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된 ‘노조파괴’ 제도, “고쳐 쓸 수 없어 폐기가 답”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시행 10년, 민주노조 현장 초토화

민주노총이 시행 10년을 맞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합법적 ‘노조파괴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창구단일화제도는 기업이 특정 노조와의 교섭을 의도적으로 거부할 수 있어, 민주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피해가 이어져 왔다.


민주노총은 1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행 10년을 맞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폐기를 요구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날치기 통과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는 지난 10년간 사용자에게 노조탄압의 빌미를 줬다”라며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노조파괴 공작으로 현장은 초토화됐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를 억압하는 잘못된 제도에 대해 국회가 답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는 지난 2010년 1월 1일 새벽, 추미애 당시 환노위 위원장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됐다. 당시 추미애 의원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의 의견을 배제한 채 임태희 노동부장관, 차명진 한나라당 법안심사소위원장 등과 함께 해당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만들어 ‘추미애 노동법’이라고도 불렸다. 당시에도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산별 체계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이후 2011년 7월 1일부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됐고, 창구단일화제도는 MB정권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합법적 수단으로 활용됐다. 시행 1년 만에 금속노조 사업장인 만도, 유성기업, 발레오만도, 보쉬전장, 콘티넨탈, KEC, 한진중공업 등과 공공부문 사업장인 발전노조 등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를 이용한 노조파괴 사건이 이어졌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창구단일화절차 제도는 국가권력에 의한 민주노조 파괴 무기였다”라며 “이명박 정권은 이를 빌미로 발전노조 탈퇴 종용과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어용노조가 소수일 경우 개별교섭에 동의하고, 민주노조가 소수일 경우 이를 거부했으며, 공정대표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등 무수한 차별이 이어졌다. 지난해 노동위원회가 접수한 창구단일화 사건만 800여건이다. 오늘도 어느 사업장에서는 창구단일화에 따른 노조 파괴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를 활용한 ‘어용노조 설립-탈퇴종용-민주노조와의 교섭회피’는 10년 가까이 사용자의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언급되는 SPC그룹도 관리자 중심의 친기업 노조를 설립해 민주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교섭권을 독점하는 등의 논란을 일으켰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설립 초기부터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양판지와 LG전자 하이엠솔루텍은 교섭창구단일화를 무기로 민주노조 설립을 무력화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금속노조에는 100곳이 넘는 복수노조가 있고, 교섭권을 무력화 시키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에 노조가 결성됐으나, 사측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며 교섭을 거부했고 이후 복수노조가 들어서며 노조탄압이 이어졌다.

임일수 플랜트건설노조 사무처장은 “플랜트 현장에서는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교섭권을 선점한다. 창구단일화절차를 악용해 교섭 절차를 지연시키고, 회피하며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있다”라며 “기존에는 산별과 지역별로 교섭을 해 왔지만, 사용자가 교섭단위분리신청을 해 사업장별 교섭을 추진하며 산별을 무력화시킨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는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산별을 무력화시키는 제도로 전락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가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심각하게 박탈하고 있다며, 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해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태어나서는 안 될 제도가 날치기 통과로 만들어져 민주노조를 파괴해온 지 10년이 됐다”라며 “10년 동안 검증한 제도의 폐해는 민주노조 운동과 산별노조 운동을 해온 조합원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가 입증하고 있다. 고쳐 쓸 수 없는 제도라면 폐기가 답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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