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올라온 거 아냐, 완전월급제 즉각 시행해야”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37) 완전월급제 시행 요구하며 두 달 넘게 고공농성 하는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 이야기 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

“택시발전법 11조의 2 즉각 시행하라!”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승리한다!”


8월 5일 오후 2시, 세종특별자치시 국토교통부 앞.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35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 붉은 조끼를 입은 택시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친다. 잠시 후 그 옆에 있는 20여 미터 망루 위에서 역시 붉은 조끼를 입은 한 사람이 나타난다. ‘택시발전법’ 11조 2(주 40시간 노동시간 보장을 통한 택시노동자의 완전월급제)의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61일 째 이곳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명재형 씨(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동원택시분회장)다. 명재형 씨가 밑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큰 체구의 명재형 씨는 멀리서 보기에도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한동안 크게 앓다가 간신히 일어난 것 같다. 연일 계속되는 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8월 5일, 국토교통부 앞 고공농성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택시노동자들 [출처: 연정]

“반갑습니다, 동지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달 전 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탄압받고 단지 합법을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받으면서 일했습니다. 그 부당함에 분노해서 세종시 국토교통부 정문 앞에 망루를 짓고 올라온 지 어언 61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지 않았다면 아마 거짓말일 겁니다. 제가 보시다시피 남들보다 몸집도 좀 크다보니까 땀도 많고 사실 기력이 많이 부칩니다.”


명재형 씨는 매일 이어지는 투쟁문화제와 집회에 함께하는 택시노동자들을 보며 힘을 받는다며, 동지들이 투쟁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정말 덥다. 약식 집회가 끝나고 꽝꽝 언 생수 한 병을 들고 인간 띠 잇기를 하는 노동자들을 따라 국토교통부 건물을 한 바퀴를 돌자 얼음 생수의 4분의 1이 녹는다. 또 한 바퀴 돌자 절반이 녹았다. 마스크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지 오래다. 정부청사 건물만 띄엄띄엄 있는 이 곳은 그늘이 되어줄 건물도 나무도 없어 더 덥게 느껴졌다. 결국 집회 중에 한 노동자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고야 만다.

그래도 밑에서는 너무 힘들면 더위를 피할 곳이라도 찾을 수 있는데,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망루에서 두 달 동안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는 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5일 후 폭염이 조금 잦아들고 고공농성 중인 명재형 씨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45도를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볼 건가

“절기상으로 입추가 지나서 그런지 어제부터는 기온이 완전 다르네요. 조금 덥기는 더워도 그 앞전보다 덜합니다. 견디기가 낫습니다.”


폭염을 어떻게 견디었는지를 묻자 명재형 분회장은 “투쟁의 일념으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었다”며 웃으며 이야기한다.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지난 20일 가까이 명재형 분회장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간을 보냈다. 50대 후반인 명 분회장은 택시업계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하루 일과를 묻자 자고, 일어나고, 집회하는 게 기본 일상이라고 했다. 그 외 공간 제약 때문에 책을 보거나 동료들과 전화통화 하는 게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길지 않느냐 물으니 생각보다는 길지 않다고 한다.

“빠른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늦는 것도 아니고. 저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이것도 만지고 저것도 만지다보면 시간이 가요. 한참 더울 땐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땐 시간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42도, 45도 되는 기온을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볼 건가 이 궁리만 하는 거예요. 열심히 물 뒤집어쓰고 또 닦았다가 또 물 뒤집어쓰고 닦았다가. 이러다가 하루 다 가요. 더위는 시간이 지나면 갈 거니까 그냥 버티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앞 망루에서 61일 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

찜통 같은 날씨에 더운 음식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차가운 음식만 먹으면서 물을 계속 끼얹다가 결국 부작용이 생겼다. 진짜 더위를 먹고, 일주일을 앓았다. ‘뭐라도 먹어야지’ 생각을 해도 막상 음식이 올라오면 목구멍이 까끌까끌해서 넘어가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쟁하기 위해 억지로 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8월 5일 택시노동자들의 집회가 있던 날, 고공농성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료진이 다녀가면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니 한결 낫다고 했다.

잠은 자다가 깼다가 하며 대충 잔다. 누우면 간신히 맞는 두 평이 될까 말까한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시원한 건 좋지만, 망루가 불안정하다보니 심하게 요동을 친다. 세찬 비가 내려도 마찬가지일 거다. 망루는 조금만 힘을 주거나 움직여도 삐걱거린다. 이러다보니 운동은 꿈도 꿀 수가 없다. 하루하루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근육이 빠지고 힘이 없어지는 게 느껴져요. 제가 작은 덩치가 아니고 키도 작은 편이 아닌데, 지금 물 몇 병 올리는 것도 굉장히 힘에 부치거든요.”


510일 고공농성으로 만들어진 완전월급제,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렇게 힘들면 내려오지 왜 거기에 있느냐고. 2년여 전 고공농성을 하던 김재주 씨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더울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김재주 씨에게 그렇게 더울 때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냐는 질문을 했다. 김재주 씨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잠시 침묵하더니 “내려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납금제가 있는 한 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냥 내려가면 노예로 살아야한다. 견디어서 현장에 전액관리제가 정착이 되어야 자유롭게 살 수 있다”라고 답했다. 명재형 씨 역시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다.

“저는 여기 살러온 거 아닙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여기 올라왔습니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저는 안내려가도 됩니다. 저 살러 온 거 아닙니다. 전 한을 풀러 온 겁니다.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제가 제 목숨 하나 던져 대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값어치 있는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여기 올라와 있습니다.”


명재형 분회장은 ‘여기에 살러 온 게 아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을 망루에 아주 살려는 게 아니니 언젠가 내려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했다. 그런데 왜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세 번째 듣고서야 알았다. 그 ‘살러’가 그 ‘살러’가 아니라는 것을. 명재형 씨는 고공농성이 길어지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8월 5일 오후, 고공농성 중인 명재형 씨의 진료를 마치고 내려오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 소속 의사 곽경남 씨(오른쪽)와 택시지부 이삼형 정책위원장 [출처: 연정]

2019년 8월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하여야 한다‘는 법 조항이 만들어졌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 택시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 산정 특례) 택시 사납급제 폐지와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를 요구하며 택시노동자 김재주 씨가 510일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투쟁을 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다음해 그동안 택시노동자들의 목을 죄던 사납금제가 없어졌다.

“기대 정도가 아니었죠. 싸움은 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생각을 했죠. 우리도 이제 온전한 월급을 받을 수 있겠구나.”


그런데 이 11조 2항에 단서가 붙었다. 2021년부터 서울시만 이 법을 시행하고, 그 외 모든 지역은 5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시행시기를 정한다는 부칙이 붙은 것이다. 택시사업주들은 이 법을 악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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