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고객센터노동자 행진, 청와대 도착 “대통령은 직접 나서라”

“비정규직 문제 바로 잡자는 것”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 단식 18일 차에 청와대 앞 연좌

“저희의 요구는 공단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중간착취만 하는 민간위탁 업체를 없애고 공정과 불공정이라는 왜곡이 아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바르고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부터 바로 잡자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청와대 도보 행진 마지막 날인 9일, 단식 중인 이은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3일 원주에서부터 7일 동안 500리를 걸어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 도착한다. 이날 단식 18일 차에 접어든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은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길바닥에서 조합원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직접고용 쟁취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3차 파업은 이날로 40일 차를,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앞 농성은 36일 차를 맞았다.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이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발언하고 있다.

지부는 9일 오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당장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만나 문제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스스로 말한 약속(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지켜라”라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도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의 이행과 이를 위한 면담을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정이었던 인천국제공항에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라고 약속했다”라며 “대통령의 약속이었기에 상담 노동자들은 그 약속을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지고 지키라고 원주에서 청와대까지 500리 길을 행진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이은영 직무대행은 “비정규직이 만연하는 시대 차별의 벽은 높아져 가고, 노동의 특권 의식이 생기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도 대통령도 해결할 의지가 없다”라며 이어 “이제라도 처음 당선됐을 때의 마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 이 자리에서 청와대로 오는 동지들을 기다리고 함께 대통령을 만나겠다”라고 말했다.

직접노무비의 일부만 받는 노동자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객센터 하청 업체 간 맺은 위탁계약 특수조건과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 구성이 다른 점도 강조됐다. 하청 업체들은 정해진 200만 원 정도의 직접노무비를 모두 지급하지도 않으며 인센티브 제도로 노동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위탁계약 특수조건에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상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일률적인 임금’을 내용으로 하는 통상임금의 취지와는 다르게, 노동자들의 임금에는 변동 가능한 인센티브가 포함됐다. 노조가 공개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공제 후 186만여 원의 임금에서는 ‘변동인센티브’ 8만 원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용역계약 특수조건의 임금 관련 항목에는 “투입인력에 대한 임금을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6조(통상임금)에서 규정한 월급 금액으로 한다”라고 적혀 있다. 또 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국민건강보험과 하청업체 간 맺은 직접노무비 전액을 임금으로 지급받지 못한다. 214만 원, 215만 원의 직접노무비 중의 일부만 기본급과 고정적 수당으로 지급받으며 그 외에는 콜 수 경쟁에 따른 인센티브로 지급받는다”라며 "동료들끼리 200만 원 남짓의 직접노무비를 두고 아귀다툼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인도에서 청와대 도보행진단을 기다리는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

“대통령은 코로나 핑계 멈추고, 노동자들 만나야”

김정대 천주교예수회 신부(건강보험고객센터 시민대책위 소속)는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과도한 방역 조치를 비판했다. 그는 “수도자들이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앞의 농성장에 방문했지만, 방역수칙을 이유로 거부됐다. 이는 방역을 위해서 만남을 차단한 것이 아니라, 파업 중의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방역이라는 핑계를 댄 것”이라며 사실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 그리고 일반 회사 사무실과 같은 밀폐된 곳에 사람들이 밀집돼 있어도 경찰들은 사람들을 해산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한다. 현재 파업하는 노동자들로부터 확진자가 나왔다는 근거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8일에도 청와대 도보 행진을 하는 건강보험고객센터노동자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이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행진 일정을 마무리하려는 행진단 3~4명이 경찰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사지가 붙들려 끌려 나왔기 때문이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한 백화점에서 감염자가 100명 넘게 나와도 백화점에는 고객들이 득실거린다. 그리고 이미 통계적으로 감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요양원, 좁은 쉼터,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실내 장소”라며 “정권과 자본이 아무리 코로나19를 핑계로 탄압해도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대통령은 당사자인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을 만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0여 명의 건보고객센터 노동자들과 시민들로 이뤄진 행진단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도착해 도보 행진 마지막 일정을 진행한다. 앞서 행진단 집결지를 비롯해 이날 기자회견 장소는 청와대 분수대 앞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허됐다. 이에 행진단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도보행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20일 58개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자들은 건강보험고객센터 직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같은 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이유로 면담은 사실상 거부돼 왔으며, 지난 3일 대표자들이 다시 면담을 요청하자 이틀 뒤 한 명과의 면담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현정희 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이은영 지부장 직무대행 등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함께 면담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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