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동조사단 구성해 청소노동자 사망 진상 밝혀야”

서울대 관계자들 망언 논란 속 노조와 학생들 서울대에 진상 요구

지난달 26일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서울대에서 학생처장 등이 올린 글이 논란이 되면서, 노조와 학생 등이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2차 가해이고, 명백한 폭력일 뿐”이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학생처장 구민교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너도 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역겹다”라고 말했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구 교수는 이 글을 삭제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공개했다. 그리고 "유족이나 다른 노동자가 아닌,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면서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중간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원글에서 “다들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한 명의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는 노조의 문제제기에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노조는) 현재의 객관적인 사실관계만으로는 ‘산재’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억지로라도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선 학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에 좌표가 찍혔다”라며 노조가 노동자 산재를 인정 받기 위해 갑질 관리자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청소노동자 시험과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사망한 청소노동자는) 생전에 문제의 그 ‘업무 필기 시험’에서도 1등을 하셨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라며 시험은 모두 직무 교육의 일종이었고, 노동자에게 모욕감을 유발할 구실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구 교수는 12일 오전 총장 주재로 열린 정례주간 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서울대학교 내 노동자-학생 연대 활동기구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12일 성명에서 “서울대학교는 당연한 분노를 불순한 의도로 왜곡, 폄훼하는 것을 멈추고 더 이상의 노동자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라며 “서울대학교가 노사공동조사단을 통한 진상규명에 협조하고, 군대식 노무관리를 시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며, 고인과 유족, 노동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등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전까지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 직후 직장 내 갑질 문제를 공론화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구 교수의 글을 “고인을 두 번 죽인 서울대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일반노조는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관악학생생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민교의 주장은 개인이 아니라, 서울대의 소위 권력 있는 자들과 일군의 세력들이 갖는 생각의 반영”이라며 “35도의 폭염 속, 창문도 에어컨도 없는 휴게실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통해 결국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오늘날 서울대의 기괴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일반노조는 또 “고인이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문제의식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면서 “실제로 고인은 자신이 그러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또한 그러한 시험을 치루는 것을 힘들어하는 동료들을 보고 아픔을 느꼈고 공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퇴근시켜 준다고 고맙다고 한 것을 두고, 드레스코드 자체에 대해 고맙다고 둔갑 시키는 것은 고의적인 사실 왜곡”이라고도 강조했다. 사망한 청소노동자의 동료에 따르면 고인은 16일 회의에서 옷을 지적받았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했으며, 최저임금 밖에 못 받는데 옷 살 돈이라도 따로 빼놓고 아무래도 정장을 하나 사놓는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옷 지적에 매우 불쾌해하며, 나중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녹음을 하자는 말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같은 회의에서 안전관리팀장이 제초 작업을 외주화하고, 주말 근무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을 얘기하자 “임금 문제는 노조와 합의해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저한테 그런 식으로 임금을 깎는다는 말은 협박으로 들린다”라고 노동자들을 대표해 앞장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출처: 민주일반노조]

민주일반노조는 공동조사단을 통해 청소노동자 사망의 진상을 밝히자고 촉구하고 있다. 죽음의 원인을 밝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인 100L 봉투에 담긴 쓰레기의 무게는 얼마인지, 하루에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인지, 많이 나오는 때는 언제이고 적게 나오는 때는 언제인지 밝히는데 있어서도 공동조사단이 필요하다”라며 “그렇게 사실관계를 중요시하고, 억울하다면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밝히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구 교수에 대해서는 7월 14일까지 노조의 재반박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하며,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했다.

민주일반노조는 지난 6월 1일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지시로 고인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노동 강도 역시 심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925동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매일 6~7개의 100L 쓰레기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라야 했다고 전해진다.

안전관리 팀장의 경우 첫 회의 때부터 노동자들에게 볼펜, 수첩 등을 소지하라고 지시하며 미지참시 1점 감점 등을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2차 회의 때부터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시험을 강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자로 쓰도록 시켰고, 시험을 본 후엔 점수를 공개해 5~60대 여성노동자들에게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팀장은 기숙사 행정실장과 부장과 함께 청소 상태 검열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청소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작업 강도가 폭증했다고 입모아 말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일엔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도 입주 학생들에게 “관련 기사들이 언론에 편파적으로 보도되며 우리 생활관은 물론 서울대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해당 관리자를 마녀사냥 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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