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장관, ‘온실가스 35%’ 감축목표 사수 의지 밝혀

온실가스 감축목표 부족 지적에 “제조업이 상당수…다른 나라와 입장 달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다른 나라와 다른 입장에 처해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라며 적절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해야 한다.

  7월 7일 진행된 환경부 산하·유관기관 노조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경애 장관 [출처: 환경부]

한 장관은 24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법)’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35%가 너무 미약하다고 하는데 (유럽 등은) 이미 1990년부터 30여 년간 온실가스 감축을 해 (온실가스 배출 정점으로부터) 20~30%를 줄였다”라며 “피크를 일찌감치 찍은 나라가 목표를 내건 것과 (한국이) 똑같기는 힘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이 커온 과정을 보면 중화학 등 제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이 다른 나라와 다른 입장에 처해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또 “명료한 국가비전이 담긴 법안을 만든 나라는 13개국밖에 없다”라며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고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제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해 탄소중립법에 큰 의의를 부여하기도 했다.

녹색성장 끼얹은 탄소중립법? 시민사회단체, 법안 내용 두고 비판 거세

하지만 탄소중립법의 내용과 법 통과 과정까지, 환경단체와 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크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탄소중립법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의결돼 ‘날치기 통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안의 이름과 주요 내용에 ‘녹색성장’이 포함된 것도 질타를 받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후정책에 기업의 돈벌이를 도와줄 사업들을 함께 나열하고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실제 법안의 주요 내용에도 녹색경제와 산업 육성 지원이 포함돼 있다. 반면 법안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국제 기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한참 떨어져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당 기후정의·일자리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겉으로는 ‘저탄소’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경제 성장을 우선시해온 녹색성장 정책은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각종 토목 사업의 근거로 활용됐다”라며 “녹색성장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없이 10여 년이 지난 녹색성장 정책을 마치 문화유산인 양 ‘계승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포함된 이번 법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특별위원회는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후퇴한 부분을 지적하며 “정의당과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것처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또한 19일 성명에서 “민주당은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무리수를 두며 법안을 환노위에서 단독 의결했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핑계 삼아 돈벌이에 나서자는 법안을 환영할 이는 아무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꿈의 녹색기술이 나오고 녹색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이미 그러한 경로를 예고하고 있었다”라며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된다. 시나리오 초안에 걸맞은 자기 이름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또한 23일 탄소중립법 통과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이미 전세계적인 기상 이변의 빈발 속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하는 법안을 날치기 처리한 무책임하고 비겁한 집권 여당,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부의 그린워싱 기후대책의 명분쌓기용 들러리 기구로서의 탄소중립위 참여를 거부해왔지만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결국 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졌다”라며 “노동자 민중의 주도적 참여 속에 기후위기를 낳은 현 사회경제체제를 바꿔내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의로운 산업 전환을 위한 노정 및 산별 교섭과 협의를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탄소중립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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