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노동자 투쟁, 밥 먹는 데 방해’ 현차지부 대자보 논란

대자보 삭제됐지만 불씨는 여전…현대그린푸드지회 “연대는 못 할 망정 고용불안까지 건드려”

현대차지부의 대자보 한 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작성한 “그린푸드지회가 자신들의 권익 쟁취를 위해 투쟁을 하는 것은 존중한다. 하지만 현대차 조합원들의 식사에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는 현재 삭제됐지만, SNS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며 노조 내·외부적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대자보는 지난 25일 현대차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출처: 현대차지부 조합원]

문제가 된 현대차지부의 대자보는 지난 25일 ‘현차지부’의 이름으로 현대차지부 홈페이지의 성명, 보도자료, 대자보를 올리는 게시판에 게시됐다. 대자보의 요지는 ‘식당 이원화로 양질의 식사 보장’을 촉구하는 것과 더불어 ‘현차지부 조합원들의 식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 조합원들을 향하는 말이었다.

현대차지부는 “현재 금속노조 그린푸드지회 조합원들은 그린푸드 사측에 인력충원과 현안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중식 시간 피켓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차지부 조합원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함에도 방해를 받는 실정이다”라고 불편함을 표했다. 이어 “안 그래도 노동하느라 힘이 드는데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한다면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라며 “(현대그린푸드지회의 투쟁이) 현대차 조합원들의 식사에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지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나은 식사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린푸드 독점이 아닌 식당 이원화를 통해 경쟁체제를 갖춰야 된다고 보고 있다”라며 “독점 업체에 식재료비를 아무리 많이 준다 하더라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식사질 유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울산 공장 식당에서 현대그린푸드지회 조합원들이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에 나서고 있다. [출처: 현대그린푸드지회]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식당 이원화’를 현대차지부가 공식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 ‘고용불안을 조장해 조합원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승열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 지회장은 “같은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같은 공장 내에서 노동하고 있는 그린푸드지회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지지와 연대로 함께해야 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그린푸드 식당을 쪼개고, 줄이라는 ‘식당 이원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50대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 우리 조합원 중엔 왜 우리 파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냐며 화를 내시는 분도 있었지만, 현대차지부가 식당 이원화를 더욱 부추길까봐 불안해서 어떤 언급도 안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현대차 대자보가 고용불안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한 조합원들을 더욱 흔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그린푸드 울산지회는 경고파업과 부분 파업 등을 전개하며 사측에 정규직 조리원 충원과 근속수당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현대자동차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후 정규직 조리원 인원 충원이 없어 조리원들은 극한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2018년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서도 인원 충원이 없어 조식조나 주간조에서 일하고 퇴근한 노동자들이 다시 석식 배식에 불려와 일하는 등 과중한 업무 패턴이 반복됐다.

양 지회장은 현대차지부가 문제시하는 ‘식당 서비스의 질’ 문제는 ‘외주화로 인한 중간착취’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지회장은 “식단가가 30% 인상되고 식당 개선 공사와 메뉴 다양화가 시행됐지만, 실제 조리인력은 그대로였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선 정규직 조리인력 충원이 함께 돼야 한다”라며 “현대차울산공장 식당 운영을 현대차가 관장하고 식당 노동자들을 직고용한다면 중간착취 구조가 사라지면서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식당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현장조직들, 이상수 집행부 규탄…“현차지부가 현대그린푸드지회 투쟁을 앞장서 파괴”

[출처: 페이스북]

해당 대자보는 하루 뒤 삭제됐지만, SNS상에서 확산되며 큰 논란을 낳았다. 현대차 현장 제조직들도 현대차지부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27일 ‘금속연대(의장 김원근)’는 “현대그린푸드지회의 정당한 파업투쟁에 대해 ▲식사에 방해된다 ▲식당 이원화하라 등 그들의 투쟁을 엄호지지 하기는커녕 그 동지들의 고용문제까지 운운하면서 겁박이라도 하듯 헌법이 보장된 그들의 정당한 투쟁을 폄훼하고 있다”라며 “자본가, 정치인, 수구 보수언론들이 국가 경제 운운하면서 현대차지부 파업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좋은 음식은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현대그린푸드지회 노동 강도 완화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더 좋은 식사 질 개선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금속연대는 현대그린푸드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 공장 식당에서 현대그린푸드지회 조합원들이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에 나서고 있다. [출처: 현대그린푸드지회]

30일 ‘공동행동(의장 김성욱)’은 “식당노동자 투쟁으로 불편해도 괜찮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발행하고, 이상수 집행부를 규탄했다. 공동행동은 “이상수 집행부는 현대그린푸드지회의 투쟁을 존중한다면서 ‘현대차 조합원들의 식사에 방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투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라며 “차를 안 만들고, 안 고치고, 안 팔아야 파업 투쟁이 승리하듯, 현대그린푸드지회 투쟁도 현대차 노동자들의 식사 중단으로 생산이 중단돼야 현대차, 현대그린푸드 자본이 문제해결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안정적인 양질의 식사를 위해서는 ‘식당 외주화 철회 및 직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차지부가) 마치 투쟁이 식당 질 저하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선전물을 발행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뿐더러 현대그린푸드지회 투쟁을 현대차지부가 앞장서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지부는 정식적으로 게시되지 않은 문건이 유출돼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선전홍보실 관계자는 “현대차지부 내에서 공식 입장 나가는 것을 보류하기로 했는데 운영위 차원에서 공유된 것이 유출돼 외부까지 알려졌다”라며 “(게시판엔) 올렸다가 내렸지만 공지도 안 됐고, 게시 자체를 안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간에 유출된 문제는 명예훼손까지 걸릴 수 있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자보 게시는 ‘유출 사고’라면서도 문제된 대자보 내용에 대해선 ‘현장 조합원의 입장’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 동지들의 현장 투쟁은 정당한 행동이지만, 조합원들이 방해가 된다고 지부에 민원을 접수했다”라며 “식당 이원화도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다. 지금 같은 독점 체제, 물량 몰아주기 하지 말고 경쟁 입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지부는 이원화가 옳다는 입장이지만, 다만 현대그린푸드 노동자들의 고용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른 현대차 현장조직 관계자는 “절차상 의견이 모이지 않았음에도 게시물을 올려 하루 이상 방치한 것은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라며 “합의도, 동의도 안 된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려둔 것은 현대차 집행부가 현대그린푸드 투쟁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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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철승

    개판이오

  • 문경락

    환절기 날씨 주의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 강영숙

    같은 노동자끼리 서로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짓인지....
    갑질도 이런 갑질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