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이상한 민주주의

[기고] 독일 공산당은 철퇴, 극우정당은 솜방망이

한국에서 독일의 이미지는 1)과거 청산을 열심히 한 나라이자 2)나치 몰락 이후 민주주의를 회복한 나라이다. 특히 일본과의 갈등관계가 발생하거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비민주성이 부각될 때마다 독일은 역사와 민주주의 분야에서 모범적 사례로 각광 받는다. 그들의 연동형 비례제 또한 자주 거론된다.

[출처: RT 화면캡처]

그러나 과연 독일 민주주의에 그림자는 없을까? 당연히 독일 민주주의에는 거대한 모순이 존재하며, 그에 대한 반발과 투쟁 또한 존재한다. 7월 9일 독일 연방 선관위는 독일 공산당의 총선거 참가 자격을 박탈하며, 당의 자격까지 박탈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는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자격 박탈의 명분은 재무제표 제출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공산당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968년 창립 이래 연방의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아나키스트 정당들도 비슷한 이유로 참여가 금지되었다. 당사자들은 모두 정치적 이유로 배제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의장 1명, 주요 정당 정치인 8명, 최고 판사 2명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녹색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독일 공산당의 배제를 찬성했다. 좌파당 또한 찬성하여 좌파 진영 내 논란이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방 하원에서 이미 5석 이상을 확보한 정당들은 이 절차에서 면제된다. 즉,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은 이 문제에서 매우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을위한대안’은 독일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대상으로 분류되었다가, 이 사안에 대해 소송을 걸면서 일시 면제된 상태다.

2017년 선거에서 ‘독일을위한대안’을 배제했다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그들의 선거참여를 막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원내진입을 허용하였고, 원내 정당이 된 그들을 막을 방법은 독일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뿐이다. ‘독일을위한대안’은 반이민 정서에 편승해 독일에서 금기시 되어 왔던 극우적 행동들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그에 반해 독일 공산당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을 왜 적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현대 민주주의는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어 왔다. 즉 나치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이러한 원칙은 최소한 현재의 시점에서 매우 비뚤어지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미 활개치고 있는 극우 세력에게는 솜방망이가 되었고, 그에 반해 원외 정당인 공산당이나 아나키스트 정당들에게는 강력한 철퇴가 되었다.

더 의외인 것은 좌파 정당들도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공산당에 대한 총선거 배제를 반대한 녹색당을 제외하고, 사회민주당과 좌파당 모두 이 문제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 좌파진영마저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독일식 민주주의에 대한 선망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그렇듯이, 독일도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우파 중심의 잣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국가임을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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