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SPC를 보다

[미디어택] 재송그룹은 왜 드림즈를 해체하려 했을까

권경민 상무: “내가 단장님 왜 뽑았게요? 말했잖아요. 단장님 이력이 특이해서 뽑았다고. (씨름단) 우승…해체. (아이스하키) 우승…해체. (핸드볼) 우승 그리고 또 해체. 단장님, 이력대로만 해주세요. 많이 안 바랍니다.”

백승수 단장: “예, 알겠습니다.”


SBS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갈등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드림즈’를 맡게 된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팀을 재정비하는 말 그대로 ‘스토브리그’ 기간을 그렸다. 백승수 단장은 야구팀 드림즈의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와 직원을 트레이드·방출하고, 팀 주축이 될 선수를 새롭게 데려오는 등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그 과정을 지켜본 드림즈 직원들과 팬들은 우승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 백승주 단장을 영입한 이는 다름 아닌 권경민(오정세)이다. 드림즈의 모기업인 재송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상무. 겉으로만 보면 둘은 의기투합할 것 같지만, 그 반대로 대립한다. 백승수 단장은 드림즈의 ‘우승’을 목표로 재정비에 나선다. 그러나 권경민 상무는 드림즈의 ‘해체’를 위해 움직인다. SBS드라마 <스토브리그>나 프로야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 소재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드림즈의 모기업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재송그룹은 왜 드림즈를 해체하려 했을까.’

재송그룹은 소비재 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SBS드라마 <스토브리그> 속 재송그룹은 마트 등 소비재 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 가도에 야구단 드림즈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실제 프로야구의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해태가 타이거즈의 모기업이었을 때의 일이다. 해태엔 롯데 자이언츠라는 숙명의 라이벌이 있었다. 영호남이라는 지역적 요소와 모기업 모두 제과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롯데의 최동원과 기아의 선동열을 기억한다.


2009년 11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종범 선수(해태 타이거즈 소속)는 “당시 과자 업계는 물론 야구 무대에서 라이벌이 롯데였다”며 “롯데 과자가 맛있어 보였는데, 롯데 과자를 먹다 들키면 감봉한다는 소리도 있었다”라는 에피소드를 공개한 적이 있다. 팬들이라고 달랐을까. 지역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 <위험한 상견례>(2011년 작)에서 전라도민으로 출연한 박철민은 가게에 들러 “왜 해태 껌은 없소? 죄다 롯데 껌뿐이네”라는 대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드림즈의 팬이라면 모기업이었던 재송의 브랜드를 충성심 있게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재송이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한다. 재송에게 드림즈는 불편한 존재가 된 지 오래다. 70억이라는 구단의 적자 폭도 무시할 수 없으나, 드림즈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로 재송그룹의 주가가 휘청거리기까지 한다. 그래서 재송은 계획을 세운다. 드림즈를 팔아버리거나 해체하거나. 그 임무를 맡은 게 권경민 상무였다. 결국, 재송그룹이 소비재 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갈등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SBS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53일간의 단식 투쟁과 SPC그룹의 대응을 보며 가장 많이 머릿속에 떠오른 이유다.

한국 사회 불매운동의 역사는 강렬하다

SBS <스토브리그> 속 재송그룹 권일도 회장(전국환)은 권경민 상무에게 “우리가 이 지역에서 시작해서 마트, 슈퍼, 프랜차이즈 식당 50%가 여기에 있다고. 이게 무슨 말인 줄 알지? 지나가는 코흘리개도 우리 기업을 불매할 수 있다는 얘기야. 기분들 안 상하게 (해체)해”라고 지시한다. 이 대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불매”, “기분들 안 상하게”이다. 소비재 기업이 가지는 숙명을 보여준다. 언제든 대체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일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소비재 기업을 향한 불매운동은 숱한 화제를 일으켰다. 동참률도 높은 편이다.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을 겪었던 남양유업 사태는 대표적 사례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퍼붓고 인기가 없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을 대리점에 강제로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불매운동은 뜨겁게 진행됐고 하루하루 매출은 뚝뚝 떨어졌다. 그 사건은 경쟁사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어주는 계기가 됐다. 현재 남양유업의 신세는 처량하다. 당시 시작한 불매운동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는 소비자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남양유업의 자사 제품 로고 가리기는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미스터피자의 몰락도 유사한 길을 걸었다. 2016년 3월, 한 상가 건물에서 경비원 폭행이 벌어졌다. 가해자로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회장이 지목됐다. 정 회장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되자 뒤늦게 사과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스터피자가 가맹점에 행한 갑질 사례가 드러났다. 특히,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가맹점주들이 갑질을 참지 못해 협동조합형 ‘피자연합’이라는 상표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러자 미스터피자는 그 근처에 직영점을 만들고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사 작전을 펼쳤다. 치즈 공급도 막았다. 피자연합 대표는 “나는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매운동은 거세졌고, 미스터피자는 영업손실이 쌓여 매각됐다.

2017년 6월,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회장의 성폭력 사건 관련 CCTV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어났다. 결국,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오너리스크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호식이 방지법’이라고 불렸다.

그렇다면, SPC는 어떤 그룹인가. 1945년 제과점 상미당을 모태로 출발했다. 기업의 기틀을 마련해준 건 ‘삼립호빵’이었다. 한겨울 “호호” 불어가며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SPC는 베이커리 및 디저트 전문 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SPC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빚은, 파스쿠찌, 쉐이크쉑 등 대중들이 알만한 ‘먹거리’ 브랜드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SPC가 어느 기업보다도 ‘불매운동’에 휘청거릴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SPC그룹 홈페이지]

소비재 그룹임에도 막 나가는 SPC를 어찌해야 할까

그런 SPC에서 한 노동자가 53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했다. 먹거리를 주로 다루는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단식’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건이었다. KBS <시사직격> ‘앞으로는 상생, 뒤로는 노조 파괴? 두 얼굴의 SPC’ 편(5월 13일 방영)을 통해 드러난 SPC의 ‘노조 탄압’은 매우 심각했다.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받아야 했다. 그뿐 아니라,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 탈퇴서를 허위로 제출한 사례까지 드러났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였지만, SPC는 사과는커녕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오늘(7월 4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5명이 다시 한 번 집단 단식에 돌입한다.

SBS <스토브리그>에서 재송그룹 권일도 회장은 이런 말을 한다. “남 눈치 안 보려고 회사 세웠더니 온 동네 서민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게 내 팔자다. 제기랄.” 드라마는 현실과 다른 것인가. SPC의 만행에도 한국 사회는 너무나도 조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아직 불이 붙지 않았을 뿐,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최근 파리바게뜨 그리고 배스킨라빈스 상점을 본 적이 있는가. 과거와는 다르게 줄어든 손님 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디 SPC가 몰락의 길로 걷지 않기를….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