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가치를 부여하는 노동자들

[이슈] 폐기물을 수집, 운반, 선별, 매립, 소각하는 5인의 환경미화원



민영화가 만든 쓰레기 카르텔

“전주 생활폐기물 업체들의 유령 직원·가족을 동원한 부정 수급, 횡령 문제는 20년째 반복되는 문제예요. 그런데 계속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이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으면 전주시 개입이 없다고 볼 수 있나요? 이런저런 소문도 많죠.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자기 쪽 사람들에게 하나씩 떼어 줬다느니, 선거 조직 생계 수단이라느니, 업체 사장은 바지사장이고 진짜 사장은 전주시장을 넘어 도지사 라인을 타고 있다느니 하는 것들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어 답답하죠. 전주시가 업체들 감사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전주시는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죠. 감사를 하겠다면서 업체 관계자들 불러놓고 이야기를 듣고 앉아있으니 제대로 조사가 되겠습니까?”

― 2021년 전주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민간위탁업체 노조 간부 심층 인터뷰 중

“비용 문제로 시의원들이 문제 제기 많이 함. 시정 질의해도 시장은 도급계약이기 때문에 시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함. 공개입찰하라고 해도 안 들어줌. 커넥션에 대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음. 노조에서 제기해서 경기도청에서 감사를 했지만 흐지부지. (…) 등기이사들은 모두 친인척임. 월급이 7~800만 원으로 책정돼 있음. 30년간 관행으로 굳어져 골이 너무 깊음. TV 시사프로에 기사화되었음에도 사장은 ‘여기서 내 돈 안 먹은 사람 있으면 나와봐’하는 식. 관하고 인맥이 형성되어 있어서 풀리기가 쉽지 않다고 봄. 노동자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시민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함.”

―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업무 민간위탁의 문제점과 대안〉,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2005, 부천환경관리노조 노조 간부 심층 인터뷰 중 ―

2005년의 환경미화원과 2021년의 환경미화원.

길에 배출된 쓰레기는 수거와 운반, 선별 과정을 거쳐 재활용·소각·매립 등의 최종 처리에 이른다. 각각의 공정은 환경미화원의 손을 거친다. 시설과 기계를 이용한 ‘자동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환경미화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이들의 손을 거친 쓰레기들이 모이면 ‘돈’이 된다. 세계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50억 톤, 시장 규모는 475조 원에 달한다.1) 그래서 기업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소위 ‘금맥’을 찾는다.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은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몸집을 키웠다. 관련 업계는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가 올해 19조4000억 원에서 2025년 23조7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모펀드의 각축장이 된 폐기물 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의 노동은 소외돼 있다. 2019년 기준, 폐기물 수집·운반 종사자의 54.7%(1만9878명)는 민간위탁 노동자다.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처리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서비스로써 지자체의 주요 업무지만, 여기에 종사하는 다수의 노동자가 민간위탁 신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자체는 효율성을 제고한다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를 민간에 맡겼고, 이는 노동조건 하락과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 기업의 독점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워커스》는 생활폐기물(일반쓰레기/음식물 쓰레기/재활용·대형폐기물)의 각 처리 공정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으로부터 그들의 노동환경과 폐기물 시장의 현황을 들었다.



#“일반쓰레기를 수집하고 운반합니다”

충북 제천시에서 폐기물 청소차량을 운전하는 이익진(51) 씨는 매일 새벽 2시에 눈을 뜬다. 유동 인구가 적은 시간에 폐기물을 운반하는 것이 수월하기에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일을 해야 한다. 휴일은 일요일, 일주일에 단 하루다.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8시에는 잠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없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지는 12년이 넘었다. 그래도 여전히 밤낮이 바뀐 생활은 어렵다. 혹시라도 일어나지 못할까 봐 중간중간 알람을 설정해 통잠을 못 잔다. 집안 대소사와 오랜 친구들을 챙긴 지도 오래다.

이 씨의 출근 시간은 새벽 3시. 그때부터 운전을 시작해 하루 8~9톤가량의 폐기물을 수집한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약 80km다. 차에 폐기물이 가득 실리면 제천시 자원관리센터에 야적한다. 평소엔 두 차례 정도, 월요일엔 네 차례 가까이 자원관리센터를 드나든다. 자원관리센터는 매립을 제외한 소각, 재활용, 음식물 자원화 시설 등으로 폐기물을 최종 처리한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작업을 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새벽까지 폐기물을 수거 중이다. [출처: 김정호 씨]

이 씨의 일터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회사의 ‘비용’ 논리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린다. 그래서 이 씨는 매일이 불안하다. 그가 최근까지 운전했던 차량은 주행거리가 45만km에 달하는 낡은 차였다. 비슷한 크기의 화물차는 일반적으로 25만~30만km를 주행하면 폐차한다. 그가 운전하는 차는 타이어의 무늬가 희미해질 만큼 닳았으며, 파손이 심했고, 잔고장이 잦았다. 언제 사고가 나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노후 차량 때문에 환경미화원이 숨진 사건도 있었다. 차량 노후화는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였지만, 회사는 괜찮다고만 했다. 차량 검사에서는 앞·뒤축 무게가 맞지 않아 적재함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과태료를 납입하고 운행하면 된다고 했다. 결국 이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노후 차량에서 나오는 과다한 매연과 회사의 안전 불감증을 공론화했다. 언론 보도가 나오고서야 회사는 차량을 교체했다. 이마저도 출고된 지 14년 된 구형 차량이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에 달한다. 청소 설비에 신체 일부가 끼이고 절단되는 사고, 수거 차량에서의 낙하 사고, 베임 사고, 근골격계 질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감염 등 사고의 유형은 다양했다.

이 씨가 속한 민간회사 C업체는 무려 25년간 제천시와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운영은 불투명했고, 지자체와의 짬짜미 의혹도 있었다. 이 씨를 비롯한 C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은 회사의 노무비 착복과 안전 의식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는데도 수십 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해왔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모아 온 회사의 비리 자료들을 제출하며 제천시에 감사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노동자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회사가 지급한 임금과 제천시에 보고한 노무비가 다르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 길로 제천시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은 ‘사람이 살면서 노상 방뇨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로 공무원이 움직일 수 없다’라는 황당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결국 그는 2018년 회사 대표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씨는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화가 울컥 치솟는다고 했다.

“어렵게 모은 자료들을 들고 제천시 도시미화과에 수차례 찾아갔어요. 임금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고 있다고, 제천시의 예산이 허투루 쓰이고 있으니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대행비 지급으로 끝난 문제라고 더 이상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를 쫓아내고 무시한 공무원은 진급까지 해서 다른 데로 갔다는데, 정말 찾아가서 사과받고 싶어요.”


#“음식물 쓰레기를 수집하고 운반합니다”

김정호(가명·59) 씨는 서울시 금천구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집·운반 작업을 하고 있다. 자영업을 접고, 현금수송 회사에서 운전 일을 하다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고 환경미화원에 지원했다. 일은 힘들어도 공공성이 분명한 업무이니 전반적인 운영 과정이 투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가 벌써 11년째다. 그의 공식 업무 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5일이다. 휴식시간 1시간을 포함해, 매일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를 포함한 다수의 동료들은 일을 마치기 위해 더 일찍 출근했다. 오후 8시부터 일을 시작했고, 정년이 넘은 촉탁직 노동자들은 오후 6시에도 나와 꾸역꾸역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 그들의 한 달 노동 시간은 250시간이 넘었다. 하지만 월 실 수령액은 160만 원이 겨우 넘었다. 연장수당이 월 52시간으로 고정 지급되는 포괄임금제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노무비를 줄이려고 했다. 김 씨는 회사가 정년이 넘은 촉탁직이나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노무비를 착복했다고 말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월 185만 원으로 급여 계약서를 썼어요. 주말까지 근무하니 수당을 합쳐 월 2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한 달 뒤 세금을 제외한 실 수령액이 160만 원을 겨우 넘더라고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더는 일을 못 하겠다고 나갔어요.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환갑이 넘은 촉탁직이었고요. 젊은 사람도 힘든데, 노인들은 어떻겠어요. 원래 업무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일을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작업량을 못 맞추니까. 촉탁직은 계속 계약을 갱신해야 하니 찍소리도 못해요. 사장들은 최대한 인원을 줄여놔야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노무비를 많이 챙길 수 있으니 알아서 기는 촉탁직을 이용한 거죠. 촉탁직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임금도 엄청 뜯어갔어요. 실컷 부려먹으면서 줄 거 안 줘도 큰 문제가 안 됐으니까요. 노조가 생기고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처우가 가장 안 좋습니다. 촉탁직 비율도 30% 정도로 높고요.”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는 ‘환경미화원의 임금은 시중노임단가 중 건설노임단가로 책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계약을 위한 원가산정 고시〉에 ‘단, 지자체의 예산을 반영하여 별도 기준을 책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조항을 달아 지침을 무력화했다. 특히 서울시의 25개 구는 이 단서조항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는 100% 민간위탁이다. 노조는 지자체가 수십 년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이어오며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노조의 폭로와 요구에도 서울시의 관리·감독은 부실하다. 불법과 편법 운영 속에서 환경미화원의 노동조건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김 씨와 노조는 ‘비리업체 퇴출’을 요구하며 석 달째 금천구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 업체당 연간 억 단위의 횡령이 감지되고 있다며, 중간 착취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했어도 노동자들의 처우가 이렇게 열악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씨가 요구하는 것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의 직영화와 야간노동 철폐 등이다. 물론 야간업무를 주간업무로 바꾸기 위해서는 인원과 장비 등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민간위탁 구조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김 씨는 “열흘에 한 번 꼴로 사고가 나는데 이중 상당수가 어두운 작업 환경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거나, 음식물 쓰레기 속 기름 때문에 미끄러지는 사고 같은 것은 주간 근무를 통해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합니다”

봉제사였던 이순애(가명·60) 씨는 노안으로 일을 관둔 뒤, 2년 전 서울 구로구의 자원순환센터에 새 직장을 얻었다. 이 씨는 이곳에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을 한다. 여기는 구로구 지역에서 수거한 폐기물이 한 데 모이는 곳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선별하고, 폐기해야 할 자원을 최종 처리 시설로 보내는 공정이다. 이 씨가 소속된 업체와 구로구청은 늘 ‘최신 시설’을 홍보했다. 좋은 기계를 갖추고 있어 수준 높은 자동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이 씨는 재활용품 선별 과정 대부분이 작업자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주간조에 소속된 이 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폐기물을 병·페트·우유갑·박스·캔·철근 등으로 세세하게 분류하는 업무다. 폐기물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손을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업무 전체가 혼란해질 수 있다. 기계 속도에 맞춰 폐기물을 분류하다 보면 다치기 일쑤다. 재활용품으로 배출된 폐기물에는 식칼이나 깨진 유리 같은 위험한 물건이 뒤섞여 있다. 고양이나 쥐 같은 동물 사체를 보고 기함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 폐기물이나 코로나19 이후 배출되기 시작한 방진복도 그가 다루는 폐기물이다.

“재활용품 선별이라고 하는데, 말이 재활용품이지, 그냥 쓰레기예요. 배달 음식 먹다 남은 것을 그대로 버리기도 하고, 병원에서 쓴 것 같은 피 묻은 거즈가 나오기도 해요. 세척이 안 된 약품 통 같은 것도 있고요. 목장갑과 하얀 면장갑을 함께 끼는데도 위험하죠. 저는 예전에 깨진 유리병에 찔려서 힘줄이 잘린 적이 있어요. 그때 병원에서 수술까지 하고 한동안 입원도 했죠.”


  운반된 생활폐기물에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노동자 [출처: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구로자원순환센터분회]

무거운 폐기물을 반복해서 나르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에도 취약하다. 이 씨 같은 여성 노동자 두 명이 나르는 압축 페트병 더미의 무게는 무려 80kg정도다. 분류와 운반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손가락 마디가 뻑뻑하게 굳어 주먹을 쥐기도 힘들어진다. 센터가 하루에 분류해야 하는 폐기물 양은 30~40톤에 달한다. 가치 있는 폐기물을 분류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필수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노동조건은 형편없다. 이 씨의 시급은 8,720원. 딱 최저임금이다. 특히 재활용 선별장은 생활폐기물 업무 가운데 유일하게 임금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업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별로 임금 기준이 제각각이다. 다른 지자체의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는 상여금 400%를 받는다는데, 이 씨는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노동조합에서 관할 구청에 문의도 해 봤지만, 구청은 업체 핑계만 댔다.

이 씨 역시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을 근무한다. 토요일 근무는 선택사항이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하루를 더 일한다. 이 씨는 “주말에 일을 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환경”이라며 “연장 근무를 하지 않으면 급여가 200만 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을 오래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일하기가 더 곤욕스럽다. 더구나 이 씨의 작업장은 지하에 있어 끔찍한 습도와 싸우며 일을 해야 한다. 그곳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엔 속옷까지 젖을 정도로 땀이 난다. 폐기물이 썩는 냄새도 견디기 힘들다. 집에 돌아가서도 고약한 냄새가 떠올라 밥을 먹지 못할 때가 많다. 구청은 냄새를 포집하고 단계별로 여과해 배출한다고 하지만, 민원 때문에 이 조차도 쉽지 않다. 새벽에 1~2시간 정도 환기를 하는 게 전부다. 노동자들은 농도 짙은 폐기물 냄새와 지하에서 이동하는 차량의 매연까지 맡으며 일을 해야 한다. 지난 3월엔 폐기물에서 화재까지 발생해 노동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일을 합니다”

지난해 곽경준(45) 씨가 일하는 소각장에서 소각재를 치우던 노동자가 큰 화상을 입었다. 통상 쓰레기 소각으로 발생한 물질은 굴뚝으로 배출하기 전 폐열보일러에서 열을 식힌다. 사고는 이 폐열보일러에 쌓인 재를 배출하는 마지막 하부 컨베이어 벨트에서 발생했다. 이곳에 끼인 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냉각되지 않은 ‘잿더미’가 노동자의 다리를 덮친 것이었다. 다친 동료는 1년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각장 노동자가 기계에 걸린 생활폐기물을 제거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화성소각장분회]

곽 씨는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생활 폐기물 처리시설 화성그린환경센터에서 일을 한다. 그가 이곳에서 일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곽 씨는 화성그린환경센터가 시운전을 마무리할 때쯤인 2010년경 입사했다. 운영 초기만 해도 1개의 소각로를 가동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화성시 인구가 최근 80만 명으로 증가하고, 생활 폐기물도 늘어나 2017년 부터는 1호기·2호기를 모두 가동하고 있다. 화성그린환경센터는 소각로 2곳에 각각 150톤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루 최대 300톤까지 처리가 가능한 이곳은 다른 소각장에 비해 꽤 큰 규모다.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는 오산시의 생활폐기물까지 다루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소위 ‘돈 되는’ 시설이다 보니, 기업들의 입찰 경쟁도 상당하다. 이곳은 지난해까지 10년간 GS건설과 에스텍코리아가 공동으로 위탁 운영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코오롱 그룹의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가 입찰에 성공했다. 이후 IS동서와 사모펀드 운용사 이앤에프프라이빗 에쿼티가 코오롱환경서비스를 인수해, ‘환경에너지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어 운영 중이다.

위탁 운영업체가 바뀌지 않았던 지난 10년간은 노동자의 근속이 인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업체가 바뀌면서 노동자들은 모두 신입직원 신분이 됐다. 쌓인 연차휴가 또한 모두 사라졌다. 지자체와 운영사는 고용 승계가 이뤄졌으니, 안정적인 직장이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소각장은 애초부터 구인이 쉽지 않은 곳이다.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노동 강도도 높아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결원이 발생할 경우 안전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정원 확보에 대한 조항을 넣기도 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고용불안 또한 늘 따라다닌다. 소각장의 시설과 장비는 모두 지자체 소유이고, 운영사는 실질적인 기술 투자 없이 인력 수급이나 운영 업무만을 수행한다. 환경부는 소각시설의 사용 가능 햇수를 15년으로 본다. 화성그린환경센터 소각장 역시 5년 뒤면 다른 곳처럼 기술진단을 통해 1년, 2년 연장을 하며 연명해야 한다. 만약 소각시설이 폐쇄될 경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 3년에서 5년 단위로 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시설에 대한 장기 전망을 세우기도 어렵다. 호봉 적용도 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결국 일터를 떠난다. 현재 노동자 59명 중 10년 이상 일한 사람은 5명 정도다. 이직률은 50~60%에 달한다.

지난해 발생한 화상 사고로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현장은 위험하고 불안하다. 소각로 업무의 특성상 화상 재해가 잦기 때문이다. 곽 씨는 현재 시설 전반에 대한 환경을 관리하는 환경기술인으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 요소에 대해 사측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는 “가동 중인 설비의 점검부를 열다가 불꽃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소각재를 제거할 때 철이나 금속에 찔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 노동자들은 자비로 파상풍 주사를 맞는다”라며 “소각설비는 24시간 가동을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시설 점검도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쓰레기를 매립하는 업무를 합니다”

윤덕진(54) 씨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한 침출수를 정화하는 노동자다. 지하 저장고에 쌓인 침출수를 가성소다(양잿물), 황산 등 독한 약품을 이용해 1차 처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윤 씨가 작업한 침출수는 하수처리장을 거쳐 바다로 방류된다.

  침출수 처리시설 반응조 [출처: 윤덕진 씨]

침출수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윤 씨의 업무지만, 막상 그는 환기조차 이뤄지지 않는 곳에서 독한 약품을 다루며 홀로 일을 한다. 회사에 여러 차례 인력 충원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재활용품 선별시설 노동자들이 침출수 처리시설에 들러 그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돌아갈 정도다. 독한 약품을 다루다 보니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소음 때문에 귀가 멍해지곤 한다. 그렇게 일한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윤 씨가 일하는 곳은 충청남도 예산군에 있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맑은누리센터다. 이 시설에는 예산군 주민들이 배출한 생활폐기물이 모인다. 하루에 수거되는 생활폐기물은 모두 70~80톤. 하지만 맑은누리센터에서 현재 하루에 소각할 수 있는 양은 최대 30톤으로, 전체 수거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5년간 예산군의 생활폐기물 양이 급격히 늘어난 까닭이다. 소각장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지만, 현재의 인력과 시설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들은 매립장에 우선 쌓아두거나 타 시군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맑은누리센터는 현재 한라그룹의 100% 자회사인 한라OMS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약 12년 전까지만 해도 군이 직접 운영했던 곳이다. 시설이 민간에 넘겨지며 노동자들 역시 간접고용 신분이 됐다. 군으로부터 소각장 운영을 위탁받은 한라OMS는 그동안 윤 씨를 비롯한 직원들의 임금을 야금야금 떼어먹었다. 회사는 군과 맺은 민간위탁 협약서를 근거로 산출 인건비에 낙찰률(70%)을 적용했다. 그래서 인건비의 70%만을 지급하거나, 이 금액이 최저임금 미달이면 최저임금만을 지급했다. 윤 씨 역시 4년 전까지만 해도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일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았다. 그나마 노동조합의 요구로 군과 회사는 지난해 재계약을 통해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키로 했고, 낙찰률도 97%로 높아졌다. 이로써 최저임금 노동자는 일 인당 무려 70~100만 원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윤 씨가 정화하는 침출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폐기물 선별과 매립 과정에서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멧돼지, 고라니 같은 동물 사체를 그냥 매립장에 묻어버리기도 하고, 소각재가 아닌 것들이 매립되기도 한다.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지나간 후에는 지붕 슬레이트, 꺾인 나무, 부서진 농기계 등의 폐기물들이 실려 오기도 했다. 이것도 맑은누리센터 매립장에 묻혀있다. 한 번은 매립장 사이에서 침출수가 샌 적이 있었다. 이 침출수는 동네로 흘러갔을 터였다. 몇 년 전에는 마을상수도에서 비소 등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씨는 “정확히 선별하고 소각하고 매립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다”라며 “절차대로 하려면 인건비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매립장들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주>

1) 〈경기도 자원순환산업 활성화 방안〉, 경기연구원, 2015. www.gri.re.kr/연구보고서/?brno=5280&prno=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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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지난해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지나간 후에는 지붕 슬레이트, 꺾인 나무, 부서진 농기계 등의 폐기물들이 실려 오기도 했다. 이것도 맑은누리센터 매립장에 묻혀있다. 한 번은 매립장 사이에서 침출수가 샌 적이 있었다. 이 침출수는 동네로 흘러갔을 터였다. 몇 년 전에는 마을상수도에서 비소 등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씨는 “정확히 선별하고 소각하고 매립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다”라며 “절차대로 하려면 인건비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매립장들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