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당사자 빠진 ‘탄소중립시민회의’에 비판 거세

89개 시민사회단체 “‘시민참여 가장한 정당성 없는 기구” 비판

  참고 사진 [출처: 기후위기 비상행동]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을 토론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출범을 하루 앞두고 그 구성과 운영 방식이 비민주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시민참여’를 가장한 비민주적 논의 테이블”이라며 이를 주관하는 탄소중립위원회부터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 등 기후위기 최전선의 시민과 영역을 중심으로 위원회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정의포럼·멸종저항서울·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6일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탄소중립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탄소중립시민회의는 구성과 운영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라며 “시민참여 과정을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이것은 시민참여도 민주주의도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이번 성명엔 89개 단체와 465명의 시민이 연명했다.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시민 참여’ 아닌 ‘시민 동원’의 방식으로 그린워싱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을 밀어붙이면서, 허울뿐인 시민참여를 과시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시민회의를 주관하는 ‘탄소중립위원회’부터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기후위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들이 논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라며 “현재 탄소중립위원회는 산업계와 친정부 성향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정부가 편의적으로 활용하던 기존의 거버넌스 기구와 마찬가지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탄소중립위원회의 또 다른 문제는 철저히 비공개를 원칙으로 운영되고, 안건과 논의 결과는 비밀에 부쳐져 있는 것”이라며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온실가스감축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인데 왜 주요 정책이 밀실에서 논의돼야 하는가? 97명의 토의를 위해 두꺼운 장막을 치고, 그 밖에 있는 5천만 국민에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논의가 어떻게 민주적일 수 있나?”라고 따졌다.

한편 탄소중립시민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위원은 만 15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 연령, 성별 등을 기준으로 비례할당한 뒤 무작위로 뽑은 500명이 선출됐다. 시민위원들은 학습과 토론을 통해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온실가스감축목표 등에 대한 권고안을 만들고 이를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이를 참고해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온실가스감축목표 최종안을 10월 말 발표할 계획이다.

언뜻 다양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듯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무작위 추출’ 등의 방법이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이번 성명에서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원칙 중 하나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시민과 영역(MAPA: Most Affected People and Areas)이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엘리트 중심의 탄소중립위원회와 원자화된 개인 중심의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서 이런 원칙을 거스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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