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사 차원에서 민주노조 탄압”…우스워진 ‘ESG경영’

LG전자가 100% 지분 보유한 자회사들에서 금속노조 탄압·친사노조 설립돼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LG그룹에서 노조 파괴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LG전자와 LG전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금속노조는 “노조 파괴 수법이 동일해 개별 회사가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LG그룹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본사 및 자회사의 노무관리 전략을 수립 이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사업장에서 노조 파괴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2018년 말부터로, 구광모 씨의 회장 취임 이후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구 회장 역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처럼 노조 탄압 관련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가 지적한 사업장은 LG전자와 LG전자의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 하이엠솔루텍, 하이텔레서비스, 하이프라자다. 이 사업장에서 금속노조가 설립되면, 곧이어 친사노조가 뒤따라 설립됐고, 사측은 자격 여부와 상관없이 친사노조를 적극 지원하며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법인을 분할해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를 회피하고,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는 친사노조와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합의를 체결하는 등 탈법·불법 행위도 저질렀다.

[출처: 금속노조]

금속노조,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재벌의 반노동경영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LG그룹의 많은 회사에서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자,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민주노조가 탄생했다. 하지만 민주노조가 생겨나면 마치 당연한 수순이라도 되듯 친사노조가 생겨났다”라며 “노동조합 임원과 핵심 조합원에 대한 표적 조사, 표적 징계, 고소 남발까지 똑같은 노동조합 탄압이 이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친사노조를 활용하여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탄력근로제 합의,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는 친사노조와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동조건 불법적 합의, 산업재해 은폐 시도, 심지어 노동조합과 교섭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회사의 분할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이 인화경영 LG그룹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금속노조가 수집한 LG그룹 내 노조파괴 사례다.

사례1. LG하이케어솔루션지회, LG하이엠솔루텍지회

법인이나 대형건물의 공조기를 유지·보수하는 LG전자의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은 특수고용노동자(케어솔루션)와 정규직 노동자(에어솔루션)로 구성된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를 1년이 넘도록 거부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금속노조의 교섭권을 확인시켜도 지속적으로 교섭을 해태했다. 금속노조 지회가 설립되고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엔 정규직 노동자로만 구성된 친사노조가 생겼다. 친사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요구하자 하이엠솔루텍은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특수고용노동자가 포함된 금속노조 지회를 지속적으로 무시했다. 이에 더해 인적분할을 통해 하이엠솔루텍에는 에어솔루션 사업부를 남기고, 신설법인인 하이케어솔루션으로 케어솔루션 사업부를 이관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조합을 탄압할 목적으로 인적분할까지 실행한 것은 전무후무하다”라며 “LG전자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법인 분할 등을 자회사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애초 사업계획에도 없던 법인 분할을 한 것은 주식회사 LG와 LG전자 본사의 결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법인의 인적분할에도 불구하고 양쪽 법인 모두에서 금속노조에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있다고 결정했으나, 사측은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에 지금까지 불응하고 있다.

사례2. LG하이텔레서비스지회

하이텔레서비스는 LG전자 제품의 A/S관련 콜센터 업무와 에어컨 등 공조기를 유지/보수하는 LG전자의 자회사로 장시간 노동과 낮은 처우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컸다. 2019년 2월 하이텔레서비스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추진을 위한 네이버밴드를 개설하고 금속노조와 가입 및 상담을 진행하던 중 2019년 4월 사측 주도의 친사노조가 설립됐다. 하이텔레서비스는 친사노조 설립에 발맞춰 친사노조 가입을 위한 설명회 장소를 제공하고 관리자를 통해 모임을 유도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했고, 이후 친사노조 간부들을 승진시키기도 했다. 반면 금속노조 소속 임원들에 대해선 징계와 고소 등을 진행했다. 우선 산별노조의 사업장 출입문제를 들어 지회 임원에게 견책, 경고 등의 징계를 남발하고, 금속노조 지회가 산재 은폐 문제를 공론화하자 지회 임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켰다. 또 친사노조엔 노조 사무실과 근로시간면제 등이 자연스럽게 제공됐지만 금속노조 지회는 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접수하고 나서야 근로시간 면제 등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사례3. LG 하이프라자 바른노동조합지회

지난 4월 금속노조에 LG하이프라자바른지회가 설립된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친사노조가 설립됐다. 친사노조는 전 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 조합가입 독려 문자를 발송해 개인정보 불법 도용 문제가 불거졌다. 금속노조는 “회사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개인이 일일이 개인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설령 회사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불법적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문자 발송은 회사와 관련이 없다”라며 문자발송자에 대한 조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지만, 개인정보 불법 도용에 대한 조사와 징계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금속노조의 설명이다. 지난 5월 과반수 노동조합 확정 공고에서 금속노조 지회는 912명을, 친사노조 하이프라자 노동조합은 1,037명을 소속 조합원 수라고 밝혔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금속노조 지회를 교섭대표노조로 결정했다. 확인 결과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은 850여 명, 하이프라자 노동조합 조합원은 겨우 230여 명에 불과했다.

사례4. LG전자지회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의 서비스센터 노동자 직고용 발표 이후 LG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고용불안을 해소하고자 2018년 11월 네이버 밴드에 ‘LG전자 서비스센터 노조 준비를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LG전자 서비스센터 대표, 서비스센터에 상주하는 LG전자 본사 인원들은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에게 기존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LG전자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강권하며 금속노조의 지회 결성을 방해했다. LG전자가 서비스센터 노동자를 직고용한 뒤에도 금속노조 지회가 활동을 지속하자 사측은 지회 임원, 핵심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 금속노조 소속 인사들은 인사 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는 등, 성과급과 임금 인상률, 승진 등에 있어서 차별받고 있다. 친사노조를 활용한 노동권 탄압은 지난 4월, 탄력근로제 노사협의회 합의에서 정점을 찍었다. LG전자 노동조합은 탄력근로제를 합의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음에도, 6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회사와 합의했고, 소정근로시간과 연장근로시간을 혼재해 주 58시간 이상의 노동에 강제 합의했다. 금속노조는 “노골적으로 친사노조를 활용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전형적인 행태”라며 “현장에서 이를 거부하는 흐름이 일자 정성평가를 낮게 주어 임금상 불이익을 준다는 등의 협박이 횡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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