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사드 못 뽑는다. 우리가 뽑는다”

[소성리를 쓰다⑪] 방역지침도, 거리두기도 없는 소성리 경찰병력

5.18 광주항쟁 4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8일 새벽,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 1,500명의 경찰 병력이 들어왔다. 이들은 사드 기지 장비 반입 위해 주민을 고립시키고 반발하는 이들을 강제해산시켰다.

2016년 소성리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지난 5년간 주민들은 끊임없는 경찰 폭력에 시달렸다. 촛불정부를 자임하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0년에도 폭력과 침탈은 이어졌다. 소성리 주민들의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소환장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소성리 마을 주민인 시야 기록노동자는 지난해 5월부터 소성리 마을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해오고 있다. <참세상>은 총 11회에 걸쳐 시야 기록노동자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8월 10일 29차 경찰 침탈 당시, 소성리 주민들이 미군과 군사무기의 마을길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 [출처: 사드철회상황실]

“국방부는 숨 쉬는 것조차 거짓”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오는 이유는 하나다. 미군의 육로 통행을 열어주기 위해 국방부와 경찰이 합동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국방부 대외협력단은 소성리 할머니들에게 “국방부는 공사인부들에게 ‘마을길로 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인부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항의하기 때문에 말릴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만난 공사인부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은 예전부터 소성리 마을길이 아닌 미군숙소로 연결된 오솔길을 걸어 출퇴근했다. 그런데 국방부가 미군 육로수송작전을 시작하면서 마을길로 출퇴근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군숙소로 연결된 오솔길로 출퇴근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공사를 수주한 국방부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다며 할머니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5월 14일부터 시작된 군경합동작전은 석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공사인부들이 진밭을 지나려고 할 때마다 출근길을 막는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테다. 미안한 마음보다 적대감이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경찰병력 천여 명은 8월 3일까지 스물 일곱 차례에 걸쳐 소성리를 무력 진압했다. 경찰은 주민과 평화지킴이들을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둬놓고 길을 열었고, 공사 인부들은 차를 타고 사드-미군기지로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이 들어오지 않는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아침 일찍 진밭교를 건너 들어가야 한다. 그 길목을 소성리 주민들이 막고 있어, 인부들은 그곳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간다. 공사인부들로서는 미군 숙소로 연결된 오솔길로 출퇴근하는 것이 마음 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방부와 공사인부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마을주민과 마찰을 피하려고 한다면, 애써 마을길로 공사인부를 출근시키지 않아도 된다. 건설소장이 고집을 피운다 해도 국방부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을길을 열기 위해 물리력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했다. 인상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말을 하니, 할머니들은 우스갯소리로 “국방부는 숨 쉬는 것조차 거짓”이라고 말한다.

“청와대 가서 문재인이 소성리로 델꼬온나”

8월 10일에는 소성리에 29번째 경찰 침탈이 있었다. 금연 할머니가 경찰들에게 소리쳤다. “청와대 가서 문재인이 붙잡아서 소성리로 델꼬온나. 우리가 대통령 시켜줬더니, 우리를 이렇게 핍박해. 문재인 소성리로 델꼬온나. 그래야 우리도 일어선다.”

  도금연 할머니 [출처: 사드철회상황실]

여경이 손을 잡으며 “청와대 가서 문재인 만나게 해 줄게요. 일어나이소. 일어나서 청와대 가입시더”라고 했다. 우리가 다시 여경에게 말했다. “우리가 청와대를 왜 가? 경찰병력이 이렇게 많은데. 서울서 내려올 때 문재인이 잡아서 끌고 내려오면 되지.”

문재인은 소성리로 와서 주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사드 배치 과정과 절차 모두 불법이라면서, 주민 의견 수렴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경찰병력을 소성리에 보내고 있는지, 왜 우리를 핍박하고 학대하고 있는지, 문재인은 정녕 소성리를 죽일 셈인지 와서 이야기해야 한다. 한 마을을 집단 따돌림하고 괴롭히는 문재인은 나쁜 대통령이라는 원망만 쌓인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안다. 문재인은 사드를 뽑지 못한다. 할머니들은 우리가 사드를 뽑는다는 일념으로 마지막까지 마을길을 지킨다. 그리고 세상에 우리의 싸움이 알려지고 있다.

지난 월요일(8월 9일)에는 전국농민회가 소성리를 방문해, 사드기지까지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을 했다. 수요일(8월 11일)에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소성리로 찾아와 사드기지 앞에서 오후 평화행동을 했다. 소성리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평화의 발자국이 포개지고 있다는 건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거리를 두지 않는 경찰의 거리두기

8월 10일 29번째 경찰침탈이 있던 날, 대학생 통일선봉대가 소성리로 들어와 마을길을 지켰다. 지난번까지 집회 참가자들에게 ‘스스로 이동하라’며 방송을 해대던 경찰은 그날따라 뭐가 그리 바쁜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학생들을 끌어냈다.

  8월 10일 29차 경찰 침탈 당시 경찰이 소성리 연대자를 끌어내고 있다. [출처: 사드철회상황실]

나는 할머니들을 따라 도로에 누웠다. 버티고 버티던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나도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일어나지지 않았다. 또 허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 소성리 보건소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구급차 한 대가 응급실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경찰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데, 혈압이 70/50이 나왔다고 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순간에는 잠시 기억 상실도 온 듯 했다. 연일 야간근무를 하는 경찰들의 상태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지난번에는 백신을 맞고 바로 출동한 경찰이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나간 적도 있었다.

8월 12일(목요일)에는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200여 명이 소성리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병력 이동 날짜를 하루 연기해버렸다. 우리는 다음날 경찰병력을 다시 맞이했다. 서른 번째 침탈이었다. 경찰이 괘씸했지만 이제 이런 일에도 초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쉽게 끝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니,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담대해져야 한다.

13일 금요일 새벽, 소성리에 도착한 나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 울산과 대구경북 쪽에서 모인 민주노총 통일선봉대가 와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버스 한 대가 마을로 들어왔다.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니 ‘대학생 자주통일 실천단’이라는 하얀 몸자보를 입은 대학생들이 차에서 내렸다. 주민과 평화지킴이 몇 사람이 겨우 마을길을 지키겠거니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100여명의 사람들이 소성리 마을길에 띄엄띄엄 거리 두기를 하고 앉았다.

  8월 13일 소성리에 방문한 대학생실천단 [출처: 사드철회상황실]

성주보건당국이 방역문제로 소성리에 들어와 있었다. 모인 사람들의 열체크를 하고 노란 띠를 손목에 둘러줬다. 성주경찰서는 뭔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방역지침을 어길 시 처벌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집회 주최 측이 방역지침을 준수하도록 안내하고 성실히 따르는데도 경비과장이 자꾸만 내려와 방역지침을 위반하면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해대니 결국 한판 싸움이 벌어졌다.

나는 궁금해졌다. 우리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려고 참가자 서명과 온열체크를 하고, 노란띠를 손목에 두르는데 경찰들은 어떻게 방역지침을 지키고 있는 걸까? 경찰에게 어떤 표식도 없으니 우리가 알 방법이 없다. 경비과장에게 물어 보려고 했지만, 그는 카메라만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고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러다 여경이 망사마스크를 쓴 사진이 소성리 평화마당에 올라왔다. 왜 망사마스크를 하고 왔느냐 물었더니, 그가 KF94라고 답했다고 한다. 망사마스크도 KF94가 있다니 놀라웠다.

방역수칙 준수 의무가 있는 경찰이 망사마스크를 쓰는 건 괜찮은 걸까. 경비과장에게 ‘방역물품을 경찰들에게 직접 지급하느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는 각자 알아서 챙겨온다고 했다. 그럼 망사마스크를 쓴 경찰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 물으니, 그게 어떤 건지 모르겠다며 시치미를 뗐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찜찜했는지, 작전을 마치고 나면 자신들의 방역 매뉴얼과 준수 사항을 상세히 적은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소성리 마을길을 점령한 경찰병력 [출처: 사드철회상황실]

경찰이야 자신들이 방역을 준수한다고 말하겠지만, 현장에선 사실 무용지물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작은 시골 마을로 몰려와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는데 거리두기가 될 리가 없다. 여러 명의 경찰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얼굴을 맞대고 손과 발을 붙잡고 몸을 밀착하는 것이 어떻게 방역지침 준수이며 거리두기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경찰의 거리두기는 실패한 것 같다.
덧붙이는 말

[기록노동자 시야] 소성리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성주주민이다. 노동자 편드는 글을 쓰고 싶어서 인터뷰하고 기록한다. 함께 쓴 책으로 <들꽃, 공단에 피다>와 <나, 조선소 노동자>,<회사가 사라졌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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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정

    사드를 막고 있는 이곳 소성리 이야기가 올라가면 태극기부대와 대깨문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참으로 웃픈 일이다. 그리고 우리들을 희화화하거나 무식하고 과격한 인물들로 묘사한다. 소성리에 들어오는 경찰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촌로들과 운동권들이니 하찮게 혹은 혐오스러운 눈길로 봤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존중하고 서로서로를 존경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그대들이 뭐라해도 비열하고 야비한 미쿡을 상대로 할수있는 모든 걸, 평화만이 살 길임을 온몸으로 저항하는 ‘독립군’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