인 정규직 전환과정은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에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직무중심 임금체계를 강제한다. 근속에 따른 보상, 생애주기에 따른 안정적인 생계임금 확보가 비정규직이 그간 투쟁하고 요구했던 바였지만, 이를 제한하여 정규직 전환의 성과를 반감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않나?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고작 370원이 올랐을 뿐이다. 공공부문에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낙찰하한율을 적용하게 되면 최저임금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우리는 고용형태별, 기관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보장, 그리고 이를 위한 노정교섭을 요구한다.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투쟁하고 있다. 어떻게 함께 싸울 수 있을까?

공무직 노동자들은 공무직 법제화를,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직군 신설을 통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 소속의 생활폐기물, 사회서비스 등 민간위탁업무의 경우 위탁업체에 만연한 중간착취와 비리근절을 위해 반드시 직영화가 필요하다. 과속•과적•과로 운행을 방지하는 동시에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역할을 해왔던 안전운임제는 내년까지만 시행되고 일몰될 예정이기에 일몰제를 폐지하고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각자 영역이 다르고 문제가 각기 구체적인 만큼 하나로 힘을 모은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6.30 공동행동을 계기로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공공부문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의 대상은 궁극적으로는 실질 사용자인 ‘정부’ 하나로 수렴될 것이기 때문이다.

2. ‘공항 해고노동자’ 노동 씨 이야기

1년 넘게 해고복직 투쟁을 진행 중인 노동 씨는 공항에서 승객들의 수화물을 운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교섭창구강제단일화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악용한 사용자로부터 탄압을 받아왔고, 코로나19가 닥치자 조업감소에 따른 무기한 무급휴직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노동자들이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황이 어떠한가?

작년 2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항공 이용자수가 급감하면서 현장에서도 고용위기가 체감되기 시작했다. 공항 조업사들의 경우 순환휴직이 기본적인 옵션이 되었고, 취약했던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위기가 1년이 넘자 대형 국적항공사에서도 매각 이슈가 발생했다. 재난 이전부터 문어발식 확장으로 자본 스스로 위기에 취약한 구조를 만든 것이었는데, 구조조정의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위기에 취약했던 곳은 하청 조업사들이었다. 코로나19가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없진 않지만, 사용자들은 오히려 이를 현장의 민주노조를 말살할 기회로 여겼다. 무기한 무급휴직을 제시하면서 이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업무와 무관한 일을 지시하면서 괴롭히거나, 무급휴직 거부를 사유로 해고했다. 해고된 조합원들이 무급휴직을 거부했던 것은 현장에서 일상적인 민주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무기한 휴직인 조건에서 조업이 증가할 경우 민주노조 조합원들만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업무복귀를 시킬 상황이 불 보듯 뻔 했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니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민주노조 조합원들만 해고한 듯싶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었는데 사측은 함께 살자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현장에서 일상적인 민주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과 차별이 존재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탄압이 있었나?

공항 현장은 어용화된 노조를 통한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만연해있다. 원청에서 하청까지 복수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없다. 문제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있다. 사용자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통해 어용노조에 독점적 교섭권을 부여했고, 어용노조가 소수일 경우에는 자율교섭을 인정해 차별적으로 교섭에 나섰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공항에서 신규 민주노조가 설립되는 사업장에는 항상 복수노조가 나란히 설립되었다. 그 중에는 사측 관리자가 직접 노조가입신청서를 받은 증거가 드러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 사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어용노조가 이름만 바꿔서 다시 노조설립신고를 하면 바로 인정되고 교섭권도 독점했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 판정도 사실상 큰 실효는 없었다.

여기에 필수유지업무제도까지 더해지니 사실상 공항에서는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보다 억눌린 권리의 크기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수업무유지율 기준에 어떠한 기준도 없기 때문에, 업계를 주도하는 대형사업장의 어용노조가 합의를 통해 필수업무유지율을 높게 체결하면 이후에 다른 사업장의 필수유지업무유지율은 그 수준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된다. 여기에 더해 재벌항공사들은 필수업무유지율이 80~90%가 넘는 업무를 단독으로 하청•재하청을 준다. 이것이 공항에서 노동자들의 대규모의 파업투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민주노조는 현장의 힘을 잃고,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해고된다.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 투쟁도 앞으로 과제가 많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해고된 처지이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간병노동자, 방과후강사, 경마기수,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노조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아직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된 미조직 노동자들도 함께 아우를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복원해야 한다. 해고투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연대의 힘에 있다. 초기업적 교섭과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노동기본권과 같은 제도개선 수준의 요구를 쟁취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30공동행동이 사업장을 넘어, 업종을 넘어, 지역을 넘어 함께 투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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