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전환 1년 반, 다시 투쟁에 나선 마사회 노동자들

[기고] 회사의 교섭회피…파업 찬반투표 90% 찬성으로 가결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직접행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공동행동 모임입니다. △모든 해고 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2조 개정)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투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에서 매달 발행하는 온라인 소식지 기사 중 ‘비정규직의 외침’과 ‘투쟁소식’을 2월호부터 비정규직이제그만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stopprecariouswork)와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게재합니다.


한국마사회지부는 2020년 1월 1일 시설, 미화, 경비 등 1400여 명이 한국마사회의 자회사 한국마사회 시설관리(주)로 전환되었습니다. 전환 이후 자회사는 관리 인력 부족과 회사 체계의 미비,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노동조합을 유지하고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2020년 1월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습니다. 자회사엔 복수노조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공공연대, 여성연맹 등 3개 노조, 한국노총 1개 노조까지 총 4개의 노동조합이 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우리 지부가 교섭 대표노조가 되었습니다.

  2021년 6월 18일 조정신청 결의대회 [출처: 한국마사회지부]

단절과 위축

​하지만 2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에서 전국의 경마장과 목장, 장외 지사 등 우리 조합원들의 일터는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3월부터 시작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은 기본협약으로 조합비 공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한 휴업으로 조합원을 만나기도 버거워 투쟁을 조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7월에서야 인사 부분을 취업규칙 수준으로 잠정합의하며 받았습니다. 자회사는 노조 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 면제 등에 대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이행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고, 우리 지부는 반년가량 조합원을 만나지도 못하고 조합비도 걷지 못하며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마사회에서 초기에 자회사로 파견 보낸 직원들이 자회사 팀장을 역임하며 자회사의 노사관계와 단체교섭에서 자신들이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교섭은 더 이상 내용적인 진전 없이 단협 요구안이 아닌 현장의 문제만을 논의하며 회의 차수만 늘려 갔습니다. 그러면서 “회의는 잘 참석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고, 나아가 비공식 자리에서 “조합이 파업할 테면 해봐라. 그나마 있는 휴업수당도 안 나가도 된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휴업 중인 조합원을 조직할 수 없었던 내부 상황으로 인해 코로나19 상황만 나아지면 되갚아 주리라, 내심 다짐할 뿐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잠시 동안 전국 경마장과 장외지사에 고객 입장을 허용해 경마를 진행한 기간 중에는 유언비어와 거짓선동으로 지부에 혼란이 있었고, 다수 조합원들이 한국노총으로 가입하는 등 어려움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간부와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자회사 내 1노조와 과반노조를 유지하고 있고, 지금은 다시 조합원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 핑계로 한 단체교섭 지연

지난해 11월 경마고객 입장이 중단되고 올해 2월 설 연휴 이후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경마고객 입장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수도권 역시 7월 입장을 계획하고 있으나 급작스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지부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020년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교섭 4회, 축조교섭 8회, 실무교섭 20회 등 30여 회가 넘도록 2020년도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5월에 임금과 단협 요구를 하였고 2021년 4월 말에서야 사측의 단협 검토안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문제, 모회사인 마사회의 경영 문제, 회사 경영진의 일정 등 회사는 갖은 핑계를 대며 1년 반을 유야무야 흘려보냈습니다.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교섭하자는 우리 요구에 회사는 마지못해 노조 요구안에 대한 검토 설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법에 있으니 삭제’, ‘취업규칙으로 충분하니 삭제’ 등 거의 대부분의 노조 요구안을 삭제하는 불성실한 태도로 검토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그럼에도 단협체결을 위해 “5월 말과 6월 초 집중교섭을 하자. 그렇지 않으면 노조도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부의 요구에 노사 대표가 참석하는 축조교섭이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사 대표 간 합의된 문구에 대해 사측은 다시 차기 교섭에서 합의를 부정하고, 문구 수정을 거듭 요구하며 노사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 사태를 다시 악화시켰습니다. 급기야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한 본교섭 요청에 거듭 연기 요청을 하며 교섭을 책임지는 경영진들이 휴가를 가버리는 행태까지 보이며 노사관계를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2021년 7월 2일 광주지사 중식선전전 모습 [출처: 한국마사회지부]

투쟁의 시간이 왔다

​이에 우리 지부는 지난 6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고 6월 25일 사측의 안일하고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본 조정위원들조차 회의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고 판단해 단 한 차례의 조정회의 만에 ‘조정중지’를 결정하였습니다.

회사 경영진은 조정회의에서 노사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판단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를 들고 지난 1월, 2월 과천경마공원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한 성과로 마사회장과의 면담 성사와 ‘임금체계 및 근무체계 개편 TF’ 구성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조정위원들의 권고로 만난 별도의 면담 자리에서도 회사는 이것이 자신들의 치적인 양 이야기하였고, “회사에 다른 신경 쓸 일이 많으니, 조정중지가 되더라도 파업은 하지 말라”는 막말을 내뱉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우리 노조는 면담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이처럼 무능한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한국마사회지부는 7월 5일부터 1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압도적인 찬성율이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12일 노조에 따르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94%의 투표율과 90%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의 요구는 정당합니다.

​첫째,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위해 단체협약을 체결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자회사 모범안, 용역근로자보호지침, 자회사 개선대책 등 정부의 지침과 대책을 준수하라는 것입니다. 예정가격 산정 시 시중노임단가를 각자의 직종에 맞게 적용하고, 자회사 평가에서 낙찰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 바,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이므로 낙찰률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셋째,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한 회사로 전환이 되었고 같은 직종에서 같은 시간 일하는데 급여가 다르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비정규직 차별을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라고 하고 있는데, 자회사는 계약직 운영규정을 만들어 차별을 고착화하고 제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시설이든 미화, 경비든 동일한 정년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인데 정년 시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 또한 불합리한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라는 것입니다. 전환 합의, 2020년 중노위 권고, 정부의 각종 지침과 대책에도 모-자회사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모회사와 자회사, 노동조합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마사회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마사회지부가 투쟁하는 이유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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