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속 내년 최저시급 ‘460원’ 인상

민주노총 “실질임금 하락” 경영계 “지불 능력 한계 상황”

내년도 최저임금이 460(5.02%)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는 물가 폭등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하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최저임금 논의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근거 없이 심의촉진구간을 설정하는 등 회의를 졸속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출처: 노동과 세계 김준 기자]

29일 밤 최저임금위원회는 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을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노사는 이날까지 세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공익위원은 심의촉진구간을 9,860원(22년 대비 7.64%)~9,410원(22년 대비 2.73%)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사가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자, 공익위원은 단일 안으로 시간급 9,620원을 제출했다. 이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의 올해 경제전망치 평균을 활용한 것이다. 경제성장률(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4.5%)을 더하고 취업자증가율(2.2%)을 뺀 금액이다.

이에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 안이 ‘실질임금 삭감안’이고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후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그 결과 재적 위원 27명 중 민주노총 위원을 제외한 23명이 출석위원으로 처리됐고,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의결됐다.

앞서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산출한 가구 생계비(1만3608원)의 80% 수준인 1만890원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동결안(9,160원)을 주장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2018년 개악된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고려하면 인상이 아닌 실질임금 하락이며. 물가 폭등과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배를 불리는 재벌, 자본과의 소득과 자산의 격차를 더 벌려 불평등 양극화를 가속,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상승했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6.7%로 크게 올랐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논의과정이 충실하지 않았다면서 “적용될 최저임금의 수준을 놓고 노사 간 간격이 크고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이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는 앵무새처럼 ‘법정기한 준수’만을 되풀이하며 노동자 측의 주장과 의견을 막아섰다”라고 전했다.

이어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설정에 대해 최저임금법이 정하는 결정 기준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과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노동자위원의 강한 문제 제기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납득시키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법정기한 내 처리’만을 되풀이하며 이를 밀어붙였다”면서 “그러면서 내놓은 9,620원은 작년에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내놓은 산식이다. 이럴 거면 설명도 못 하는 심의촉진구간은 왜 냈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 위원들은 표결 불참도 고려했지만,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노동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올해 엄청난 물가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전했다.

동결안을 촉구해온 경영계도 비판 입장을 연이어 내놨다. 사용자 측이 동결안을 주장한 근거는 중소영세기업의 ‘지불 능력’ 한계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경영계는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 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금번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입장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수많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특히나 저숙련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일자리 상황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라고 했고,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며, 5.0%의 인상률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과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절대 수용 불가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앞으로 최저임금법의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을 삭제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노동자 가구 생계비 중심으로 바꾸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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