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가 오지 않도록... ‘능력주의’ 부수는 논쟁 시작해야

[이슈④] [투명가방끈 집담회] ‘전혀 새롭지 않은’ 이준석 돌풍

<공정공정 돌을 던지자>

① 비정규직 밥상을 엎은 ‘공정성’
② 뉴라이트부터 이준석까지, 포장만 바꿔 재탕하는 ‘공정 담론’
③ [워커스 사전] 능력주의
④ ‘디스토피아’가 오지 않도록…‘능력주의’ 부수는 논쟁 시작해야
⑤ 차별금지법과 함께할 ‘공정한’ 미래

‘공정’이 민감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정치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공정’을 강조한다. 그리고 ‘공정’과 ‘경쟁’을 앞세운 이준석 씨가 국민의 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준석 씨의 당대표 선출 이후 ‘정치권의 세대교체’, ‘2030 청년층의 입당 러시’ 등의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은 “능력주의 대안은 없다”라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그의 말들을 앞다투어 실었다. 2030 남성이 주 사용자인 커뮤니티에선 국민의힘 입당 인증 게시물이 경쟁하듯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돌풍’인가.

한편 이러한 소식에 호들갑 떨지 않는 청년들도 있다. 이들은 이준석의 성취는 2030의 성취가 아닐뿐더러, 그가 이야기하는 경쟁 위주의 정책에 너무 발끈할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능력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될 수 있기에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시경쟁교육과 학력·학벌 차별사회, 대학 중심주의 문화에 맞서 활동하는 투명가방끈 활동가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 정리: 박다솔
패널: 공현, 김정래, 연혜원



‘공정’ ‘경쟁’을 강조해 온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능력주의 담론을 경계하고 비판했던 활동가들은 그의 당선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공현 사실 그의 당선에도, 그것을 분석하는 일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게 공적으로 관심이 갈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 같다. ‘할당제 폐지’ 같은 주장이 부정적인 의미에서 파격적이긴 하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생각이 새롭진 않다. 능력주의 관점에서 이준석 씨가 이야기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계속 누적된 경쟁 중심의 이야기다. 새롭지 않기 때문에 관심도 안 간다.

연혜원 그가 ‘이 시대가 원하는 정치인’으로 프레임화되는 것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2030 남성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부재하다는 위기를 느낀 이들이 그를 스타로 만들고 있다. 그를 계속해서 띄우는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원하는 정치인에게 과도한 대표성을 부여하고 있다. 정의당의 류호정, 장혜영 의원도 있고, 다른 젊은 정치인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김정래 이준석 씨의 당선이 ‘능력주의’ 논쟁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나쁜 흐름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씨가 능력주의 담론을 앞세우자,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씨가 능력주의에 대해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기성 정치인의 입에서 ‘능력주의’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능력주의 담론을 뛰어넘는) 운동을 하기에 좋은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는 ‘시험’을 강조한다. 공직자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룰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불평등 문제는 공정한 경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경쟁의 방식은 시험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시험 만능주의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연혜원 아이큐 테스트에서 돌고래와 비슷한 지능이라고 나온 적이 있다. 또 멘사테스트도 풀어본 적이 있는데 ‘이걸 잘보면 천재 캐릭터를 얻게 된다고?’ 할 만큼 별 게 아니었다. 특정 시험이 반복되면 자원이 많은 사람에게 관련 정보가 돌아가게 돼 있다. ‘공정한 시험’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정에 집착하는 건 그만큼 자원분배가 평등하지 않다는 증거다. 자원이 줄어들고, 기회가 줄어드니까 공정에 집착하고 있는 거다. 지배계급 입장에선 아주 흡족한 현상이다. 공정한 시험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공정한 분배를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김정래 우선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더 넓은 의미의 정치는 구별해야 할것같다.넓은의미에서정치는누구나해야하고할수 있어야 하지만, 직업으로서 정치인을 뽑는 기준은 당에 있다. 물론 당은 시민의 요구를 반영해 룰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당이 인사를 할 때 무엇을 잘한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라톤 선수는 마라톤을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잘하는 사람에게 과도한 특권을 부여하면,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특권 부여는 잘못됐다고 본다.

공현 이 씨가 말하는 공직자 선발 기준을 봤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독해능력 같은 것을 강조하는 것을 봤을 때 정책전문가 내지는 실무자를 뽑겠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혜원 님의 말처럼 정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정치의 여러 가지 기능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이 민주적 의견을 내도록 하고, 이를 반영하는 건데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준석 대표 당선 직후 페이스북에 “모두에게 똑같은 시험지를 쥐여주는 것이 겨우 이준석의 공정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가장 많은 이들이 받는 대표적인 시험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교육은 각종 불평등과 어떻게 이어지나?

공현 수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제도다. 지역, 경제력, 장애·이주민 여부 등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똑같은 교육과정을 거쳐 똑같은 시험을 쳤으니 이전의 불평등과는 상관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식이다. 수능은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불평등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 수능 자체가 만든 차별을 없애야 하는데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한 교육 결과로 인한 학력 차별을 용인하면서 선별 과정만을 계속 이야기하니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김정래 한국의 수능과 입시제도는 욕망의 체계를 바꿔놓는다. 시험이 불합리하다는 생각보다는 점점 더 높은 성적을 받고 싶다는 욕망이 커진다. 이런 욕망의 체계가 다시 바뀌는 게 쉽지 않다. 더불어 수능은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대표적인 시험인데, 불평등을 확산한다는 문제가 지적돼도 정부는 무비판적으로 수능을 강화해왔다. 수시만큼 정시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격차가 크다.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가 아니면 무엇으로 공정을 담보할 건가”라면서 능력주의의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무엇이 돼야 할까?

공현 능력주의의 대안은 일자리, 교육, 정치, 사회 등 영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 같은 조직에서 누구를 뽑을지, 누구를 승진대상으로 정할지의 문제를 모든 사회 영역 원리에서 일반화하는 게 웃기는 일이다. 다만, 능력주의의 대안으로 복지나 공공성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데 국가 책임, 사회 책임, 공동 책임 등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는데 ‘저비용 사회’다. 지금은 개인이 너무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고부담·고비용 사회다. 주거든, 의료든 복지가 강화돼 저비용으로 큰 불안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일종의 대안이지 않을까 싶다.

김정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앙드레 고르스가 《에콜로지카》에서 이야기하듯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면서 결국 ‘생산성 경주’를 하고 있다. 이는 능력주의와도 겹친다. 시험이 곧 경주 아닌가. 성장기엔 시험 성적을 경주시키고, 그다음 생산성 경주를 시키면서 교육과 사회가 경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시험 역시 생산성 경주와 맞닿아 있다. 시험을 통과하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생산성 경주에서 벗어나자는, 이제 멈춰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2018년 대학 입학 거부자들은 ‘멈춰서자, 새로운 고민을 향해 걷자’라고 말한 바 있다.

연혜원 능력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선 우선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하자고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서 비정규직을 만들어놓고 인제 와서 시험을 봐야 정규직을 시켜준다는 게 이상하다. 비정규직에게 시험이라는 기회를 주겠다는 건 학력과 학벌 차별을 유지하면서 수능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하라는 것과 비슷하다.

‘이준석 돌풍’을 만들어준 이들이 20·30 세대의 남성이라는 분석이 많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남성들은 왜 ‘능력주의’를 신봉할까?

공현 ‘능력주의’ 담론의 활성화 과정이라고 본다. 한 가지 짚어야 하는 건 2030 남성이 과연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 가다. 중산층 이상의, 소위 ‘인서울’ 대학을 다니거나 나온 사람들,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로 구성된 일부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연구 결과를 봤는데 한국 사회의 이동성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하층에서 중산층으로의 이동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중산층이 느끼는 불만, 압박이 커졌다는 것인데 중산층은 시험 제도가 강화되면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믿는 듯하다. 사실 허구적인 측면이 있다. 할당제 같은 제도가 사실 많지도 않은데 할당제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고 하지 않나.

연혜원 이준석의 말은 파격적인 언사로 소개되고, 마치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것처럼 이야기된다. 반면 퀴어, 환경, 페미니즘 등의 영역의 목소리는 이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준석은 2030 남성을 대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장혜영이나 류호정, 신지예 등은 청년을 대변하는 대표자로 잘 언급되지 않는다. 관심만 가진다면 퀴어, 환경, 페미니즘 운동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소수자 운동의 경우, 어느 한 사람의 선동으로 추동되는 정치에 저항하고,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인 것도 있다.

김정래 능력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2030 남성들이 주변에 많다. 그들은 모두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능력주의 담론이 자본주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가깝기 때문에 자본이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여성, 소수자,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

능력주의가 지금처럼 계속 득세한다면, 그려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공현 한국 사회에서 4~50년 동안 능력주의가 득세한 결과가 현재의 사회다. 능력주의로 인해 생긴 격차 등이 혐오 담론으로 표출되고 있다. 만약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다면 ‘이러한 격차가 낳는 혐오 때문에 능력주의는 더 이상 안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고 투쟁이 일어날 테지만, 지금은 부정적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공격받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득세했던 것처럼 능력주의가 글로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연혜원 매일매일 노동자가 죽는 현실에서, 이준석의 정치가 급부상했다. 생존이 점점 개인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옆 사람이 죽어도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고, 나의 문제가 되지 않는,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김정래 계속 말했던 것처럼 격차는 커지고, 이 격차가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교묘하게 은폐되는 것이 현재 시대의 흐름 같다. 어떻게 하면 이를 거스를 힘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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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계속 말했던 것처럼 격차는 커지고, 이 격차가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교묘하게 은폐되는 것이 현재 시대의 흐름 같다. 어떻게 하면 이를 거스를 힘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ㄸㅎ

    할당제 “해줘” 국회의원 “시켜줘” 연봉인상 “해줘” 좌빨들 오지게도 징징되네

  • 청년

    할당제는 불공정하며 이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명제는 청년 세대에서 상식처럼 되어 있다. 류호정 신지예 장혜영 등이 청년세대 대표자로 호명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청년세대를 대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익집단주의 페미니즘만을 대표)이다.

  • ㅇㅇ

    페미니즘이 부정적인 개념으로 인식되는 게 우습고 한심하다고 외신에서 광광 나왔는데도 안티페미놈들은 끝까지 눈막하려는 거 우습네. 내가 보기엔 이준석 지지하는 놈들이 지 기분이즘만 좇다가 자해하는 듯. 사회 구조에 불만 있는 놈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불만을 덜어줄 사람이 아니라 더 얹을 놈을 '기분에 따라' 숭배하는 중. 비단 성별뿐만이 아니라, 금수저 문 덕분에 3인칭 써가면서 똥된장 미만을 내뱉어도 의원직 해먹고 있는 놈인데 왜 그런 이상한 놈한테 공감할 건덕지를 가지는지 모르겠음. 걔를 압축하면 능력주의가 아니라 특권주의 아님? 기사 내용대로 진짜 능력주의는 패대기쳐졌고 특권 위주로 흘러가는 이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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