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절규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청와대 행진한다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 정규직 전환·등급제 폐지 등 대정부 공동요구안 발표

콜센터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시작한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필수노동자로 지정됐지만, 집단감염·콜 폭증·저임금 구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문제를 전면에 알리고 노동가치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과 평가 및 감시 시스템 중단, 콜센터 노동가치 인정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콜센터 노동자 공동행동 돌입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강고한 파업 투쟁을 이어가거나, 현안에 대응하고 있는 민주노총 내 콜센터 노조의 문제들을 통해 콜센터 노동 착취의 현실이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이번 공동행동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공동 의제들을 전면화하는 한편, 10.20 총파업에 콜센터 노동자들도 자기 의제를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결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공동행동 취지를 밝혔다.

민주노총엔 민간, 공공 등 8개 가맹 산하 조직에 걸쳐 약 3,500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다.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2월부터 파업을 반복하고 있는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콜센터 외주화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민주노총 비정규직 투쟁의 전면에 서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조직과 함께 콜센터 노동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콜센터 현장의 방역 미비를 지적하는 한편, 실태조사 등을 통해 노조의 역할을 모색 중이다.

오는 10월 6일 열리는 이번 공동행동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은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콜센터 노조를 비롯해 가맹산하 조직이 참가하며 개인 참여자들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들의 공동 요구는 ▲콜센터 노동의 저임금 타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콜센터노동자에 대한 평가와 감시 중단! 등급제 폐지 ▲시민의 알 권리를 책임지는 콜센터 노동가치 인정 등이다.

민주노총은 "전문성이 없는 인력관리 업체들이 고객정보를 손에 쥐고 민원·안내라는 본질적 업무 수행과 전혀 관계없는 통제적 조치들로써만 관리하려는 콜센터 현장은 착취와 저임금 구조가 만연하다"라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마땅한 상식이며,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콜센터 노조들이 참석해 현장의 실태를 직접 알리기도 했다.

강미현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책국장은 “상담사들은 전화 받는 기계 취급당하고 화장실 가는 것마저도 통제당해 건강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위탁 업체의 부당노동행위 또한 만연하다. 지금의 민간 위탁 체제에선 공공성을 지킬 수가 없다”라며 “국민의 충분할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우선시 되도록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직접 고용은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장정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은 “노조가 생긴 뒤 노조의 존재만으로도 사측이 근로기준법 위반여부를 스스로 점검하게 됐고, 노조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개선하기도 해서 노동조건 개선에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단축됐다”라고 노조 설립이 끼친 영향을 말했다. 장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여전히 콜센터 노동가치가 저평가돼 있고, 이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 임금교섭 결렬 및 서울지방노동위의 쟁의조정 결렬로 지난 9월 2일 부분 파업을 시행했다”라며 “우리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저임금 해결을 위해 계속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윤희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은 코로나19를 통해 비정규직의 벽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채 지회장은 “백신 접종 후 아파도 나오거나, 개인 연차를 사용했다. 그 와중에 공사와 센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폐쇄되면 모든 문의는 콜센터로 쏟아졌다”라며 “공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언질도 없었고,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어떤 지침을 내리지도 않았다. 우리가 공사의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였다”라고 외주화 문제를 규탄했다.

“주변화돼있는 콜센터 업무, 기업 업무와의 연관성 설명돼야”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콜센터 노조 실태조사 결과와 향후 노동조합의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20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민주노총 내 조직돼 있는 콜센터 노조들을 대상으로 했다. 전체 43개 사업장 중 34개 사업장(73%)에서 응답했고, 응답 사업장의 조합원 수는 총 3,192명이었다. 이는 전체 조직대상 노동자 6,481명 중 49.3%에 해당한다. 전체 조합원 중 여성 비율은 94.1%로 여성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평균 연령은 40.2세였다.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슈페이퍼를 작성한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콜센터 업무가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도 콜센터 업무는 별도의 업무, 지원업무로 간주되고 노동자들은 본래적 업무 영역 안에 편입되지 못했다”라며 “콜센터 업무의 성격이 안내업무로 그치지 않고 있다면 이 업무를 기업의 업무 영역으로 편입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서라도 콜센터 노동자들의 업무가 분석되고 기업의 업무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설명해야 한다”라고 노조의 과제를 설명했다. 더불어 “등급제로 노동자를 경쟁시키는 구조를 없애야 한다”라며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데 사용되어왔던 전자감시 시스템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적정 콜수를 규정하고 적정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상임대표는 “공공부문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계기를 통해 많이 조직되었지만, 민간부문은 아직 많이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지금, 더 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을 만나고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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