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집회의 권리

[질문들]


“민주노총 위원장한테 구속영장이 청구됐대요.” 8월 6일, 동료 활동가가 공권력감시대응팀 소통방에 소식을 전했다. 그때 나는 설마 영장이 발부되겠느냐고 말했다.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을 위반했지만, 폭력 집회도 아니고 방역수칙을 지켜 코로나19 전파도 없었기 때문이다. 구속할 상황이 아닌데 검·경이 오버한 것이고 법원이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8월 13일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영장 집행을 위해 민주노총에 왔지만, 위원장이 응하지 않아 돌아갔다. 그리고 9월 2일 새벽, 경찰은 수사 인력 100여 명을 비롯해 41개 부대 2천여 명을 이끌고 민주노총에 기습 진입해 위원장을 체포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 구속적부심이 기각됐다는 뉴스 알림이 울렸다.

위원장 구속도 화가 나지만, 집회를 불법으로 만들어 처벌하고 사람을 가둔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 불법적으로 집회를 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불법을 저질렀으면 그만큼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불법을 한 것이 아니라 불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법이라는 딱지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5~7월 진행한 집회에 따른 감염병예방법,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7월 3일 집회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7.3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여의도 일대 40개소에 9명씩 집회 신고를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영등포경찰서는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급기야 집회 하루 전 국무총리가 민주노총을 기습 방문했다가 퇴짜 맞고 돌아가는 모습을 연출했고, 곧 ‘집회 강행 시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여의도에 집회 원천봉쇄를 위한 차벽이 세워지면서 민주노총은 급히 장소를 종로로 변경했다. 이로써 ‘7.3 전국노동자대회’는 완벽하게 불법 집회가 됐다.

‘불법 집회’라는 규정은 모든 의문의 여지를 막는다. ‘불법’을 규정하는 권력은 오로지 법 집행 기관에만 주어진다. 사람들은 불법에 이르는 과정이 어찌 됐건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당연하게 여긴다. ‘불법’은 그 자체로 위험한 사회의 해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법’ 딱지가 붙고 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경찰과 정부는 언제나 ‘불법 집회는 엄단’하고 ‘준법 집회는 보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집회의 권리를 왜곡하는 잘못된 선언이다. 국제인권 규범은 집회의 권리에 대한 국가의 책무로 합법/불법 여부를 떠나 모든 평화적인 집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법은 얼마든지 나쁘게 만들어져서 합법적으로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를 원천 금지하고 제한하며 집회라는 권리 행사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공중보건을 이유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제한은 매우 엄격하고 불가피해야 하며 원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특히 권리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정부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집회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집회를 억제하는 데만 힘을 썼다. 방역 조치를 충분히 해 감염병 확산의 가능성이 낮은 집회조차 불법으로 만들어 처벌하고 있다. 오히려 수많은 경찰을 동원해 사람들을 막고 가두는 행위가 더 위험해 보인다. 이미 과학적으로 밀집도가 낮고 환기가 잘 되는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접촉하며 소리치거나 노래를 해도 전파위험이 낮은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항변은 소용이 없다. 집회는 시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이며 불법이라는 정부의 선포에 힘을 잃어버렸다.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권리,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존재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붙은 불법 딱지는 무엇일까?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총은 여의도와 도심 일대 69개소에서 621명이 참여하는 집회와 행진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집회 장소에 펜스를 설치해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이 일어났다. 행진 거리두기 간격을 두고도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6월 9일에는 잇따른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에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직후 참가자들이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을 만들려 하자 종로구청 공무원과 경찰 400여 명이 천막 등 장비를 압수했다. 6월 15일에는 택배노조가 과로사 대책 마련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1박 2일 상경 노숙 투쟁을 진행했다.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범인 택배 분류작업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택배사들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흘 뒤인 19일, 민주노총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 재해 노동자 합동 추모제를 진행한 뒤 344명의 영정을 들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10명 이상 집회 금지를 이유로 행사장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쿠팡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 씨 아버지가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행진을 막자 강행하지 않고 해산했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위원장 구속영장 집행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영장을 집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과연 경찰의 ‘법과 원칙’은 불법이 일으킨 위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위의 집회들이 정말 시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었을까?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 현장을 고발하고,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불법으로 만들어 처벌하는 사회가 과연 어떤 ‘원칙’을 세울 수 있을까? 이러한 불법 딱지는 단지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만 붙여진 것이 아니다. 노동과 삶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겁주고 처벌하며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위원장 구속은 집회의 권리를 행사하는 노동자를 범죄자로 인식도록 하고, 사회적 비난을 부추겨 집회 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온갖 이유를 붙여 집회를 불법으로 만들고 참가자를 처벌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다.

정부가 집회 권리 보장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버린 것은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삶을 버린 것과 같다. 아니,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 위기의 삶을 방치하지 말라는 집회를 봉쇄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위기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주노총은 10월 총파업을 선언했다. 하지만 구속된 민주노총 위원장은 집회 현장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이 구속의 본질은 집회의 권리를 가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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